- 작성자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AMA는 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입니다.
Date 17/11/15 22:44:45
Name   nottoomuch
Subject   2011년 일본동북대지진 경험자입니다 질문 받아요;;;

3.11 도호쿠대지진 때 일본 거주중이었습니다. 3월 7일에 모든 수업이 끝나고 수료를 해서 3월 26일인가에 귀국하는 항공권을 문부성이 끊어줬는지라, 귀국 때까지 본격 놀아보자는 심산으로 3월 5일인가에 새로 개통한 도호쿠 신칸센 하야부사를 타고 센다이에 있는 후배한테 놀러갔습니다. 근데 그때도 지진 느꼈어요.
3일을 꽉 채워놀고 제가 사는 곳(진원지와는 300킬로 밖입니다)으로 돌아와서 11일 오후에 의료보험 해지신청하러 새로 지은 시청에 가서 서류를 쓰고 있는데 이야... 레알 그 큰 건물이 통째로 흔들리는데, 아니 흔들린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그냥 진격의 거인이 양손에 시청 건물을 들고 탈탈 털어본다는 느낌?
아 이거 지금까지랑은 차원이 다른 지진이다 감이 왔습니다. 근데 그 흔들림이 멈추질 않는 겁니다.
본능적으로 테이블 밑에 들어갔다가 조금 덜 흔들리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하고 밖으로 나오니 도로에 금이 쩌억 가기 시작하고 지평선이 미묘하게 울렁거리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그말싫이었는데요 그때 이야기 쓰면 밤새도록 쓰겠네요;;;;
아무튼 이제 애기가 자기 때문에 경험담에 근거하여 지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질문 받습니다. 너무 두서없이 써서 질문이 달릴지 모르겠지만 애기 손톱 깎고 와서 답변 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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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ッキョウ니쿄
3월 23일 워킹홀리데이 출국 앞두고 사이타마현 동북쪽 끝에 있는 집에 계약금 걸어두고 그 근처 일자리 알아봤었습니다. 11일에 시골내려가서 할머니께 인사드리는데 티비에서 쓰나미중계를 봤고 그래도 가야지 했는데 그 주에 원전 터지면서 비행기 표 반납했습니다. 그때 가는게 답이었을까요? 사실 계약한 집에서도 집이 지진여파로 상태가 나빠져서 다른집 알아보라고 메일을 받긴 했습니다.
nottoomuch
사이타마면 지진이나 방사능 영향 그렇게 많이 받진 않았겠지만 역시 지진 직후의 불안감 무시못하죠 그때 도호쿠 대학의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도 다들 공부를 접어야 되는가 고민하면서 잉시귀국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 그때가 오히려 방사능영향 덜 받는 시기였겠지만 안 가신 게 현명하신 처사였다고 생각해요.
二ッキョウ니쿄
별개로 이런 귀한(?)경험담은 역시 티타임에 수기로 적어주셔도 좋지않나..
nottoomuch
그러게요 애기 키우느라 짬짬이 모바일로만 인터넷 하는 처지가 아니었음 서너편짜리 연재물??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ㅎ
Euphoria
센다이여서 저보다 10배 충격받으셨겠네요. 전 치바거주 중이었습니다. 당시 뉴스엔 제가 있던 치바 우라야스쪽은 6약으로 뜨더군요. 제가 항상 알람은 오후 3시에 맞춰놓고 자는데 크크크... 당시 지진이 아마 2시 47분이었던가요. 저도 이쪽 썰풀면 하루는 넘게 털수있는 분야입니다. ㅋㅋㅋㅋ
nottoomuch
어머 우라야스에 계셨군요 역시 홍차넷에 경험자가 저 혼자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도권이 거리는 먼데도 충격이 컸져... 제가 나중에 귀국하려고 나리따 공항 갔을 때 여진이 한번 우르르 오면 공항 전체가 일시정지되었다가, 지나가면 다시 얼음 땡 한것마냥 다시 움직이고 그랬던 생각이 나네요. 저는 센다이에서 지진 나기 전에 나왔어요. 그래서 지진은 이바라키현에서 맞이했답니다. 저도 아마 6 정도의 지진을 맞았을 거예요. 근데 그 전날 10일에 마츠시마랑 이시노마키를 갔었거든요 그날 만났던 사람들이 그다음날 평소처럼 출근했다가 쓰나미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허무하고 마음이 뭐라말하기 힘든 공허가 되더라고요...
Euphoria
저도 같이 일하던 동료분 사촌이 미야기쪽인데 연락두절됬다고 해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다만 당시 상황이 첫 지진이 가장 진도가 쌨는데 그당시 잠결이어서 제대로 못느낀게 좀 아쉽다고???해야할까요. 그날 7이상 여진이 4번있었는데( 도쿄 치바쪽은 5정도 진도) 제 하우스메이트나 근처 친구들한테 이거 알바가야되나 말아야되나 (아시다시피 통신두절이라)고민하다가 불금+알바위치가 회사원 유동지역 역근처(지하철끊김) 그날 다른의미로 참된 지옥을 맛봄...
금요일이라 정직원 5명에 알바생 저포함 6명 도합 11명이 나와야되는데 정직원만 다나오고 알바생 저혼자 나왔...
nottoomuch
책임감 투철하셨네요. 저는 시청 안에 있었는데 저같은 외국인들은 뭘 모르잖아요 근데 일본인들이 더 두려워하더군요. 걔네들도 평생 못 겪어본 지진이라서... 암튼 일본인 직원들도 다 도망가려는데 회의의 민족 답게 시청에서 지진대책 세워야 하니까 회의실로 다 모여달라고 방송나와서 벙쪘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나중에 이 얘기를 일본인 친구한테 하면서 다 뛰쳐나가야지 무슨 회의냐고 그랬더니 그 친구 왈 그럼 공무원이 비상대책을 세워야지 시청에서 회의 안하면 누가 하냐고;;;
다람쥐
이후에 한국 들어오셨나요? 가족들이 들어오라고 만류하지 않으셨나요?
nottoomuch
그날 통신이 다 두절됐었는데 기적적으로 동생이 건 전화가 제 핸펀에 걸려와서 소식을 전했고요 교통편이 다 끊겨서 아는 사람 집에 얹혀 살면서 교통편 복구를 기다리다가 그것도 우여곡절이 암튼 자세히 쓰자면 끝이 없지만 아무튼 열흘쯤 후에 귀국을 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짐도 하나도 안 가져왔고 졸업을 한지라 인사드릴 데도 많아서 도로 일본에 들어갔었어요. 저보고 다들 미쳤다고 ㅎㅎ 지도교수님한테 정식으로 귀국인사 드리고 연구실을 나오는데 그분의 한마디가 잊히질 않네요 카에루 쿠니가 앗떼 요깠따 우라야마시이(돌아갈 나라가 있어서 다행이다 부럽군)
12
CONTAXS2
와.. 정말 연재 함 가시죠!!!!

저는 플랜트 엔지니어로 그 사건을 보면서
인간의 엔지니어링이 얼마나 하찮은 쓰레기인지 절감했습니다.

백년의 지진 오십년의 폭우?
정말 개나 줘야할 design basis인데.. 또 그거 없으면 한정없어질 것같구.. ㅜ

암튼 함가시죠!
nottoomuch
일본의 지진은 대부분 좌우로 흔들리는 지진인데 그런 형태의 지진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비가 되어있다고 하네요. 게다가 거의 바다에서 터지기 때문에 쓰나미를 못 막아서 문제지 지진 자체는 대비가능하니 그 정도만 해도 엔지니어링의 위대함 인정? 어 인정 아닐까요^^ 예외가 95년 고베대지진인데 이게 육지에서 상하로 흔들린 지진이라 피해가 컸다고 고베메모리얼에서 얻어들었습니다. 사실 후쿠시마도 쓰나미의 불가항력도 있지만 도덴(도쿄전력)의 삽질이 아니었음 이 정도 난리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진 난 날 저녁에 기숙사... 더 보기
일본의 지진은 대부분 좌우로 흔들리는 지진인데 그런 형태의 지진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비가 되어있다고 하네요. 게다가 거의 바다에서 터지기 때문에 쓰나미를 못 막아서 문제지 지진 자체는 대비가능하니 그 정도만 해도 엔지니어링의 위대함 인정? 어 인정 아닐까요^^ 예외가 95년 고베대지진인데 이게 육지에서 상하로 흔들린 지진이라 피해가 컸다고 고베메모리얼에서 얻어들었습니다. 사실 후쿠시마도 쓰나미의 불가항력도 있지만 도덴(도쿄전력)의 삽질이 아니었음 이 정도 난리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진 난 날 저녁에 기숙사에 못들어가게 해서(가스폭발 위험있다고) 일본인 친구 자취집에 갔는데 거기도 물건 다 부셔지고 전기 수도 끊겼었어요. 30분 간격으류 여진 계속 오고요. 근데 대학생들 방범대 같은 조직이 있는지 근처 사는 애들이 초콜렛 손전등 건전지 이런 걸 갖다주더라고요. 걔들이 눌러앉아 제 친구랑 근심스럽게 이야기하는데, 전 지진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생전 못 들어본 단어가 계속 들려요, 겐빠쯔, 겐빠쯔... 겐빠쯔가 걱정이다, 아냐 겐빠쯔는 괜찮을 거다 등등. 친구한테 겐빠쯔가 뭐냐고 물으니 원자력 발전소라는군요. 그냥 대학생들도 이미 지진 지역 인근의 원전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죠. 으엌 애기가 깼네요 좋은 밤 되세여^^
CONTAXS2
안전과 관련된 레슨스 런드는 그 말대로 뭔 일이 터지고 그거 막느라 생기는거죠. 그 경험의 축적의 과정에서 우리가 겪을 시행착오라고 봐줄 수 없는 가장 대표적인게 원전관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냉각수 비상순환용 비상발전기를 바닷물이 침범할 수 없는 곳으로 옮겼죠.
... 이젠 다 된걸까요? ...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nottoomuch
아무리 열심히 대비하더라도 예상치못한 헛점은 있겠죠 ㅠ 평범한 비전문가 아줌마 입장에선 우리나라 원전도 도쿄전력만큼이나 믿음이 안 가요 헿 ㅠ
엄마곰도 귀엽다
https://pgr21.co.kr/pb/pb.php?id=humor&no=308687&divpage=55&ss=on&sc=on&keyword=내진

전 이거 보고 경의를 느꼈어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제가 아는 분은 3월 12일에 치바쪽 학교에서 결혼하시기로 했었는데 11일날 대지진이 일어나서 멀리계신 분들은 참석못하셨고 심지어 메이크업아티스트도 못와서 다른 친구분이 해주셨었대요.
다른 분은 방사능 낙진 이야기가 들려와서 집에서 나가는게 너무 무서웠다고 지금도 그때 공포가 생각나신더라구요.
그 이야길 들으면서 일본사람들은 힘들겠다 했는데 이제는 정말 남의 일이 아니네요.
nottoomuch
네 저도 한국에서 나는 소소한(?) 지진이 더 무서워요. 아무래도 지진피해를 크게 본 적이 없어서 대비가 안되어있고... 이제와서 대비하고 싶어도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대지진 때문에 일본 열도 전체가 동쪽으로 10미터인가 이동했다던데 우리나라도 더이상 안전하다고 할 수 없겠죠 ㅠ 작년인가? NHK에서 대지진 당일 지진피해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다큐를 했었어요. 대개 집집마다 사상자가 있었기 때문에 생일축하는커녕 슬픔 속에서 매년 생일잔치 대신 돌아가신 어른을 추도하며 생일을 보내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보며 아직도 대지진의 여진은 현재진행중이라고 느꼈고요 3월 12일 결혼하신 분은 여진이 흔들대는 와중에 결혼식을 올리셨겠네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트라우마가 아니라 무용담이 되더라고요^^
그 당시의 일본쪽 재난담당자들이랑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단전 단수에 통신망 다 끊겼었다고 하더라구요 에이 설마 했는데 진짜 그랬었나요?
nottoomuch
센다이 시내를 비롯해서 미야기현에는 쓰나미가 안오더라도 무너진 건물이 많아 거리가 초토화되었었어요. 후쿠시마 도치기 이바라키 쪽은 단전 단수 된 지역이 많았고요 제가 살던 학교기숙사는 넘 오래돼서 단전 단수는 둘째치고 가스폭발한다고 일시 폐쇄되었었어요 나중에 다시 들어갔을 때도 단수 중이라서 급수차가 와서 물 공급했어요. 그리고 도쿄와 수도권 지역까지 교통통신이 두절됐어요. 지진크게나면 젤 먼저 신칸센을 비롯 교통이 끊기거든요. (도로 및 철로 손상) 핸드폰 기지국이 망가졌는지 핸펀이 다 먹통됐고요 진짜 신기한게 동전 넣는 공중전화는 일부 가동됐어여 그래서 지진 난 날 저녁에 공중전화 앞에 서너시간씩 줄섰었어요
곰곰이
그 지진 이후로 고루하던 일본사람들의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크게 바뀐 점을 한 두 가지만 뽑아 보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nottoomuch
저는 어차피 3월말에 귀국할 예정이었고 그 이후 일본에 돌아가지 않아서 그 이후의 일본사회의 변화는 잘 모르겠어요. 일본 사회는 정말 고이다 못해 썩은 물마냥 변화가 느린데, 그나마 민주당이 집권하고 뭔가 변화를 추구한다 싶을 때 지진이 터져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오히려 뒤로 크게 퇴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루한 사람들이 더 고루해졌을 것 같아요^^;;;; 최근 일본이 경기가 좋다니 평화헌법 개정 같은 헛소리 하지말고 좀 활력넘치는 사회분위기가 됐음 하네요
곰곰이
아 그리고 지진과 무관한 질문이긴 합니다만 일본에서 전공하신 분야는 어떤 쪽이었나요?
저는 문부성 장학생으로 교육대학원(사범계)를 다녔는데요 일종의 자유전공? 처럼 듣고싶은 수업을 아무거나 들을 수 있었는데 제가 한국에서 영어교육과를 나왔기 때문에 주로 언어학과 교육학 쪽 수업을 들었어요. 일본의 영어교육은 보고 본받을 정도로 활발하진 않아서 ㅎㅎ 오히려 일본 쪽에서 한국의 영어교육을 참고하는 편이거든요. 보고서 논문 써야되니 통계프로그램 spss 쓰는 법 강제수강이었고요 ㅠ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따고 갔지만 수업을 듣기엔 부족해서 유학생센터에 가서 일어수업도 병행해야 했네요. 사실은 일본에 눌러앉을 생각이 있어서 수료 후 귀국했다가 일본에 다시 들어가서 일본교원면허를 따거나 동경한국학교에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지금은 하루종일 애기 분유 트림 응가만 생각하고 있네요 ㅎㅎ
효돌양
ㅋㅋㅋ 일탈이지만 애기 아직 어린가봐욜 전 돌 지나서 14개월 남아 키워용
요즘 좀 걷는다고 사고 치는 클라스도 매일 경신중입니다 ㅜㅜㅋ
nottoomuch
ㅎㅎㅎ 애기엄마들한테는 애기가 사고치는 게 지진급 재앙이죠 뭐^^ 작년 연말에 태어나서 돌 지나면 세살 되는 딸램 있어용~ 14개월 남아면 효돌양님도 하루종일 강제로 강도높은 운동 하시겠네요 같이 화이팅해요~
효돌양
우리 애는 9월 생이니 대략 비슷하네영 ㅋ
진짜 남자애라 일단 힘이 장사구요 저는 완모중이라 수시로 가슴 까는데 이제 깨물면 넘~~~우 아파요
nottoomuch
우와 14개월인데 모유수유요? 존경합니다 ㅠ 제 딸램은 너무 작게 태어나서 많이 부족한 아이라서 아직 이도 안났고 빨대컵도 쓸 줄 모르는데요 힘만은 천하장사네요 ㅠㅠ 목소리는 딸, 얼굴은 아들, 하는 짓은 공룡이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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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돌양
이는 늦게 날수록 좋댜용 ㅋ 즤이 애도 빨대는 장난만 쳐서 걍 어른 먹는 컵으로 먹여요 ㅋㅋㅋ
nottoomuch
얘가 백일부터 잇몸이 하얗게 도톰하던 애라서 ㅎㅎ 이제 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거 지진 질문받는 글이니 지진 관련 질문 하나만 해주세요 ㅎㅎ 다른 홍차클러님들이 보고 뭐여 이글 작성자는... 이라고 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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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돌양
네 저도 모르게 반가워서 그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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