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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09 17:14:13
Name   kpark
Subject   롯데 - FA 심수창 보상선수 박한길 지명.
롯데가 한화로 이적한 투수 심수창(34)의 보상 선수로 투수 박한길(21)을 지명했습니다. 보상 선수를 지명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롯데는 심수창을 잃은 대신 심수창의 2015년 연봉(5500만원)의 2배인 1억 1천만원과 박한길을 얻게 됐습니다.


1) 배경 - 심수창

한화는 심수창을 4년 13억원에 영입했습니다. 심수창은 81년 2월 9일생으로 내년 시범경기가 시작될 때는 만 35세가 됩니다. 심수창은 2004년 LG에서 1군에 데뷔했는데 2006년 29경기(24선발)에서 135.2이닝 10승 9패 4.38 ERA를 기록한 것이 커리어 하이입니다. 그 후 2007~2010년까지 105경기(44선발) 301.1이닝 15승 26패 5.29 ERA를 기록하다 2011년 중반 넥센으로 이적했습니다.

넥센에선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 냉정하게 말해 '슈퍼스타 심수창' 같은 걸로 화제가 됐지만 5선발 축에도 끼지 못했습니다 - 2013년 말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로 이적했습니다. 이후에도 별 활약은 없이 2014년까지 흘려보냈습니다.

2015년 초 투구폼을 수정한 것이(오버핸드와 사이드암에 가까운 로우 쓰리쿼터를 병행) 좋은 활약으로 이어졌는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월까지 14경기(3선발) 1승 1패 1홀드 5세이브 32.2이닝 2.76 ERA를 기록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칩니다. 그러나 불규칙한 기용으로 인해 점점 폼이 떨어졌고 시즌 막판 받아든 성적표는 73.1이닝 6.01 ERA라는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2) 배경 - 박한길

박한길은 1994년 6월 3일생으로 2013년 한화에 입단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SK에서 지명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3학년 때 부진/부상 등으로 드래프트에서 순위가 밀렸고 한화가 하위 순위(2차 4라운드)에서 지명했습니다. 입단후 2년간 두 차례 팔꿈치 수술(토미존/뼛조각 제거)로 재활만 한 탓에 별다른 활약이 없었습니다. 특이사항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군대가 면제됐다고 합니다. -> 공익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봤던 소식만 기억해 틀린 내용이 있엇습니다. 정정합니다.

팬들에게는 김응용 감독의 칭찬과 김성근 감독의 칭찬(링크: '2군에 어린 아이, 재미있는 투수가 하나 있다')으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 시즌 중반에 1군에 올라왔는데 그 전부터 2군에서 최고 150km 이상을 던지는 스터프로 조금씩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3) 예상

심수창은 단 한번도 시즌 3점대 ERA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가장 많이 던진 것도 2006년(무려 9년 전입니다) 135.2이닝입니다. 이제 만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투수에게 풀타임 선발을 기대하는 건 굉장히 큰 무리입니다. 그나마 가장 ERA가 낮았던 시즌도 4.31을 기록한 2007년인데, 당시는 심정수가 31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를 정도로(2위 브룸바-이대호 29홈런) 투고타저 환경이었던 시절입니다.

이런 커리어를 보면 심수창에게 13억원을 투자한 한화 프런트는 희대의 삽질을 한 셈이나 다름없습니다만, 작년에 이미 송XX에게 4년 34억원을 갖다 박았으니 이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면모입니다. 사실 84억원씩 턱턱 지르는 구단이기에 13억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3년 8억5천만원을 받고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팀 WAR 4위에 오른 김경언급의 로또가 터질 수도 있으니, 어쩌면 그런 미신적인 기대감에 근거한 투자일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심수창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모는 역시 4/5월의 활약상입니다. 이 시기 심수창은 단순히 결과(ERA)만 좋았던 것이 아니라 내용도 좋은 투수였는데, 32.2이닝 동안 볼넷은 8개만 내준 반면 삼진은 무려 40개나 잡아냈습니다. 만약 이때의 활약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면, 그리고 내년에 '적절한' 관리만 이뤄진다면, 심수창이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펼쳐도 놀랍지 않을 겁니다.

사실 이번 거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심수창이 아니라 박한길에 있습니다. 조상우, 조무근 같은 투수들이 나왔다지만, 여전히 만 21세의 나이에 시속 150km(비공식적으론 154까지 나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상을 던지는 투수는 KBO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군필로 제한한다면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마지막 문장은 군필이 아닌 공익이라서 삭제합니다)

그런데 한화는 보상선수를 어떻게 짠건지 박한길을 거의 공짜, 아니 현금까지 얹어주면서 경쟁 팀으로 넘기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한화가 받아든 손익 계산서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화 GET 심수창
롯데 GET 박한길 + 1억 1천만원


심수창은 11시즌동안 통산 4.66 WAR를 기록했습니다. 매년 등판기록도 오락가락한데, 연평균으로 따져도 0.4 WAR 정도에 그칩니다. 오히려 최근 4년을 보면 2012년은 마이너스, 2013년은 등판기록 없음, 2014년 마이너스였다가 올해 겨우 플러스가 됐습니다. 0.4~1.0 WAR, 냉정히 말해 그게 심수창에게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전망이 아닐까요?

반면 박한길은 '유리몸' 이미지가 있지만 2년의 재활을 거쳐 올해 1군까지 올라온 파이어볼러입니다. 거기다 유망주들의 각성과 활약에 제약이 되는 군대라는 문제까지 해결한 상태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투수이기에 이대로 끝날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가다듬어 잠재력을 터트린다면? 노경은이 될 수도, 신재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망주라는 건 원래 쉽게, 헛되이 판단해선 안되는 씨앗들입니다.



4) 정리

150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유망주는 드래프트에서도 쉽게 보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구단 소속이 된데다 군필 딱지까지 붙었다면 된다면 트레이드로 데려오긴 훨씬 어려운 법입니다.(면제가 아니라 공익이라고 합니다. 정정합니다.)

롯데는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커리어 통산 3점대 ERA를 기록한 적이 없는 투수를 내주면서 군필/21세/파이어볼러 투수를 얻어왔습니다. 거기다가 1억 1천만원은 덤이네요.(면제가 아니라 공익이라고 합니다. 정정합니다.)

오랜만에 롯데가 해냈습니다.

저는 내년 한화 야구를 봐야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



ps. 2차드래프트 전에 한화 20인+40인 명단을 예상한 적이 있었는데,



대충 이러했습니다. 송은범-배영수를 빼는 등 가차없는(!) 명단 작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차일목이 들어왔으니 허도환을 뺀다면 1명의 여분이 남습니다. 혹시 여기서 박한길을 빼고 송은범/배영수를 넣은 걸까요? 저라면 차라리 김회성이나 장운호를 넣었을텐데요.

물론 20인 명단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크게 바뀌긴 한다지만... 어떻게 박한길이 풀린 건지 여전히 미스테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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