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16/04/24 01:33:01
Name   kpark
Subject   왜 김성근 얘기를 꺼내지 않는가
먼저, 한화 팬임을 밝힙니다.

둘째로, 지난해부터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서 펼친 야구에 대해 비판해 왔음을 밝힙니다.

셋째로, 지금도 '한화 감독 김성근'에 대한 생각은 같음을 밝힙니다.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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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한화의 독이 됐습니다. 시작은 그러하지 아니했을지 몰라도, 의도는 아닐지 몰라도, 지금 당장 결과는 그렇습니다.

정말 쓰기 싫지만 이유를 조목조목 정리해보겠습니다.

[피로감을 느끼시는 분, 이미 대부분 내용을 아시는 분은 아래 나열된 것을 지나치셔도 좋습니다.] 저도 패스하고 싶은 내용들 천지입니다.

1) 1군에서 펼치는 전술은 조급함으로 가득차 있어, 선수들은 항시 덕아웃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2) 유망주들은 오늘 당장의 성적에 집중하느라 내일의 성장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3) 감독은 현재의 성적에만 골몰하느라, 팀의 미래에는 신경쓰고 있지 않습니다.
- 단적인 예로 지난해 FA 선수를 영입하면서 팀의 미래로 여겨지던 투수 자원의 유출을 허용했습니다.
- 즉시 전력감이 아니란 이유로 전역한 선수들을 방출하고 있습니다(팀이 보유할 수 있는 선수 숫자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 마찬가지로 20대 후반, 30대의 베테랑 선수를 영입했고 신인들은 정식 선수가 아닌 육성 선수 신분이 됐습니다. 회사원으로 치면, 신입사원이 1년도 안돼 계약직이 된 것입니다.

4) 3의 결과로 2군 경기는 '즉시 전력감' 선수들이 컨디션 회복을 하는 장소가 됐습니다.

5) 또한 2군에서 선발로 나서 경기 진행을 해야할 투수들은 1군으로 불려가 '폼 교정'을 받고 있습니다.
- 그 결과 2군 선발진은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 현재 2군 성적은 1무 12패입니다. 1승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6)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혹사입니다. 당장의 성적에 눈이 멀어 투수들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 권혁, 박정진, 송창식의 평균 구속은 시속 5km 혹은 그 이상까지 줄어들었습니다.

7) 감독은 공격, 수비, 주루, 투구 전 분야에 간섭하고 있습니다. 코치들의 전문성은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 그 와중에 '전력분석 코치' 직함을 달고 있는 감독의 아들, 김정준 코치의 월권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일 겁니다.

8) 돈은 돈대로 썼는데, 이상한 데다 썼습니다. 남들은 4번타자에 90억을 쓰는데, 1년에 80이닝 나오기도 힘든 마무리 투수에게 80억을 썼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현재에 올인하느라 미래를 버린 야구. 그러나 현재도 잡지 못하는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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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게 내용을 늘어놓은 이유는... 저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가 하고싶었기 때문입니다.

저 스스로 굉장히 헤비한 야구 팬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화 관련 기사는 90% 이상 빠짐없이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리그도 봅니다. 다행히 메이저리그 응원 팀은 없네요.

다른 커뮤니티도 보고, 눈팅합니다. MLBPARK 굉장히 자주 봅니다. 가끔 글도 씁니다(요샌 거의 스킵합니다). 홍차넷 발원지인 pgr도 눈팅합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분 중에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김성근 관련 소식을 속보 전하듯이, 호외 전하듯이 얘기해야 한다는.

사소한 계몽의식의 일환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같이 공분하자는 의도가 섞인 것 같기도 합니다. 단순히 관심있는 팀 소식이라 정리하고픈 마음도 있을테고요.

한 두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도 지난해엔 홍차넷에 한화 얘기, 투수진의 혹사 얘기를 끄적이곤 했습니다.

올해는 자제했습니다. 연전연패가 계속되어도 그랬습니다.



솔직히 피곤했습니다. 다 아는 소식이기도 하고, 옆 동네에서 늘어지게 듣기도 했고, 심지어 이젠 대형 포탈 사이트에도 도배되는 얘기들입니다.

그러다보니 굳이 써봤자 굉장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지난해와 바뀐 것도 없습니다.

아, 바뀐 것 하나 있네요. 성적이죠.

저는 솔직히 지금 성적이 아니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해나 올해나 기용 방식은 똑같습니다. 권혁도, 박정진도 그랬습니다. 송창식이 눈에 더 띌 뿐입니다.

스포츠 전문지들이 김성근 감독에게 가열차게 십자포화를 가하는 걸 보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입니다.

왜 지난해엔 그러지 않았는지 짜증납니다.

건수 하나 제대로 물었다는 듯이 태세변환을 하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맞는 소리를 해도 이렇게 가식적인 태도로 할 수 있구나 싶습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제가 얘기한다고 해서 바뀔 것도 없고, 지난해부터 똑같은 모습이었는데다 웬만해선 팬들도 다 알 법한 내용들인데 분석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고...

시간낭비일 뿐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얘기하지 않습니다.



P.S. 4월부터 이렇게 감독에게 십자포화를 꽂아대는 건 처음 봅니다. 임기 내 경질, 적어도 올해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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