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아닌 펌글, 영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글들도 게시가 가능합니다.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특정인 비방성 자료는 삼가주십시오.
Date 17/03/21 18:51:05
Name   알료사
Subject   작가 유형별 여관 가기
경계가 느슨해진 사적인 술자리에서 오갈 법한 따끈따끈한 대화를 나눴다고 해두자

밤이 깊어감에 따라 경계는 무너지고 분별은 무뎌졌을 것이다

그러니 그날 저녁 당신과 내가 평소의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셨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것은 없을 테지

그리고 당신과 나는 여관에 갔다

이 대목에는 디테일이 필요하다

디테일은 독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도 디테일의 마술에 의해 있을 법해지기 마련이다


인간의 성적 욕망을 대담하게 표현했던 D.H.로렌스였다면 어땠을까

- 화장실에 다녀오던 당신은 내 귀에 훈김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선생님을 읽고 싶어요.


하드보일드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적 방식은 어떤가

- 비틀거리며 술집에서 나왔다. 도시의 한밤은 쥐새끼처럼 소란스럽고 교활했다.
  당신의 뾰족한 입술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못 할 것도 없잖아.
  나는 당신의 손목을 낚아채고 여관을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제임스 조이스의 방식은 어떨까

- 다섯번째 택시가 승차를 거부하고 떠나버렸을 때 별로 낙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표정을 훔쳐보며
  나는 당신이 나와 생각이 같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됐다.
  여섯번째 택시기사가 당신의 행선지를 알리는 내 외침에 고개를 저으며 지나쳤을 때 나는 체념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좀 쉬었다 갈까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당신의 손목을 붙들고 나는 여관이 즐비한 뒷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다.
  흥분과 죄책감으로 들끓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당신의 손목을 붙든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김경욱 / 위험한 독서 中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971 오늘자 주식방송 근황 2 데이비드권 22/06/14 1770 0
59611 [해축] 사비 알론소의 감독 데뷔전.gfy 손금불산입 22/10/09 1770 0
59757 압축매트리스 사면안되는이유 1 모루 22/10/18 1770 1
60202 국내 최장 인천대교서 잇따른 추락사.jpg 4 김치찌개 22/11/30 1770 0
60527 스무살 한 청년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행동.jpg 김치찌개 23/01/02 1770 0
60687 키움 이정후가 일본 대신 MLB에 가고 싶은 이유.jpg 4 김치찌개 23/01/12 1770 0
60706 우리가 느끼는 카드값 4 swear 23/01/14 1770 0
60708 이동진이 뽑은 2022년 최고의 한국 영화와 최고의 외국 영화.jpg 김치찌개 23/01/14 1770 0
60836 컴알못 가르치는 컴퓨터 1타 강사.jpg 2 둔둔헌뱃살 23/01/24 1770 2
61493 고기집 앞에서 주인과 싸운 강아지 ㅋㅋㅋㅋ 둔둔헌뱃살 23/03/12 1770 1
61089 한 벌에 100만원 넘는 교복 논란.jpg 김치찌개 23/02/10 1770 0
61123 OpenAI가 불가능한 일을 해냈습니다 2 T.Robin 23/02/13 1770 1
61138 눈사람 살인사건의 해피엔딩.jpg 둔둔헌뱃살 23/02/14 1770 0
61147 초밥이 땡겨서 급발진 홈마카세 3 swear 23/02/15 1770 0
61213 부사 '다만'은 남용되고, 어미 '-다만'은 오용되고 있다. 뉴스테드 23/02/19 1770 5
61397 아이에게 개목줄을 채운 부모 3 swear 23/03/04 1770 1
61706 자쿠 식칼 2 활활태워라 23/03/28 1770 0
61719 땀 많이 나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 ㅠㅠㅠ 7 둔둔헌뱃살 23/03/29 1770 0
62175 가로수 심는데 27억쓰고 10억들여 다시 뽑겠다는 원주시.jpg 2 김치찌개 23/04/29 1770 0
62283 요즘 4세대 대세 걸그룹 선호 연령대.jpg 3 김치찌개 23/05/06 1770 0
62398 MBTI 무료검사의 실체.jpg 6 김치찌개 23/05/15 1770 0
62474 230521 오타니 쇼헤이 시즌 11호 솔로 홈런.swf 1 김치찌개 23/05/21 1770 0
62703 교수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처럼 사진을 찍어와라 2 레몬버터 23/06/08 1770 0
63469 울릉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말하는 울릉도 찐맛집 1 swear 23/08/13 1770 0
63488 아빠 손이 걱정되는 애기 2 swear 23/08/15 1770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