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아닌 펌글, 영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글들도 게시가 가능합니다.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특정인 비방성 자료는 삼가주십시오.
Date 18/08/04 12:36:06
Name   알료사
Subject   김밥집에서 있었던 일

출처 :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808020021306857&select=&query=&user=&site=&reply=&source=&sig=hgjzGf-1ih6RKfX@hlj9RY-Yhhlq


퇴근길에 운동가기 전 저녁이나 간단히 떼울까 하여 근처 김밥집에 들렀습니다.

라면에 돈까스김밥을 한 줄 시키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젊은 남녀가 들어오더군요. 한참 메뉴를 신중히 고르더니 참치돌솥과 냉면을 시켰습니다. 여자분은 화장실을 가고 남자분 혼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음식을 기다리는 중인데 70대와 40대 정도로 보이는 모녀가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며 가게로 들어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따님이 그 남자분 앞에 서서 뭐라고 하십니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무슨 소리인지는 들리지 않고, 남자분도 난감해 하는 사이 주인아줌마가 양해를 구합니다. ‘혹시 자리 좀 옮겨줄 수 있어요? 이 분이 이자리에만 앉으셔서...’ 어머님도 바로 죄송하다며 말씀을 잇습니다. ‘아이고, 미안해요, 우리애기가 자폐가 있어서 꼭 여기만 오면 이 자리를 고집해서, 미안해요. 총각...’그 커플 자리에는 밑반찬이랑 물등이 대충 세팅된 상황이지만, 남자분은 전혀 망설임없이 ‘아유, 그러세요. 여기 앉으세요.’라며 바로 비켜주더군요.

얼마 뒤 자리에 돌아온 여자분이 ‘어? 자리 옮겼네?’라고 묻자 남자분이 ‘응, 여기가 더 시원해서~, 음식 나왔다. 얼른 먹자~’라며 말을 돌립니다. 원하는 자리에 앉은 모녀의 어머니는 딸에게 묻지 않고 언제나 그래왔듯 자연스럽게 김밥 한 줄을 주문합니다. 그리고서야 묻습니다. ‘아가, 또 먹고 싶은 거 없어?’ 따님은 잠시 고민하다 우유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어머님은 이거 먹고 나가서 사주겠노라 약속을 하시고 나온 김밥 한 줄을 따님과 나누어 드십니다. 마치, 제가 혹은 제 와이프가 제 네살난 딸아이를 어루듯 그렇게 노모는 따님을 어루어줍니다. 그 어머님 마음에는 최소 40대는 되었을법한 그 따님이 아직도 아가인 거겠지요...

제가 먼저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을 감히 동정하는 건 아니지만, 불편한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봅니다. 그리고 김밥 한 줄 팔아주는 손님이지만 VIP 예우하듯 자리양보를 부탁하고 친절히 두분 국물까지 챙겨주는 주인아주머니 마음씨에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또한 노모가 아쉬운 소리를 한 번 더 하지 않도록 애둘러 자리를 옮긴이유를 설명한 그 남자분의 작은 마음씀씀이에도 왠지 모를 고마움이 느껴집니다.

글쎄요. 제가 나이가 들어 감수성이 풍부해진건지, 아님 애아빠가 되면서 더욱 감정이입이 된것인지는 몰라도 오늘 제가 겪은 이 짧았던 일들이 결코 가볍지 않게 기분좋으면서도 무언가 다시금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는 듯 합니다.






저는 옆동네에서 보고 가져왔는데 그곳에서의 제목은 <여친이 있는 이유> ㅋ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유머 게시판 이용 규정 9 Toby 15/06/01 64961 9
70233 개붕이 누나위해서 6천만원 대출받았다 swear 25/12/05 248 1
70232 웹툰작가가 실제로 보고 그린 강호동.jpg 1 둔둔헌뱃살 25/12/05 422 0
70231 신용카드로 살 수 없는 것 4 먹이 25/12/05 598 0
70230 너 당구 개못하잖아 1 swear 25/12/05 379 0
70229 2026 탑기어(TopGear) 어워즈 올해의 차 2 swear 25/12/05 337 0
70228 Art Basel at Miami Beach의 전시작품 맥주만땅 25/12/04 325 1
70227 830만 유튜버가 뽑은 최고의 한입.jpg 5 김치찌개 25/12/04 772 0
70226 은행원인데 오늘 현타왔던 일 11 swear 25/12/04 877 0
70225 어디서 주워온 C 개발자용 개그 하나 11 T.Robin 25/12/04 737 0
70224 러너들이 정말 부러워한다는 동네 4 swear 25/12/04 636 1
70223 251203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38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3점슛 5개.swf 김치찌개 25/12/04 99 0
70221 또 다시 터진 광장시장 고질병.jpg 김치찌개 25/12/04 465 0
70220 사명감을 가지고 남극 간 백종원.jpg 3 김치찌개 25/12/04 391 0
70219 200억 기부한 연예인의 마인드.jpg 김치찌개 25/12/04 340 0
70218 나무끼리 노래방 가면 간점 필수인 이유 이이일공이구 25/12/04 230 0
70217 악몽으로 남은 치료센터 3 swear 25/12/04 548 0
70216 인간극장 초등학교 동창 순애 부부 3 swear 25/12/04 548 0
70215 병원 이름이... 2 먹이 25/12/03 472 0
70214 간혹가다 한두명씩 있다는 떡볶이 취향.jpg 9 둔둔헌뱃살 25/12/03 650 0
70213 홍석천의 매운 드립 2 swear 25/12/03 554 0
70212 제 차량이 미사일에 맞았습니다 swear 25/12/03 358 0
70211 막내때문에 이름 맞추기 실패한 사남매.jpg 5 둔둔헌뱃살 25/12/03 495 0
70210 아이가 아파도 소아과 못 가는 이유.EU 7 매뉴물있뉴 25/12/03 765 0
70209 본명이 이승리였던 모모랜드 낸시가 개명한 이유 ㄷㄷㄷ 2 둔둔헌뱃살 25/12/03 62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