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아닌 펌글, 영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글들도 게시가 가능합니다.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특정인 비방성 자료는 삼가주십시오.
Date 18/01/02 05:07:37
Name   알료사
Subject   갇혀서 책읽기?
아래 도서관 글을 보고 생각나서.. ㅋ

.
.
.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내기> 중 일부입니다.


캄캄한 가을밤이었다.

늙은 은행가는 사무실 이 구석에서 저 구석으로 오락가락하며 십오 년 전 가을에 열렸던 파티를 회상하고 있었다.
손님 중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흥미로운 화제들이 거론되었다. 그 가운데는 사형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학자와 기자들이 적잖이 포함된 손님들 대다수는 사형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이 형벌이 기독교
국가에서는 낡고 무익할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인 제도라고 판단했다. 그들의 의견으로는 사형 제도를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러분에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파티의 주최자인 은행가는 말했다.

"나는 사형도, 종신형도 겪어보진 못했지만 내 생각으로는 사형이 종신형보다 더 윤리적이고 인간적이라고 봅니다.
사형은 단번에 죽이지만 종신형은 천천히 죽이는 것이죠. 몇 분만에 죽이는 것과 오랜 세월을 질질 끌면서 생명을
앗아가는 것, 어느 쪽이 더 인간적입니까?"

손님들 중의 누군가가 대답했다.

"두 쪽 다 생명의 박탈이라는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는 신이 아닙니다. 돌려받고 싶어도 돌려받을 수 없는
생명을 국가가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스물다섯 살쯤 된 변호사였다. 사람들이 그의 의견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둘 다 비윤리적이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누가 나에게 사형과 종신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물론
종신형을 선택하겠습니다. 어찌 됐든 사는 게 아예 없어지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요."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그때만 해도 젊었고 그래서 예민했던 은행가는 평정을 잃고 주먹으로 책상을 쾅 치며 젊은 변호사를 향해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독방에 오 년 동안 들어가 있을 수 있다면 이백만 루블을 걸겠소"

"오 년이 아니라 십오 년을 조건으로 내기에 응하겠소."

"십오 년? 그러지!"

은행가는 소리쳤다.

"여러분, 내가 이백만 루블을 걸겠습니다!"

"좋습니다! 당신은 이백만 루블을 거세요, 나는 내 자유를 걸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지독하고 황당한 내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스스로도 계산이 안 될 정도로 돈이 많았던 탓에 건방지고 경솔했던 당시의 은행가는 이 내기에 꽤나 흥분했다.
저녁 식탁에서 그는 변호사에게 농담삼아 말했다.

"젊은이, 아직 늦지 않았으니 정신을 차리시오. 나야 이백만 루블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신은 인생의 황금기를 삼사 년 잃게 되는 것 아닙니까. 삼사 년이라고 말한 이유는 당신이 그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운 나쁜 젊은이,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스스로 택한 감금은 강제적인 강금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이오. 매 순간 당신이 독방에서 나갈 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당신의 존재 전체에 독을 퍼뜨릴 겁니다. 난 당신이 불쌍해요!"


그날 저녁 이후 변호사는 은행가의 집 정원에 지어진 바깥채 중 하나에서 엄중한 감시 속에 감금되도록 결정됐다.

그에게는 십오 년 동안 바깥채의 문턱을 넘을 권리, 살아 있는 사람들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권리, 그리고 편지나 신문을 받아볼 권리를 박탈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악기를 지니고 있거나 책을 읽고 편지를 쓰는 일, 그리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은 허용되었다. 조건에 따르면 그가 외부 세계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접촉은 이 내기를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작은 창문을 통하여, 말없이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책이든, 악보든, 술이든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메모지에 쓰면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지만 반드시 창문을 통해야만 했다.

계약서는 완벽한 독방 감금이 되게끔 구석구석까지 면밀하게 검토되었으며 이에 따라 변호사는 정확시 1870년 11월 14일 12시부터 1885년 11월 14일 12시까지 감금되도록 되어 있었다. 변호사 쪽에서 조금이라도 조건을 위반할 경우에는 설령 기한을 마치기 2분 전이라 할지라도 은행가는 그에게 이백만 루블을 지불할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 중략...)

육 년 반이 되었을 때, 변호사는 외국어와 철학과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런 학문들에 너무도 탐욕스럽게 몰입했기 때문에 은행가는 책을 대주기가 벅찰 정도였다. 사 년 동안 그의 요구에 따라 주문한 책이 육백여 권에 달했다. 그 몰입의 기간동안 은행가는 변호사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았다.


<친애하는 나의 간수님. 당신에게 이 문장들을 여섯 개의 언어로 쓰겠습니다. 이것을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읽어보라고 하세요. 만약에 그들이 틀린 곳을 한 군데도 찾아내지 못할 경우에는 간청하건데 사람을 시켜 정원에서 총을 한 발 쏘도록 해주세요. 그 총소리는 나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 줄 것입니다. 온 세상의 천재들이 수천 년에 걸쳐서 다양한 언어로 진리를 말했지만 그 말들 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오, 내가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음으로써 내 영혼이 누리는 천상의 행복을 당신이 알기나 할까요!>


(... 중략...)

노은행가는 이 모든 것을 회상하며 생각했다.

"내일 열두시에 그는 자유를 얻을 것이다. 약속한 대로 나는 그에게 이백만 루블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돈을 주면 나는 여지없이 파산할 것이다..."

십오 년 전만 해도 그에게는 계산이 안 될 만큼 많은 돈이 있었지만 지금은 스스로에게 묻기가 두려웠다. 자신의 돈과 빚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아슬아슬한 주식 놀음, 도박과 다름없는 투기에 대한 열정은 나이가 들어서도 버릴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사업은 조금씩 기울었다. 그리하여 대담하고 자신만만한 갑부는 이자율이 조금이라도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부들부들 떠는 이류 은행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만 루블이 어느정도 거금인지 예측이 힘들지만...  당시 물가가 대충 다음과 같았다 합니다.

서기 월급 10 ~ 35 루블

비서 월급 50 루블

교사 연봉 1000루블

월세 3~6루블

샴페인 9루블

관리 제복 11.5 루블

모피코트 25루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유머 게시판 이용 규정 9 Toby 15/06/01 49431 9
65866 델리만쥬 처음 만든 나라 swear 24/05/03 14 0
65865 국밥집 아주머니 울린 썰 swear 24/05/03 146 0
65864 240502 야마모토 요시노부 6이닝 5K 0실점 시즌 3승.swf 김치찌개 24/05/02 52 0
65863 230402 이마나가 쇼타 6이닝 9K 0실점 시즌 1승.swf 김치찌개 24/05/02 47 0
65862 순대 사기치다가 욕쳐먹은 광장시장 근황.jpg 1 + 김치찌개 24/05/02 416 0
65861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효과.jpg 6 + 김치찌개 24/05/02 431 0
65860 서울 국제불교박람회.jpg 2 + 김치찌개 24/05/02 334 1
65858 아이돌이라면 툭치면 나오는 포즈가 있어야 한다 2 + swear 24/05/02 282 0
65857 가게 마감 중 큰 벌레가 들어와 사장님에게 SOS 친 알바생들 2 swear 24/05/02 401 0
65856 벽을 타는 햄스터 4 골든햄스 24/05/02 348 0
65855 수학과 출신 직장인의 광기 7 + swear 24/05/02 420 0
65854 너넨 대학와서 봤던거중에 가장 신기한게 뭐였음? 4 swear 24/05/02 509 0
65853 오늘 코스트코에서 30불만 쓸 예정임 8 swear 24/05/02 616 0
65852 외향인과 내향인 얼굴 7 골든햄스 24/05/01 795 0
65851 남친한테 남은 고기를 냉동해달라고 부탁함 5 코리몬테아스 24/05/01 941 0
65850 미국 고딩들에게 인생 최애 영화 TOP4를 물어봤다 1 swear 24/05/01 689 1
65849 잘생긴 남자랑 7년째 같이사는 중 5 swear 24/05/01 1095 0
65848 거주지 묻는데 재수없게 대답하네 19 swear 24/04/30 1541 1
65846 수학여행 남자방 특징 4 swear 24/04/30 878 0
65845 18세 치매고양이의 하루에 달린 댓글 2 swear 24/04/30 685 0
65844 이동진이 실물로 보고 떨렸던 여배우 2명 13 swear 24/04/30 1022 0
65842 옛날 게임cd로 설치하고 실행해보자 5 swear 24/04/30 468 0
65841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기피한다는 직책.jpg 8 김치찌개 24/04/29 1164 2
65839 한강 자전거 가격.jpg 4 김치찌개 24/04/29 743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