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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6/02 13:07:08
Name   tannenbaum
Subject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땡전 한푼 없이 서울 올라와 처음 오피스텔 장만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임.

친했던 동아리 후배가 취업을 했는데 방구할 돈이 없다고 몇 달만 신세 지내자고 했음.

걔네집 형편도 알고 나도 빈손으로 고생해본지라 어지간한 원룸 보증금은 1년이면 될터이니 연말까지 있으라 했음.

돈 빨리 모으라 관리비는 물론이고 식비도 안 받았음.

역시나 사소한 부분부터 안 맞는게 많았지만 그놈도 참고 살겠지 싶어서 넘어 갔음.

하지만 그놈은 도를 점점 넘기 시작했음.

청소 빨래는 물론이거니와 지가 먹은 설거지도 않하고 며칠씩 쌓아 놓기 일수에 아무데나 양말 팬티 던저 놓았음.

게다가 사람 데려오지 말라 했는데 술 처먹고 지 친구들 회사 동기들 데려와 자고 가기 시작했음.

그러다 일이 터졌음.

주말에 시골집에 다녀왔는데... 내 침대에서 지 여친이랑 잉야잉야를 하고 있었음. 내 침대에서.

그날 나는 폭발했고 이러저러한 사항을 지키지 않음 바로 내보내겠다 선언했음.

물론 그 뒤로도 툭하면 지멋대로 했지만 뱉은 말이 있기에 1년 채워서 내보냈음.

그 결과 동아리 선후배들에게 학자금 갚느라 돈 한푼 없는 거 뻔히 알면서 한겨울에 길바닥으로 내친 냉혈한에다 집주인이란 이유로 1년 동안 노예처럼 부려먹은 갑질대마왕이 되어버렸음.

역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님.

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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