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에 깔린 생각의 차이를 지적한 겁니다. 앞의 것은 작은정부+시장주의가 바탕이고, 뒤는 보모국가가 바탕이 되는 거니까요.
전자는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고, 같은 돈으로 더 큰 후생을 얻기를 기대하는 정책입니다. 시장의 효율성이 정부의 효율보다 좋다는 것, 그리고 자기들에게 필요한 것을 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선택에 맡기며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겁니다.
보모국가는 정부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부예산의 총량을 늘리려고 하지요. 시장의 실패를 정부의 정책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개개인의 판단보다는 정책 목표에 따른 예산 사용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전제가 있는 거고요.
쌀을 주면 다들 밥만 먹고 끝나지만, 돈을 주면 저렴한 국수를 먹고 남은 돈을 투자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도 나오겠죠. 거꾸로 돈을 주면 밥 대신 소주 사먹고 드러눕는 사람이 나오겠지만, 쌀을 주면 최소한 모두가 밥은 먹게 될 겁니다.

게다가 '한국형 기본소득'은 돈을 뿌리면 소비가 늘어서 경제 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가정에 기반한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의 기본소득은 돈을 쓰는 주체가 달라지는 정도라면, 한국형 기본소득은 용돈을 정부에게 받는 것이라는 차이가 납니다.
'국민이 현찰을 받는다'는 결과는 같지만 둘은 절대로 같은 정책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