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공부하는게 거의 직업인 사람으로써 솔직히 말해 좀 짜증나는 유투브네요. 시간이 좀 나니 한번 좀 길게 써봅니다. 요새는 경제성장률이 하도 떨어지다보니 이런 제로섬(zero-sum) 시각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굉장히 많이 반박되었고 동시에 바람직하지조차도 못한 시각입니다. 세련되게는 포스트 케인지언적인 시각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큰 파이가 있고, 이를 제도적으로 기득권층이 독점하고 있다" 그럴싸하면서도 사실 여러 개발도상국에서는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전매권을 주기도 하고 시장 독과점을 견제할 장치가 실상 없기도 하죠.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기업의 마크업(mark-up)이 급격하게 늘어서 기업의 시장지배력이란 관점에서 비슷한 느낌의 주장이 나오고 있고 설득력도 있습니다. 이런 시각이 소위 말하는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 아이디어라고 봅니다. 임금이란 것은 기여도에 따라 시장에서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적으로 정하기 나름이다. e.g. 최저임금.
결과는 어떤가요? 내일부터 근로자 임금에 0을 두개씩 더붙이기로 사회적으로 합의하면 우린 모두 부자 되는건가요? 국회에서 법 조문 바꿔서 모두가 잘 살게 된다니 법전에서 쉐일가스라도 뿜어져나오나요? 제도의 공정성을 강조하는게 틀렸다는게 아닙니다.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라는 책으로 대표하는 제도적인 시각이 대체로 맞는 말이긴 하지만, 가까운 한국, 일본, 중국, 미국도 포함해서 실제 고도성장의 역사는 어땠나요? 다소 반시장적 제도가 팽배해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굉장히 고전적 성장모형을 따라갔습니다. 자본축적하고 기술개발하고 수출하면서 배우고 시장 늘리고 대기업 키워놨죠, 과거의 패턴이 꼭 반복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데이터에 기반하면 보통 상상하는 소득주도 성장과는 거의 정반대의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 부작용을 해소하는건 중요하지만, 그러니까 그 반대로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웃기는 겁니다. 근거가 뭔데요? 그런 데이터가 얼마나 뒷받침 되나요. 현실은 극우정권인 아베 아래에서도 여성노동참가율이 쑥쑥 자라고 추가로 경제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나요? 제가 느낄 때는 경제정책은 기승전 시장이에요. 인센티브가 적절히 제공되고 시장 메커니즘이 한 바퀴 굴러가고 이후에 사람들 더 달라붙어 직업과 타운이 생기기 시작하면 아무튼 ok입니다. 문제는 대체 어떻게 시장이 생기게 해주냐,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내고 그걸 돈벌이의 장으로 보장해주냐 거기서 온다고 봅니다.
전 솔직히 말해서 제로섬 시각은 국지적으로는 말이 된다고 보지만, 경제전체로는 말이 안된다고 봐요. 무역전쟁해서 아무튼 우리만 잘 살자. 외노자 몰아내면 우리는 더 잘 살 수 있다. 그 끝은 둘 다 지는 게임이에요. 이민이 노동공급도 늘리고 수요도 창출하고 새로운 문화도 들여오는거죠. 결국엔 새로운 공급, 새로운 수요, 새로운 문화 그게 경제성장을 일으키지 그럼 똑같은 사람들끼리 우글우글 모여있음 경제성장이 계속 될 수 있을까요? 아직도 폐쇄적인 경제 생각하는 철지난 사람은 없어졌고, 다 개방경제로 돌아섰는데 아무튼 그 중에서도 나만 더 유리하고 싶다. 상품시장 문은 열지만 국제 자본이동도 줄이고 노동이동도 줄이고 싶다.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근데 웃기게도 요새는 이런 시각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제로섬 시각은 셀프 필터링 하면서 더 건설적인 논의를 고민해야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이런면에서 정말로 정치와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