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대로 매수여력이 있음에도 전세의 장점 때문에 전세를 선호하던 사람인데요.

1. 부부 두 사람 모두 '평생직장'에 몸담고 있지 못해서 언제든 근무지/근거지의 변동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2. 부채가 없거나 적어 매여 있는 느낌이 없고, 언제든 직장을 훌훌 털고 일정 기간 게임만 하고 책만 보거나, 여행만 다니는 삶을 (실현까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꿈꿀 수 있었다는 점

3. 자가 매수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향후 투자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없고 현재 주거의 편의성과 가치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되었던 점.

4. 서울에서 20여년 여러 곳의 월세/전세를 살면서 비상식적으로 괴롭히거나 비합리적으로 금액을 올리는 집주인을 만나지 않았던 점. 거주의사에 반해서 쫓겨나는 경험을 한 적이 없던 점. 직전 거주 중이던 전세집은 5년간 집주인과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묵시적 갱신이 반복되던 집인 점.

5. 전세보증금+자산+영끌을 통해 주택을 매수 시 얻을 수 있는 주거의 질 상승이 딱히 뚜렷하지 않았던 점.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어느 정도의 집값 상승(현금가치 하락)은 그 비용으로 지불하고 감내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2019-2020 집값 상승이 '어느 정도'가 아니었던 게 문제지.. 저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굴복하여 영끌 노예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습니다. 본문에 설명된 자가 보유의 장점은 분명 있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