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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3/16 16:51:44
Name   어드전
Subject   박찬욱 감독이 키노에 썼던 좋아하는 영화랑 과대평가된 영화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개봉 기념으로 올려봅니다.
아마 JSA만들기 이전일거고 그땐 이런류의 글이 먹어주던 시대였나 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Best 10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19,283편의 영화 중에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순서대로 10편을 골라봤다.

1. 가르시아 (1974, 감독 : 샘 페킨파)
애인의 옛 머리를 그의 옛 애인에게 데려다주는 여행이라니! 모두들 너무 심각해서 코믹하다. 늙을수록 엉뚱해지는 작가가 좋다. 나의 우상 워렌 오티스의 최고작.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과 루이스 브뉘엘, 샘 페킨파가 사랑했던 멕시코.

2. 시스터즈 (1973,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브라이언 드 팔마의 가장 독창적인 작업. 가난하게 만든 영화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는다는 영화 역사의 미스테리. 생일 케이크 살인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 전체와도 안 바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해결의 라스트.

3. 손수건을 꺼내라 (1978, 감독 : 베르트랑 블리에)
부조리 유머의 대가 베르트랑 블리에는 당연 불어권 최고의 작가. 가부장제에 대한 유례없이 통렬한 비판. 자살한 파트릭 드웨어도 잊을 수 없지만 카롤 로르의 '웃지 않은 공주'처럼 매력적인 여인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4. 세컨즈 (1966, 감독 : 존 프랑켄하이머)
<페이스 오프>는 저리 가라.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기업에 말려든 한 사내의 악몽.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과 제임스 웡 하우 촬영감독이 서로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우기는 광각 렌즈의 전면적 활용. 할리우드 사상 가장 심각한 상업영화.

5. 키스 미 데들리 (1955, 감독 : 로버트 알드리치)
사나이 중의 사나이 로버트 앨드리치, 미키 스필레인의 파시즘을 박살내다. 판도라의 상자를 찾아가는 마이크 해머의 기이한 모험담. B무비 중의 B무비, 누아르 중의 누아르, 하드보일드 중의 하드보일드.

6. 사냥꾼의 밤 (1955, 감독 : 찰스 로튼)
악몽으로 각색된 <헨젤과 그레텔>이라고나 할까? 역사상 가장 능글맞은 배우였던 찰스 로턴이 만든 괴상한 동화적 심리 공포 필름 누아르. 오리지널 <케이프 피어>와 더불어, 로버트 미첨의 파충류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다.

7. 포인트 블랭크 (1967, 감독 : 존 부어맨)
내게 단 한 명의 배우를 고르라면 역시, 리 마빈. 이 초현실주의 필름 누아르에서 그의 무표정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잘 걷는 사나이 워커Walker는 줄기차게 복도를 걷지만 그가 겨냥한point 과녁은 텅 비었다blank. 한마디로, 쿨하다!

8. 복수는 나의 것 (1979, 감독 : 이마무라 쇼헤이)
한 연쇄살인자의 범죄 행각을 기록영화적으로 추적하다. 살인하고 손에 묻은 피를 자기 오줌으로 닦는 장면에서 그 비정함은 극에 달한다. 제자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모아준 돈으로 촬영을 시작했던 노감독 이마무라 쇼헤이의 결의가 비장하다.

9. 배드 캅 (1992, 감독 : 아벨 페라라)
아벨 페라라의 최고작. 타락한 형사는 구원받을 것인가. 성당에서 윤간당한 수녀의 국부를 클로즈업으로 '뜩!' 보여주는 데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복수의 립스틱>의 조 타메리스가 비공식 각본가로 참여하고 하비 케이틀이 자기 대사를 직접 썼다.

10. 말러 (1974, 감독 : 켄 러셀)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가 철저하게 해부되고 조롱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마조히스트적 쾌감. 정신병자 켄 러셀의 증세가 가장 악화된 상태를 알 수 있는 임상보고서이자 분방한 상상력이 뭔지를 알려주는 말러 뮤직 비디오.


과대평가된 영화 Best 10

물론 다 뛰어난 영화들이다. 다만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다는 게 죄라면 죄.

1. 풀 메탈 자켓 (1987, 감독 : 스탠리 큐브릭)
스탠리 큐브릭은 신비화된 감이 좀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많이 떨어진다. 훈련소를 묘사한 앞의 반은 걸작이지만,베트남에서의 뒤의 반은 범작에 불과하다.

2. 하나비 (1997, 감독 : 기타노 다케시)
<그 남자 흉폭하다> 나 <소나티네> 보다 훨씬 못하다. 아내와의 여행 시퀀스는 너무 유치해서 봐주기 힘들다. 앞의 반으로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3. 로스트 하이웨이 (1997, 감독 : 데이비드 린치)
너무 추켜세워주면 이렇게 된다. 자기 자신의 모티브들을 재탕 삼탕 우려먹는 안이함. 미완성 각본으로 폼만 잔뜩 잡는다.

4. 싸이코 (1960,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버나드 허만의 음악과 샤워실 장면을 빼면 막상 별로 남는 게 없는 영화. 의사의 해설로 모든 것을 해명하는 각본상의 단점. 히치콕 베스트 7에도 안 끼워준다.

5. 중경삼림 (1994, 감독 : 왕가위)
고독한 게 뭐 자랑인가? 고독하다고 막 우기고 알아달라고 떼 쓰는 태도가 거북하다. 특히 타월이나 비누 붙들고 말 거는 장면은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6. 그랑 블루 (1988, 감독 : 뤽 베송)
물 속에서 숨 오래 참기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다 속 풍경의 아름다움이라면 <아틀란티스> 쪽이 차라리 낫다.

7. 씬 레드 라인 (1998, 감독 : 테렌스 맬릭)
전쟁에 대한 그다지 독창적인 해석도 없는 데다가, 그 현학적인 독백들이란! 영화에 내레이션을 입힌 건지, 시 낭송에 배경 그림을 깐 건지.

8. 다크 시티 (1998, 감독 : 알렉스 프로야스)
젊은 영화광들이 열광하는 걸 보고 실망했다. 독일 표현주의와 필름 누아르를 분위기만 좀 배워와서 잔재주 부린 데 지나지 않는다.

9. 시민 케인 (1941, 감독 : 오손 웰스)
적어도 영화사상 최고작은 아니다. 자기현시적인 테크닉 과시로 일관할 뿐 스케일에 걸맞는 감동은 없다. 오손 웰스는 후기작들이 백 배 좋다.

10. 올리버 스톤의 킬러 (1994, 감독 : 올리버 스톤)
인디영화들의 노고를 훔쳐다가 떠들썩하게 팔아먹었다. '미디어 비판'이라는 명분으로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놓고 스캔들을 조장하는 교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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