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님 소원이 무료급식소 차려서 노숙자들 배불리 먹이는게 꿈이었던적이 있었죠.

근데 지금은 그런생각 1도 안하세요.

동생이 예체능계인데...예고 떨어져서 맘고생 심하다가 대학 붙은게 너무 감사해서 동사무소 통해 어려운 사람 몇분에게 소정의 돈 + 쌀 + 김치 보낸적이 있는데...공무원한테 기부한사람 연락처 알려달라해서 받아내더니 어머님 가게와서 돈 더내놓으라고 매일 깽판쳤다는군요.

심지어 여기저기 소문냈는지 자기는 왜 안도와주냐고 따지면서 또 장사 방해하고...


예전부터 구걸하는 사람 있으면 씻기고 밥먹이고, 돈도 얼마 쥐어주시는게 소소한 기쁨이셨는데, 그때 너무 심하게 당하셨는데 현재는 완전히 변하셨네요.

홍차넷을 통해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바하밥집' 을 후원하였고, 책도 인상깊게 읽었는데
홍차넷에서 이 글과 댓글 반응을 보니 좀 기분이 오묘하네요.
개인적으로 제 어머니도 공공화장실에서 노숙하던 어떤 여성분을 교회에 데리고 와서 씻기고 먹고 재우고 했는데
나중에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정말 곤란해지셨던 기억이 있네요. 결국은 그 분은 화장실로 도로 돌아가시더군요.
제 어머니와 저도 그 이후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라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홍차넷을 통해 읽은 '바하밥집' 에서도 그러한 내용들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인상에 깊게 남았어요.
아무리 많은 사랑과 관심, 인내를 쏟아부어도 단 한사람을 바꾸는 것조차 그토록 어렵다는 것,
기껏 변화되었다 싶은 사람조차 다시 배신하고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게 상처 입히는 일들,
더군다나 그런 일들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 노숙인들이 반복 반복....

그런데 그럼에도 바하밥집을 계속 운영하시는 그 멘탈이라고 해야할지 가치관이라고 해야할지 많이 배웠습니다.
'내가 이렇게 잘해 주니까 당신도 나에게 고마워하고 바뀌어라' 라는 당위로 접근하는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반응이고 어떤 모습이건 관계없이 베푸는 사랑, 그 일이 필요하니까 맡아서 하는 사명감,
종교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그렇게 값없이 주는 사랑이 예수님의 사랑이니까 그 일을 묵묵히 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해주는데 고맙지 않아? 내가 이렇게 하는데 왜 저따구로 행동하지? 다시는 안해. 라는건 노숙인을 위한 마음보다 자기만족이 좀더 크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요.
그런 인풋 아웃풋이 정상적으로 되는 사람이라면 노숙인으로 전전할리가 없겠죠. 이렇게 해도 나를 배신할 수 있고, 한번 바뀌었다 싶어도 도로 돌아가버릴수 있다. 그런 실망감과 배신감, 아픔까지 감안하고 하는 어려운 일이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 하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상식 밖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몹시도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고, 무한한 인내와 사랑, 넉살, 때로는 필요한 단호함, 그런 다양한 능력을 골고루 갖춘 리더십이 있고 그 뜻에 동참하는 많은 조력자들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다만 '이래서 저것들은 도와주면 안돼' 라는 식으로 마음을 닫아버리기 보다는,
노숙인을 돕는다는 것이 쉽지 않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럼에도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버린 이들에 대하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며 누군가는 그 일을 묵묵히 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