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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3/14 22:17:36
Name   私律
Subject   내가 겪은 귀신
미리 말씀드리는데 재미없습니다.
군생활을 경비교도대란 곳에서 했습니다. 그게 뭐냐고 하실 분 많을 거 같습니다.
5.18 때 광주교도소였나?로 시민군이 접근했을 때, 교정당국과 군에서 긴장했다죠. 시민군이 폭도도 아니고 당연히 별 일 없었습니다만, 교정시설도 자체방호력을 갖춰야겠다는 교훈이 나와서 경비교도대란 게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교도소 등의 경비를 맡게 되죠. 여기에 오면 감옥에서 살다보니 여기 귀신얘기도 알게 되죠.

1 들은 건지 읽은 건지 생각이 안나는데, 사동(아파트도 한 동에 여러 집이 모여 있죠? 그것처럼 감방이 모여있는 2~3층 건물이 사동입니다)마다 주인이 있답니다.
그 사동에 있는 재소자들(제가 있던 곳에선 적으면 백몇십에서 많으면 삼백)의 꿈에 한번씩은 나온답니다. 어느 사동은 할아버지, 어느 사동은 아줌마, 어디는 아기라죠. 그걸 그 사동의 주인이라고 한답니다.

2 제가, 아니 우리 부대가 겪은 건 감시대 귀신이었습니다. 감옥에 높은 흰벽이 있죠? 주벽이라고 하는데, 일정 거리마다 탑이 서 있고 사람이 들어가 감시합니다. 그게 감시대입니다.
이제는 없어진 시설이니까 구조를 말해도 상관없겠죠? 그 입구엔 철문이 있습니다. 그걸 열고 들어가면 꼭대기로 올라가는 철계단이 있고, 맨 위층엔 문이 있습니다. 그걸 열면 근무서는 곳이 나오죠. 그리고 지하엔 벙커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문이 잠겨있으면 그 사이 계단에는 사람이 들어올 수 없죠. 지하벙커에서 올라오지 않는 한. 물론 지하벙커는 다른 입구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철문은 잠가둡니다. 근무자가 교대하는 잠깐을 빼면 늘 잠겨있죠. 그리고 평소 사람이 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전 근무자와 교대하고 나면, 감시대에는 근무자 혼자만 있게 됩니다. 24시간 근무자가 있어야 하는 곳이니 밤에도 근무를 서야 하는데, 불을 못 켜게 합니다. 불을 켜면 밖에서 근무자가 훤히 보이니까요.

그런데 야간근무자들이 이상한 일을 겪게 됩니다. 아무도 있을 수 없는 감시대 철계단에서 발소리가 나는.
밤에 불도 못 켜고 근무를 서다보면, 누군가 철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난다고.
저도 겪었습니다. 한밤중에, 밑의 문도 안 열렸는데(제가 보고 있으니까 모를 수 없죠) 누군가 뚜벅뚜벅 철계단을 올라와, 꼭대기로 오는 문 바로 앞에 멈춰섭니다.
누군가 올라오려면 1층 철계단에서부터 소리가 나야죠.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거의다 올라온 곳부터 소리가 납니다.
겁에 질려 문도 못 열어보고, 공포탄이 든 탄창을 삽탄하고는 노리쇠를 후퇴시켰습니다. 문이 열리면 바로 노리쇠 멈치를 누르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총을 겨누고 문만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다음 근무자가 왔고, 내려가면서 보니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올라오는 소리는 났지만 내려가는 소리도 없었는데.

겪어보지 않은 고참이 그러더군요. 지하벙커에 숨은 고양이 아니냐고(문이 잠겼어도 고양이는 총안ㅡ총 쏘는 구멍ㅡ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고양이 발소린 그런게 아니죠.
일반 건물은 낮에 사람이 많이 다니며 눌려있던 곳이 밤에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끼익/팅하는 소리가 나는 일도 있습니다만, 그 소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말이 돌았지만,  그냥 겁 많은 애들의 헛소리 취급받았죠.
그런데 어느 교도관이 조용히 얘기하더군요. 그 감시대 옆이 병동이었는데, 병동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 감시대 지하 벙커에 뒀었다고.

하긴 재소자가 죽으면 다음 날 장례를 치르는게 아니겠죠. 그러면 그 동안 송장을 어디에 두겠습니까. 사람들 있는 곳에 둘 수 없고, 아무도 보지 않을 지하 벙커가 가장 낫겠죠.
교정시설에서 죽었으면, 그 삶은 어땠고 죽음은 어땠겠습니까. 귀신이 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감시대 근무를 벗어난 뒤에도, 감시대 귀신은 종종 나타났습니다. 제대하고 들어보니, 다른 소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군요. 거기선 귀신이 주벽 위를 달려서 오는 바람에, 감시대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있었다고. 참고로 감시대가 3~4층 건물 높이 쯤 됩니다. 미치기 전에는 그냥 뛰어내리지 않습니다.

아무튼 저는 귀신에게 복을 빌거나 그 밖에 귀신 때문에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죠. '그냥 그런 것도 있더라'하고 받아들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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