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아닌 펌글, 영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글들도 게시가 가능합니다.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특정인 비방성 자료는 삼가주십시오.
Date 22/07/19 23:44:22
Name   김치찌개
File #1   1.jpg (158.0 KB), Download : 24
Subject   첫 신병 휴가를 노가다판에서 보낸 군인.jpg


그렇게 15만원을 벌어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갔다. 영양실조와 감기몸살 진단을 내린 의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도록 놔뒀냐”고 혀를 찼다. 휴가 마지막 날 밀린 가스비를 내고 남은 돈을 할머니 손에 쥐어준 준호씨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준호씨는 고교 때부터 가장역할을 했다. 엄마는 준호씨가 9살 때 이혼한 뒤 소식이 끊겼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3년 전쯤 집을 나갔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패스트푸드점에서 밤 12시까지 청소를 한 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렸다.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일식집에서 하루 12시간씩 음식을 날랐다. 2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준호씨는 119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에서 혼자 상을 치렀다. 그는 “할아버지께 외식 한번 못 시켜드린 게 가슴 아파 그때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돼 군에 입대하게 된 준호씨는 홀로 남을 할머니를 위해 몇 달간 한푼도 안 쓰고 모은 300만원을 입대하는 날 건넸다. 그 돈을 소식도 없던 아버지가 찾아와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할머니가 난방이 끊긴 방에서 자다 앓아 누운 것이었다.

훈련소에서 훈련 받는 동안에도 그는 할머니 걱정으로 몰래 울다 동기들에게 들켜 놀림을 받기도 했다. 백일휴가를 마친 뒤 ‘나 없는 새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더 심해진 준호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소속된 1포병여단 예하 쌍호부대(경기도 파주시) 생활관 분대장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다. 본부 행정보급관 박종건 상사는 “궂은 일 도맡아 하고 예의바른 준호에게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랐다”고 말했다.


상황이 알려지자 부대 전체가 준호씨를 돕는 데 적극 나섰다. 대대장의 지시로 박 상사와 무선반장은 준호씨 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보살폈고, 아버지 주민등록을 말소해 할머니에게 매월 15만원의 정부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를 만나 할머니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부대의 배려로 준호씨가 특별외출을 나와 할머니를 몇 시간이나마 돌볼 수도 있었다.

같은 부대 350명의 장병들이 월급을 쪼개 150만원을 모금해 줬지만, 준호씨가 제대할 때까지 할머니의 월세와 생활비로는 부족했다. 그러다 박 상사가 조선일보·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벌이는 ‘우리이웃―62일간의 행복나눔’ 기사를 보고 사연을 적어 보냈다. 이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담당 사회복지사와 연계해 20개월간 월세·생활비 등 총 840여만원을 할머니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준호씨는 예전에는 남의 도움 받는 것이 싫어 학교 선생님이 용돈을 챙겨줘도 받지 않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제가 어려울 때 받은 사랑을 나중에 더 어려운 이들에게 보답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재 부대에서는 의가사제대(依家事除隊) 등 준호씨를 위한 조치를 강구 중이지만, 준호씨는 되도록 만기 제대를 할 생각이다.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언제 제대를 하든 남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군생활을 할 거예요.” 준호씨는 “일식요리를 밑바닥부터 착실히 배워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435 슈퍼히어로 우영우 7 알료사 22/07/21 2312 2
58434 우영우 7화 요약 3 알료사 22/07/21 2465 0
58433 길냥이 어드벤쳐 게임 알료사 22/07/20 1973 0
58432 간암 말기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jpg 3 김치찌개 22/07/20 2543 0
58431 어느 루리웹인의 레전드 레어템...jpg 6 김치찌개 22/07/20 3038 0
58430 당신의 첫 폰은?.jpg 4 김치찌개 22/07/20 1816 0
58429 죽일듯이 욕먹는 정성룡이 안타까운 김용대.jpg 김치찌개 22/07/20 1958 0
58428 배우 김래원이 엄마한테 인사하는게 신기했던 배종옥 딸.jpg 김치찌개 22/07/20 1806 0
58427 아내에게 말실수한 남편 ㅋㅋㅋㅋㅋ 둔둔헌뱃살 22/07/20 1678 0
58426 원달러 환율 4100까지 보는 전문가 13 알료사 22/07/20 3162 0
58425 밥먹다가 뜬금 저격당함 7 swear 22/07/20 2412 0
58424 아빠 치원해? 1 swear 22/07/20 1638 0
58423 침착맨 카페에 나타난 일침러 3 swear 22/07/20 3105 0
58422 딸을 워터밤축제 보내주고 싶은 어머니 1 swear 22/07/20 2252 0
58421 의정부고 졸업사진 2022 2 swear 22/07/20 5674 0
58420 첫 신병 휴가를 노가다판에서 보낸 군인.jpg 7 김치찌개 22/07/19 3127 3
58419 아내가 60 넘은 저에게 인생 첫 차를 사줬습니다.jpg 김치찌개 22/07/19 2576 8
58418 점점 일본을 닮아가는것 같은 요즘 직장인 점심식사 풍경.jpg 4 김치찌개 22/07/19 2430 0
58417 사모님한테 한방에 제압당하는 정찬성.jpg 김치찌개 22/07/19 1897 1
58416 복싱 15년차 장혁의 운동 루틴.jpg 김치찌개 22/07/19 2540 0
58415 수동 운전을 못 하면 1 다군 22/07/19 2255 0
58414 영화 '트루먼쇼'의 엄청난 디테일들.jpg 둔둔헌뱃살 22/07/19 1482 0
58413 어? 빗자루 방금까지 있었는데?? 1 Groot 22/07/19 2230 0
58412 고객님 그건 삼겹살이 맞습니다 9 swear 22/07/19 2774 0
58411 어르신들이 자주찾는 모닝세트 swear 22/07/19 185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