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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1/26 13:41:16
Name   Anakin Skywalker
Link #1   http://www.fmkorea.com/299753008
Subject   프로게이머로 중학교 일일강의 했던 썰

신안중학교.jpg 프로게이머로 중학교 일일강의 했던 썰


바야흐로 2012년, 당시 나는 제닉스 프로게임단 소속 던전앤파이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어..


아는 지인으로부터의 연락, 혹시 중학교에서 강의 한번 안해볼래?


당시 난 그냥 그저 게임만 할 줄아는 똥멍청이였을 뿐 누군가를 가르친다거나 하는걸 생각 해본 적도 한적도 없을 뿐더러


내가 과연 아이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줄 수 있을까? 나 때문에 괜히 프로게이머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는건 아닐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자리에서 확답을 못해고 생각 할 시간을 달리니깐 다시 온 답장..


2시간짜리 하루 강의 = 30만원 ㅇㅋ?


!! 


ㅇㅋ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콜을 외쳤고 뒤늦은 후회를 해봤지만 어쩌랴 부랴부랴 PPT를 만들고 어떤 내용을 알려줘야 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대망의 10월 12일 나는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서 아무도 없고 선생님분들만 나와계셨다


내가 있을 자리가...jpg 프로게이머로 중학교 일일강의 했던 썰


강의는 커리어멘토 직업을 JOB아라 라는 주제로 각 분야별 전문가 분들을 모셔서 전교생 학생들에게


원하는 직업의 수업을 듣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기억나는건 충남지방 판사님, 공군 비행기 조종수였던 대위님, 가수 황지환님, 축구선수 박민님, 뮤지컬 배우 황재열님 


성함은 기억안나지만 쉐프님부터 기타 10명이 넘는 분들이 오셨었는데 라인업을 보니 나같은 겜쟁이가 있을 자리가 아니였어..


왔다면 홍진호, 임요환 등 내놓으라하는 스타 게이머 분들이 왔어야 밸런스가 맞는거 같은데 강의료에 눈 멀어


이런 가시 방석에 왔다는게 세삼 도착하고나니 또 후회였지 ㅋ




아무튼 이렇게 다양한 직업 분야별 전문가 분들이 다 도착하고 나서 간단한 인사와 함께 수업 방향, 인원, 교실 배정 등


약 30분 정도의 설명을 듣고 나는 3층 잉글리시 룸을 배정 받았다. 사실 순위로 따지면 전체 중 내가 2위였다.


물론 강의 받는 학생 수로.. 1위는 요리사 ㅎㅎ.. 약 140명 정도가 내 강의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준비가 미흡해서 더 미안했다..





내가왜그랬을까.JPG 프로게이머로 중학교 일일강의 했던 썰



시작 된 강의, 몇일 준비한 PPT로 2시간동안 강의를 했는데 나도 내가 뭔 소리한지 잘 기억도 안난다.


그냥 개소리했던거 같은데 주 내용은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 부터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앞으로의 전망 등


지극히 객관적이지 못한 내 개인적 주관으로 수업을 해서 사실상 개소리에 가까웠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에게 당장 어머니에게 저 프로게이머 되겠습니다! 해서 안맞고 안 쫓겨 날꺼 같으면


하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사실상 쓰레기 ㅋㅋ) 


근데 사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학생들 눈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임 하면서 돈 번다, 매일 게임 할 수 있어서 부럽다


이런 인식이 강한데 내가 해본 프로게이머는 육체적으론 덜 피곤할지 언정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피곤한 직업이였어


나도 사람인지라 진짜 이날은 죽어도 게임 하기 싫은 날이 있는데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지..


일 하기 싫다고 출근 안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마찬가지로 게임에 돈이 걸리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 직업이 된다고 봐


그걸 절실히 느끼며 한판 질때마다 오만가지 인상 다 쓰면서 머리아프게 연습하던게 기억이 나네..



끝으로 작은 선물 몇개 준비했었는데 당시 제닉스 프로게임단 감독을 맡으셨던 홍진호 감독님 사인 마우스 패드에


던파 관련 굿즈 상품 몇개 줄려고 가져왔었어. 근데 14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이걸 어떻게 줄까 고민하다가


담당 선생님이 마침 감상문 쓰라고 시키시길래 잘쓴 애들 주라고 선생님 드렸어ㅋㅋㅋㅋ



그 순간 부터 놀랍게 감상문에 집중하더니 온갖 선생님 칭찬부터 장문의 소설을 쓰던 어린 친구들이 생각난다 ㅋㅋ


싹수가 벌써부터 누랬어 애들이..(농담임 ㅋㅋ)



당시 나에게 각 학생마다 질문지를 주고 내가 그 질문중에 몇가지 대답해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10에 9은 연봉 물어보길래 가슴아팠어.. 결국 돈이 궁금한거구나 하면서 ㅠㅠ


계약상 연봉은 공개가 금지 되있어서 말 못해줬는데 그냥.. 게임만 온전히 할 정도로만 받았어 ㅋㅋ..


상금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니 ;;



ScreenShot2016_0119_151523510.jpg 프로게이머로 중학교 일일강의 했던 썰


뭐 아무튼 던파는 나한테 별 희안한 추억이란 추억은 다 준거 같다 ㅋㅋ 프로게이머 하면서 진짜 별 이상한 일 다 겪어봤는데


이런 좋은 추억도 있고 별로 기억하기 싶지 않은 흑역사도 많았고.. 지금은 그냥 마창사 하나 키우면서 추억 팔이 하는데


10년 던파 인생.. 나한텐 아직까진 좋은 추억 같다.


재미없는 썰 봐줘서 고맙고 다음엔 또 재미있다 싶은거 하나 가져오께.. 혹 던파 하는 친구들은 친절하게 알려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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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스타 게이머 박진혁이 아니고 던파프로게이머랍니다

http://sports.news.naver.com/esports/news/read.nhn?oid=347&aid=000001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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