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벌한다는 것은, 그 처벌을 받는 사람은 저지른 잘못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입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지요. 이는 본디 권리와 그에 대한 책임은 함께 따라다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할 권리는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나, 혹은 무언가에 대한 책임은 있지만 그것과 관련된 권한을 받지 못하는 것은 모두 불공평하지 않나요?

이제 미성년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미성년자는 여러 가지 권리를 제한받고 있습니다. 자신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교육감이나 정치인에 대한 투표권도 없고, 술이나 담배도 하면 안 되고, 일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홈페이지 가입도 (원칙적으로는) 보호자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뭔가 큰 잘못을 저질러도 웬만해서는 구금되지 않고, 또 보호자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한 계약은 원할 때 취소가 가능한 등의 혜택도 보고 있지요. 이것은 미성년자는 권리가 제약되는 만큼 책임도 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성년자의 권리는 그대로 제약된 채, 책임만을 성인 수준으로 지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머리가 굵어진 청소년들은 틀림없이 이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심지어 실험에 따르면 원숭이조차도 불공평에 대해 분노한다고 하는데, 하물며 어엿한 인간인 청소년들이 분노하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미성년자가 지는 책임을 늘리려면, 그만큼 그들에게 권리 또한 함께 줘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위에서 링크한 천 판사가 말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 관한 것이지요.

물론, 미성년자가 지닌 권리와 책임의 균형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니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또, 미성년자와 성인을 막론하고 일부 범죄의 사법적 처벌의 수위 자체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며, 저 또한 거기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권리와 책임은 함께 한다는 대전제는 언제 어디서나 유효하므로, 미성년자의 책임을 성인 수준으로 늘리려면 결국 그들의 권리 또한 늘려줘야 한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