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조정의 최고위층이니 살짝만 밑으로 내려가면 업적이나 악행이 있지 않은 이상은 알기도 힘들지요. 그 사람들은 국가명이 바뀌어도 그대로 있었을텐데 굳이 여말선초 등으로 나누는 것도 웃기긴 했지요. 이 논리는 비단 여말선초 뿐만 아니라 사화나 환국 등에서도 그대로였겠지요.
피아니시모님의 비유를 좀 더 다듬자면 저 훈구/사림에서 훈구의 경우는 요즘말로 '적폐세력'에 더 가까울 거예요. 흔히 말하는 적폐세력을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잘근잘근 쪼개보면 사실 딱히 실체랄 게 없지요. 홍준표랑 박근혜가 3대째 혼인동맹으로 연결된 것도 아니고 양승태와 윤서인이 선후배 관계도 아니고 어찌어찌 비스무리한 멘탈리티를 공유하는 매우 느슨한 연결체 같은 거 아니겠어요. 인적물적 출입도 자유롭고, 조금만 중심부에서 멀어져도 색이 옅어져서 도대체 여기서부터는 적폐세력이고 저기서부터는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을 수가 없어요. 시쳇말...더 보기
피아니시모님의 비유를 좀 더 다듬자면 저 훈구/사림에서 훈구의 경우는 요즘말로 '적폐세력'에 더 가까울 거예요. 흔히 말하는 적폐세력을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잘근잘근 쪼개보면 사실 딱히 실체랄 게 없지요. 홍준표랑 박근혜가 3대째 혼인동맹으로 연결된 것도 아니고 양승태와 윤서인이 선후배 관계도 아니고 어찌어찌 비스무리한 멘탈리티를 공유하는 매우 느슨한 연결체 같은 거 아니겠어요. 인적물적 출입도 자유롭고, 조금만 중심부에서 멀어져도 색이 옅어져서 도대체 여기서부터는 적폐세력이고 저기서부터는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을 수가 없어요. 시쳇말로 그냥 프레임 씌우면 적폐되는 거죠 뭐...
적폐세력이 적폐세력이 된 건 오직 적폐세력이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온 '반적폐연합(사림)'의 등장부터고, 그때문에 적폐세력보다는 반적폐연합이 보다 더 선명한 실체성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적폐세력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인거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당시 사람들이 멍청이도 아니고 아주 근거 없는 허깨비를 만들어서 공격할 리가 없지요. 아무리 느슨하다고 해도 적으로 삼을 만한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물컹거리는 게 있긴 있다고 해야지 전연 없다고 하면 이치에 맞는 역사서술이 아니에요. 이건 오늘날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거구요. 적폐세력이 간판달고 우리 적폐임 이러고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적폐들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저 책이 나온 거야 진즉 알고 있었는데 한국 밖에선 뭐 사 볼 수가 없으니 더 뭐라고 말 할 수가 없지만, 그래서 '훈구파'란 공상과학픽션에 불과하고 전혀 실체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거라면 전 동의하기 어렵.....'ㅅ'
중세사 전공은 아니라 확언은 못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사실 훈구/사림 구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10년도 더 전부터 나왔던 것 같네요.
학부 어린이 시절에 무슨 학술관련 행사에서
학부 새내기가 엄청 8~90년대 논문 저서 긁어와서 교과서에 흔히 나오던 도식적인 설명으로 훈구/사림 이야기하다가
박사과정에 있던 선배에게 완전 깨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나온 이야기가 사실 혈연관계에 주목해서 보면 훈구 사돈이 사림이고 그런식으로 집안끼리 다 연결되어 있다.
뭐 경화사족과 재지사족으로 구별해야 한다 이런 ...더 보기
중세사 전공은 아니라 확언은 못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사실 훈구/사림 구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10년도 더 전부터 나왔던 것 같네요.
학부 어린이 시절에 무슨 학술관련 행사에서
학부 새내기가 엄청 8~90년대 논문 저서 긁어와서 교과서에 흔히 나오던 도식적인 설명으로 훈구/사림 이야기하다가
박사과정에 있던 선배에게 완전 깨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나온 이야기가 사실 혈연관계에 주목해서 보면 훈구 사돈이 사림이고 그런식으로 집안끼리 다 연결되어 있다.
뭐 경화사족과 재지사족으로 구별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구요.
훈구/사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소개해주신 책의 목차를 보니 꽤 흥미롭고 한번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역사비평사에서 좋은 책이 또 나왔네요. 이렇게 또 사 놓고 못(안) 읽는 책이 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