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든 돈 많은 집안이 유리한 건 불가피합니다. 정시를 보든 수시를 보든 돈이 많으면 아이에게 더 많은 케어가 들어가요. 불공평하니 케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근데 정시는 시험장 직전까진 돈의 힘이 들어올 수 있어도 시험을 보는 시간 자체에는 개입할 수가 없거든요. 모든걸 다 서포팅 해줘도 진학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선은 본인이 반드시 그어야 한다는게 정시가 가지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특징이죠.

제가 보기에 학종, 수시에 대한 옹호는 대체로 "돈 없는 사람들이 수시덕을 더 많이 본다"인데,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는 지점은 그런 거시적 합격률 차이에서 비롯되는게 아닙니다. 그 제도들은 마지막 선조차 타인이 그어줄 수 있고, 그게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게 가장 큰 불만지점이에요. 거시적인 합격률 차이는 내가 합격했을 때만 미시적으로 와닿을 수 있으니까요.
고등학생이 교수 부모 등에 업고 대학원생 조져다가 논문 써내고 그걸로 대학도 가고 대학원도 가고 그게 뉴스에 나와도 뭐 하나 바뀌는게 없는데 돈많은 집안이 정시 선호 이런얘기하는게 귀에 들어오면 그게 호구 아닙니까.

사실 이 기사는 웃기게도 기사에 나오는 조사로는 소득이 높은 사람이 정시를 선호한다는 걸 파악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비교대상이 정시와 수시중 뭘 선호하냐가 아니라 인성, 적성과 특기, 수능 중 대학 입시로 뭘 더 선호하냐는 질문이거든요. ㅎㅎ 여기서 내신 항목은 보이지도 않죠.

뭐 인성과 적성 특기가 수시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전형은 소수고 내신이 빠지는 수시가 정시와 비교에서 소득격차에 차이가 클 리도 없죠. 결국 이 설문조사에서 학업성적과 관련된 항목은 수능 하나밖에 사실상 없는 셈이죠.

이 논의를 좀 단순화시키면 서울대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는 사람과 2년제 또는 고졸로 사회생활 하는 사람에게 각각 당신은 대입에서 수능, 적성과 특기, 인성 중 무엇을 평가해야 하느냐? 라고 물어보는거죠. 당연히 고소득자는 고학벌일 가능성이 높고 대입의 평가요소에선 고등학교때까지의 학업능력, 저 3가지 선택지 중에선 수능을 선호하겠죠. 저소득층은 반대일 거고. 여기서 수능이라는 항목 대신 학교성적을 집어넣었으면 저 수능 자리를 학교성적이 차지했을 겁니다.

그러니 애초에 저 설문 항목으론 고소득자들이 정시 수시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알 수 없음에도 수능이라는 단어 하나 물어와서 고소득자가 정시를 선호한다고 왜곡한 문단 하나 슬쩍 끼워넣은 지극히 경향스러운 기사일 뿐이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