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야 중 하나가 투자은행IB 쪽입니다. 도이체방크는 IB 중에서도 덩치 크고 선도적이라 할 수 있는 벌지 브래킷 중 하나인데, 결국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인가 보네요.

골드만삭스에서 인공지능 도입을 통해 600명이나 되던 채권 분야의 트레이더를 단 두 명만 남기고 다 해고해 버린 게 불과 몇 년 전 일입니다. 최근 금융업종에서는 확실히 돈 되는 부서 (소위 말하는 프런트 오피스)가 아니면 신규 채용도 잘 안 하는 분위기이고, 프런트 오피스라 해도 실적 안 나오면 금방금방 정리해 버리기도 하고... 참 어려운 시기인 듯 싶습니다.

제가 대학 진학하면서 과를 고민할 때, 친척 중 한 분이 법대를 권유하셨어요. 지금 기준에서 보자면 좀 깨는 이유인데, 고시에 떨어지더라도 은행에 쉽게 취직할 수 있어서, 였습니다. 뭐, 그런 시절도 있었죠. :) 지금이야 꽤 되는 스펙으로도 1금융권 입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어버렸습니다만.

ps. 위에 예로 든 골드만삭스 건은 한국에서 좀 잘못 보도된 경우인데, 채권 부서의 총원은 600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채권 트레이더가 그렇게 극적으로 줄어든 건 맞는데, 인공지능을 코딩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래머(!)들이 그 부서에 150명 정도 들어왔거든요. 물론 이 프로그래머들도 최소 어느 정도의 금융공학을 익힌 실력자들이고, 이 중 일부는 원래 트레이더/딜러였다가 나중에 프로그래밍을 익힌 사람들입니다. 한국 언론은 이걸 쏙 빼먹고 단순히 "600명이 2명으로 줄었다"는 따위로 보도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