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redtea.kr/?b=34&n=19918

이전 기사와 혼동이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AS하겠습니다.
저번에는 검찰이 정경심PC에 직인 파일 없다더니 이번엔 왜 있냐고 추궁한다고???
하고 말도 안되는 재판이다 이렇게 진행되기 쉬워보여서요.

사건진행을 앞에서부터 살펴보면 이딴 식으로 기사를 쓰진 않을텐데..-_- 아무튼.

종전 기사와 이번 기사에 나온 PC는 서로 다른 PC입니다. '정경심PC'라고 하니까 헷갈리죠.

정경심의 교수실에서 압수된 PC - 이게 저번 기사에서 나온 직인파일 없다는 정경심 PC(A)입니다.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PC - 이게 이번 기사에 나온 직인파일이 들어있는 정경심 PC(B)입니다.

그리고 '직인파일'도 의미가 혼용되어서 쓰이고 있는데, 저번 기사 증언에서 동양대직원 증인이
'직인파일이란게 애초에 없다'라고 말한건 동양대에서 상장용으로 정식으로 쓰는
'디지털 직인'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졸업장'용도로는 있고요.

PC(B)에서 발견된 '직인파일'이라는 것 또한 동양대의 디지털 직인용 파일인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직인모양 그림파일'이란 겁니다. 검찰주장은 이걸 정경심이 아들 수료증에서 따왔다는 거고요.

즉 저번 기사에서 정경심 변호인이 '오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교수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왔다'고 보도됐는데,...(중략)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오보였고, 그 컴퓨터에선 직인 파일이 안 나온 것 알고 있습니까?

/ 라는 것으로, 압수수색한 교수실 컴퓨터(A)에서 직인파일이 나온게 아니라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컴퓨터(B)에서 직인파일이 나왔으니 오보라는 것이죠.

덧붙여서 정경심은 강사휴게실로 빼돌려둔 PC를 검찰이 동양대직원으로부터 임의제출받자
정경심의 소유인줄 알면서 휴게실의 정경심 PC를 임의제출받은 건 위법하니 증거로
써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수실의 PC는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압수되었죠)

재판절차에서 재판부는 정경심 측에게 표창장의 발급 경위에 대해 밝히라고 했습니다.
한참 조국 장관청문회할 때 유시민이 이야기한 것처럼 발급권한을 위임받은 정경심이
표창장을 발급, 출력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직원에 출력한 표창장을 받았냐는거죠.

내가 기안해서 출력한건지 받은 건지를 기억못할 수는 없을건데 여기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으니
입장을 밝히라고 한 겁니다.

“동양대 여직원이 발급해서 피고인이 단순히 전달 받았다는 건지, 동양대 총장의 묵시적 승낙 혹은 전결 위임 규정에 따라 직접 발급했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 달라”고 말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났는데도 정 교수의 입장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에 정경심측은 "2012년 9월 동양대 직원으로부터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받아 딸 조모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조씨는 의학전문대학원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던 때인 이듬해 6월 표창장을 분실했다. 정 교수는 딸에게 이 같은 얘기를 듣고 조교에게 전화를 걸어 표창장을 재발급 받았다."라고 밝혔고,

재판부는 다시 “동양대 직원으로부터 최초 표창장을 발급받았다는 주장과 관련해 기재가 구체적이지 않다”며 “피고인이 어떤 직원에게 상장 기안을 요청했다는 것이냐, 직원이 알아서 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김칠준 변호사는 “피고인이 기안한 상장은 없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물어봐도 모호하게 이야기를 하는데..-_- 아무튼 예스노로 대답하라니까 자기는 기안을 하지 않았다고 했죠. (최초 유시민 권한위임 주장썰은 이로써 폐기) 그러자 재판부에서 그럼 왜 (B)PC에 총장직인 파일이 있냐고 물어본 겁니다. 검찰은 이 총장직인 파일은 아들 수료증에서 오려낸 것으로 보고 있죠.

사실은 이런게 바로 '진술의 구체성'입니다.
정경심은 그동안 언론에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했어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한 얘기들은 이렇게 다각도로 검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 얘기들이 다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자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거죠.

'직원이 가져다 줬다' - 이미 언론에서 정경심 재직당시 있었던
직원 1,2,3이 모두 그런 사실 없다고 육성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누군지 모른다고 하고 있죠.

어떤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증거가 없더라도, 진술이 구체적이면
그 개개의 내용들이 모순되거나 앞뒤가 안맞는 허위가 섞이지 않았나 검증할 수가 있는거죠.
그 구체적 요건들에 모순과 거짓이 없다면, 신뢰할 수 있는거고요.

그래서 구체적인 진술은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신뢰도가 높은겁니다.
검증불가능한 아무말이나 늘어놓는게 아니라, 아직 진짜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확인이 가능한 종류의 이야기를 하면 그 자체로 신뢰도가 높은거죠.
확인 결과 모순이 발견되면 깨져버릴 수 있기에, 그 위험을 담보로 신뢰를 얻는 진술인 겁니다.

안희정 얘기와는 아주 다른 얘깁니다. 안희정은 애초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안희정의 초반에 내잘못이라는 이야기와 법정에서의 이야기는 양립이 가능한 얘깁니다.
솔까말 '사실이야 어찌되었든 죄송합니다' 4과문이랑 다를 것도 없는 얘기였죠.

핸드폰에서 확대해서 확인했는데, 이런 기준으로 피고인의 진술 일관성을 부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성범죄에서만 보이는 아주 이상한 원칙입니다.
피해자 진술 일관성과 피고인 진술 일관성 판단이 너무 달라요.

우선 '연인관계였다' -> '통상적인 연인관계가 아닌 합의하에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사이였다.'
이걸 진술을 정면으로 번복했다는 평가는 어처구니없이 가혹합니다.
애초에 '연인관계'라는 진술은 무슨 검증가능한 구체적 사실이 아닙니다. '평가'죠.
연인인지, 썸인지, 불륜인지, 엔조이인지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얼마든지 다르게 얘기할 수 있는 말입니다.

다른 사건 피해자의 경우 2년동안 동거를 하고 낙태경험도 있음에도
'상대방이 결혼한지 몰랐다, 강간당하기 전에는 성관계한적 없다'라고 진술했다가
번복한 경우에도 이를 가지고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부인하지 않은 예도 있습니다.

떳떳하지 못한 관계를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에 심리적 저항을 느껴 사실을 축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죠. 좀 데리고 노는 관계였다 라고 말하기 민망하니 연인관계였다 라고 했다고
판단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변화입니다.
하물며 연인관계->통상적 연인관계 아닌 합의하 성관계 하는 관계(프렌즈 위드 베네핏?)
이게 정면번복이라고 하기에는 별 차이도 없는 관계죠. 유부남인 안희정의
연인이든 섹파든 프렌즈위드베네핏이든 그게 뭐 그리 엄밀히 구별되는 분류겠습니까?

하단의 피고인 진술 합리성의 판시구조의 예도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진술 합리성을 탄핵하는 근거가 전혀 구체적이지 않죠.

우선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구체성이
떨어져 신뢰가 떨어지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기억력의 한계상 이게 아주 크리티컬하게
진술합리성을 해하는 정도냐고 하면 그러기에는 너무 자잘한 부분이죠.

어떤 경위로 피해자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꼈는지, 어떻게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는걸 알게 되었는지 답변을 하지 못해서 합리성이 없다..
아니 이건 좀.. 전여친을 언제 좋아하게 되었었는지 전여친이 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다들 분명히 기억하고 계시나요? 어쩌다보니, 문득 깨닫고 보니 그런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드라마를 봐도 언제부터 남주가 여주 좋아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보는 사람마다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것을..

이전까지 호감표현 없었는데 하룻밤새에 합의하 성관계관계로 나아갔다는게 배치된다는데
안희정의 주장으로도 이사람들이 예쁜사랑 키워나가는 시작하는 연인인 것도 아니고
성엄숙주의 유교탈레반인 저같은 사람은 개탄합니다만 현세대 미혼자들의 원나잇 연애는 흠도 아니고
간통죄마저 폐지된 현 세태에서 이전까지 성적 케미 없다가 하룻밤에 합의하 성관계했다는게
진술의 합리성을 배제할 정도의 '특이점'이 됩니까. 그런 이야기나 영화는 흔하디 흔한 클리셰인데요.
그냥 친구 그냥 직장동료였다가 어느날 갑자기 이성관계가 되는.

마지막에 유력자로서 상대적으로 약한 처지에 있는 피해자를 밤에 불렀다는 상황자체-
공식출장중 미혼여성비서를 야심한 시각 자신의 객실로 불러 성에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눴다
는 것은 그 자체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지적한 부분은 위압이 있었느냐 판단에서는
기능할 사정이어도 그것이 진술의 합리성을 배제하기 위해 기능할 사정으로는 애매하죠.

이 사정은 '이 놈이 권력을 이용하는 나쁜 놈'이라는 사정일 뿐 그런 그림이 '납득이 안되는 이야기'라는 건
그야말로 납득이 안되는 얘깁니다. '공식출장중 미혼비서를 야심한 시각에 자신의 객실로 불렀다'는 그냥 다툼없는
사실입니다. 납득이 되든 안되든 말이죠. 거기서부터 나쁜놈이지만, 얘기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 얘기도
아니고 납득을 따질 문제도 아니에요. 납득 여부는 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게
납득가능한 얘기냐는거죠.

안희정의 성관계가 권력을 이용한 더럽고 부도덕한 것이라는 것 자체는 분명합니다.
이걸 뭐 예쁜 로맨스처럼 만드려고 하면 우스운 일이죠.
문제는 그것이 형사상 범죄가 될 권력을 이용한 위협에 의해 이루어진건가,
하오카에 나온 관계처럼 상대방도 기브앤테이크라고 생각한 관계인가에 따라 다른거죠.

제가 자꾸 드라마의 상황같은 이야기를 하는데요. '드라마에 이런게 있으니 이게 사실이다'라는게 아니라
이야기로 흔히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받아들일만큼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다'라는 겁니다. 적어도 이렇게
'진술자체로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특별한 이유설시도 없이 쳐내버릴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에요.

'미혼여성비서를 야심한 시각에 자기 객실로 부른' 부분의 이상함과 개연성 없음은
이미 그 부분은 그냥 사실이니까 그 이상함을 뒤에 투영시켜버리면 안되는거죠.

구체적인 사실로 진술의 합리성이 부인되었다보기 어렵습니다.
위임받은거면 공식 디지털직인이 있어야지?
직원이 만든거 받은거면 왜 네가 쓰던 컴퓨터에 직인파일이 있어? 라는 구체적 사실에 기반한 검증과는
완전히 다른거죠.

안희정의 논변과 2심 재판부의 추궁을 간략하게 도식화 하면 이렇습니다.

- 연인 관계였다
- 연인 관계라는 물증이 있느냐
- 통상적인 연인 관계는 아닌데 합의 하에 할 수 있는 관계였다
- 합의는 있었냐
- 명시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의사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애정에 의한 거였다
- 근거는
- 김씨와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고 자연스럽게 성관계에 이르렀다
-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이야기를?

2심 재판부는 이런 안희정의 해명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