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 인권 관련해서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 하는 거 생각해보면 별로 낯설지가 않네요.

어떤 제도로 불체자/외국인 근로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또는 그런 정책이 실시된다고 합시다.
그런데 불체자 등은 저런 제도를 잘 모르거니와, 혼자 관공서 찾아가기도 막막하죠(우리도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 관공서에서 뭘 하기 쉽지 않겠죠).
그런 일에 이용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 등인데, 외국인 근로자/불체자 등이 변호사 사무실 찾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 때 그 분들이 나타나죠. 외국인근로자나 불체자들을 도와주면서 돈을 받는데, 그게 좀 그렇습니다.
변호사 자격 없이 돈받고 법률/행정업무를 해주면 탈나겠죠. 그래서 종교 간판 걸었으면 '성금'을 받고 인권 간판을 걸었으면 '회비'를 받는다고 합니다. 뭐 실비 정도 받으면 이해를 하겠는데... 그게 아닌가 봅디다.

제가 전에 있던 사무소에서 어선원 외국인 근로자들이 도망갔습니다. 힘들게 배타는데 건설업은 고사하고 제조업만도 못 받으니 불만이 있을만 하죠.
외국인 근로자가 도망가면 소재불명 처리가 됩니다. 쉽게 말해서 불체가 된다는 뜻입니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이걸 막으려고 그분들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우물고누 첫수로 고용주를 신고하는 절차를 대리했습니다. 임금체불+폭행으로.
이걸 두당 50씩 받고 했다더군요. 여섯명이 갔으니까 총 300을 받았나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폭행으로 신고할 때 전에 했던 다른 신고 건 내용을 대충 긁어붙여서 내다보니 이상하게 신고가 되었답니다.
긁어붙여 서류 좀 만들고 노동청/경찰서 갔다와서(아 임금체불은 인터넷으로도 신고 되던가요?) 300 챙긴 거죠.

그 때 신고당한 고용주 가운데 한 분이 찾아와서 하소연하더군요.
처음에 그 외국인근로자를 받았을 때, 다리를 절더랍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도 돌려보내라 하고, 자신도 돌려보내려 했는데... 그 근로자가 울면서 돈벌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마침 그 사람이 고용주 아들과 동갑이었다나요? 고용주도 연세가 있어서 어려운 시절을 아는 분이다 보니, 자기 돈으로 치료시켜 주기로 했답니다. 병원을 가보니, 다리가 부러져서 핀을 박았던 것을 제 때 빼지 못해서 그리 되었답니다. 그래서 치료하고 계속 데리고 있었답니다.
그나마 양심이 남았던 건지, 고용주가 아니라 다른 한국인 선원에게 맞았다고 신고했다더군요.

아무튼 이 건이었는지 다른 건이었는지 기억은 안납니다만,
저분들이 노동청에 낸 임금체불 신고내용을 읽으면서(임금체불로 이탈한 것이니 불체로 처리되면 안된다고, 노동청 신고내용을 저희 쪽에 낼 때가 있습니다) 들었던 생각은 '돈받고 해준 게 이거라고?'였습니다.

이게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닌 것이...
참여정부 시절 불체자 합법화 정책을 편 적이 있습니다. 그 정책 덕을 본 어느 분은 '(서류작업 할)복사기 한대 놓고 2억 벌었다'는 말까지 나오더군요. 그 시절 이후로도 꾸준히 그 길을 걸어오신 어떤 분은 건물주가 되었다는 말이 돕니다. 결국 벌금 몇백 받았나 봅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건물주가 되는 댓가로 싸게 먹힌 거죠.

요즘은 그나마 낫죠. 10여년 전에는 더 심했나봅니다.
외국인등록증 연장수수료가 3만원이던 시절, 어느 단체에서는 회원증을 외국인등록증과 유사하게 만들어서는 회비를 매월 3만원씩 받았답니다. 물론 그 회원증에는 외국인등록증이 아닌 회원증이라고 쓰여져 있고, 발급주체도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아닌 다른 단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만, 불체자가 그걸 알아볼리가 있나요. 우리도 태국이나 스리랑카 글자로 뭐라고 써 있으면, 무슨 소린지 모르쟎아요? 연장 수수료를 매월 받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걸 가지고 있으면 단속을 피한다는데 그런가보다 하죠.
저희 직원이 단속하러 갔는데, 불체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당당하게 그 회원권을 내밀더랍니다. 웃으면 안되는데 참 웃기더라죠.

거래관계가 잘 안풀린 건지, 저희 쪽에 불체자라고 신고도 하더랍니다. 물론 신분은 밝히지 않습니다만, 워낙 시달렸던지라 저희 직원들은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더라네요.

제가 있었던 어느 지역에 유명한 분이 계십니다. 불체자가 단속되자 고용주를 찾아가서는, '미지급 임금을 자기에게 주면, 보호소에 있는 불체자에게 전달해주겠다'고 했다죠. 고용주가 '아니 그냥 내가 주면 되는데, 왜 소장님을 거쳐야 합니까?' 물어보자, 아무 말도 못하고 사라지셨다죠.

참 돈벌기 쉬운 세상인데...
그걸 모르고 죽어라 일해서 푼돈 받는 자영업자/직장인이나, 그런 자리 들어가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청년들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