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논문 한편이 나와야 할 주제이긴 한데....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조건 한국인 고용주(선주)가 악이고 외국인 근로자가 선이라고 보시면 절대 안됩니다.

1. 어업의 특성문제가 있습니다.
가. 근로시간 문제: 일반 회사원이나 제조업처럼 몇시 출근해서 몇시 퇴근하는 게 아니에요. 이 사람들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건 물고기들입니다. 이 때문에 새벽에 나가서 오후 두어시면 들어오기도 하고 다 달라요. 그리고 휴어기가 있습니다. 조업기에는 바빠도, 휴어기에는 아예 쉬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집에 갔다오기도 하죠(며칠 갔다오는 게 아닙니다).
저 주장은 사실이 아니거나, '일정 기간에만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자료가 믿을만한지는 의심스러운데, 간단하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어선이 출/입항 할 때 해경에 신고하거든요. 그 기록을 뽑아보는 겁니다. 저 자료가 사실이었다면, 임금체불로 신고한 다음에 담당기관에서 자료요청하도록 하던지, 정보공개청구하던지 해서 해당 어선의 입출항 기록을 근거로 곁들였겠죠. 외국인 근로자는 그럴 생각도 못하지만, 저 바닥에서 뛰는 인권단체는 외국인근로자 대리해서 다 합니다(변호사법 위반 여부가 걸리긴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다 그렇게 합니다). 저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지 보시죠.

그리고 그물 수선문제는... 그게 어선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지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일인지 검토해봐야할텐데.... 이건 명확하게 정해진 게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다툼이 있을 겁니다. 외국인근로자들이 그물손질하는 걸 싫어해서 시키려면 담뱃값 좀 줘야 한다는 말은 몇번 들었네요.

나. 식사문제
E-9은 기본적으로 20톤 이하 선박에만 허가가 나갑니다. 배가 작죠.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취사가 어렵습니다. 초코파이 먹고 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선주도 똑같았을 걸요?

2. 임금문제
가. 액수문제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주는 건 맞습니다. 다만 고기가 잘 잡히면 성과급 비슷하게 주기도 하고, 평소에 담뱃값 조로 수시로 주는 것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임금을 적게 주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E-9은 아니었습니다만) 10여년 전에 정해진 임금이 월 80만원이었다가 100만원으로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글을 모르고, 체류기간 연장허가 등을 선주와 수협직원이 대행하다 보니, 외국인근로자들은 그걸 몰랐죠. 그러자 어느 선주가 90만원씩만 준 일이 있었습니다.
- 조업이 잘 되면 성과급 조로 돈을 주기도 하는데, 이게 꼭 정해진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에 문제가 된 E-9은 아니었습니다만) 한국인 선원들에게는 선주가 돈을 주지만 외국인 선원들에게는 비밀로 한 일도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줘야 하는 돈은 아니니 안준다고 불법은 아닙니다만, 같은 일 하면서 한국인은 받고 외국인은 안주면 말썽나죠. 그걸 한국인 선원들도 모르는 척 하다가, 수틀리면 터뜨리기도 하죠.
- 좀 웃긴 일도 하나 들었는데... 저기 어디에 재벌회장님께서 취미로 운영하는 어선이 있습니다. 취미로 하다 보니 실적압박은 없지만, 직원들이 아무리 그래도 눈치보이니까 적당히는 잡는다네요. 거기도 외국인 선원들이 있는데, 그 회장님께서 추석인가 설인가에 떡값으로 꽤 많이 줬답니다. 월급보다 좀 적게. 그러자 외국인 근로자 하나가 월급을 그것만 주는 줄 알고 도망가버렸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월급은 따로고 공돈이 그만큼 생긴 거라. 돌아와서 제발 받아달라고 했지만 안 받아줬다죠.

나. 임금지급 시기문제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선주들이 무슨 악덕기업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어민들입니다. 이 양반들이 고기 팔고 수협에서 돈이 들어와야 월급을 주죠. 그래서 일반 직장인처럼 매월 며칠날 돈 주는 게 안되는 면은 있습니다.

3.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착취와 피착취의 문제로 접근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이 분야도 이권이 개입되어 있고,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걸 아시면, 저런 보도 보실 때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직장이 마음에 안들면 떠나서 다른 직장으로 가는 일이 많습니다. 언론/인권단체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근무처 변경을 못해서 노예라고들 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지역 고용센터 한번 가보세요. 근무처 변경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냥 근무처변경허가 받아서 일하는 건 당연한데, 다른 수를 쓰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들이 관련 인권단체 찾아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가면 임금체불+폭행으로 신고하라고 하면서 대리도 해준다죠? 돈 받고 이런 일을 하면 변호사법 위반 쯤 되는 모양인데...들리는 말로는 종교 쪽에 있는 단체는 헌금을 받고, 종교색이 없는 단체는 '회원으로 가입해서 회비'를 내고 관련 서비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돈 주고 받는 걸 제 눈으로 본 게 아닙니다만, 외국인근로자 쓰는 곳에 계신 분들이라면 당한 고용주들 얘기 꽤 들어보셨을 겁니다.
언젠가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선입출항 기록 구해서 초과근무 임금 지급 안한 걸로 고소하고서는, '약점잡힌 고용주 다룬 일'도 있더랬지요.

정도가 심한 일도 있었다지요.
한번은 어느 선주가 외국인근로자를 받았는데, 다리를 절더랍니다. 그래서 돌려보내려 했는데, 그 외국인근로자가 울면서 돈 벌어야 한다고 호소를 하더랍니다. 마침 선주가 나이가 있는 분이라 어려운 시절을 겪은 분이었고, 그 선원이 선주 자식과 동갑이었다죠. 그래서 병원을 데려갔더니 다리 부러져서 핀 박았던 걸 제대로 뽑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답니다. 그래서 고용주가 치료비 다 부담하고 치료해서 일을 시키게 되었는데, 나중에 이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도망가서는 어느 지역의 인권단체를 찾아갔답니다.
여섯명이 함께 가서 50만원씩 내고 훈수를 받았고, 인권단체에서는 이들을 대리해 임금체불과 폭행으로 고소를 했다죠. 다만 양심이 남았는지 선주가 아니라 다른 한국인 선원에게 맞았다고 했답니다.
물론 맞은 게 있고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치료해줬어도 문제제기 할 수 있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이 친구들이 낸(인권단체가 대리해서 낸) 서면을 보면, 그냥 긁어붙인 것이라서 내용 자체가 안맞더랍니다. 300 받고 관공서 두어 곳에 서류 한장씩 내면서 저렇게 일하는 건.... 저라면 긁어붙인 다음에 조금 손봐서 냈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언론에 자료 뿌릴 때 어떻게 할까요? 그걸 알면 저런 보도 곱게 못 봅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무조건 약자로 보기도 그래요.
예컨대 건강보험 비용 외국인근로자들은 안내고 버팁니다. 그러면 이 친구들 근무처변경허가나 체류기간 연장허가 할 때 저희에게 걸리죠. 미납금을 내야 허가를 해줍니다. 허가를 받아야 일을 시키는데, 허가를 못 받으니 고용주들이 그냥 내는 경우 꽤 있습니다. 돈백넘는 경우도 많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런 일자리의 근무조건이 말씀드렸다시피 좋지 못하죠. 그래서 솔직히 외국인근로자들도 제조업/건설업 가려고 하지 어업은 안가려고 합니다. 건설업에서 고생하면 월 5~600 버는데(외국인근로자 맞습니다), 겨울바다에서 바닷바람 맞아가며 일해서 200쯤 벌고 싶겠습니까. 몇년 전에 잡은 불체자들은 건설업에서 월 400받더군요(저와 제 옆자리 신규직원 월급 합치면 그 불체자 월급이었습니다. 물론 돈 받을만큼 일 했으니 그만큼 받는 건 저도 압니다). 당연히 어업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하느니, 도망쳐서 불법으로 건설업체 가려고 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위에 말씀드린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구요.

저도 전에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돈이고 근로조건이니까요. 그런데 지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 직격탄 맞는 걸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E-9 가운데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대개 한 어가에 1~2명 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어업면허와 조그만 배 한척으로 먹고사는 분들이에요('어업면허 억이 넘는 건 아니? 그분들이 너보다 더 번다'고 말씀하시는 분 계실텐데... 아무튼^^;;).
요즘 젊은 어업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죠. 어민들 상당수가 50~60대고, 외국인 근로자 하나 받아서 연명하는 한계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네티즌들이 바라는 수준'으로 근무조건을 향상시키는 건, 어업에 붙어있는 산소호흡기 떼는 것 밖에 안됩니다. 그리고 서민들 먹던 수산물은 금값이 되겠죠.
그래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만 한가지는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런 보도가 반드시 사실만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분야를 모르는 분들이 잘못된 인상을 받게 되는 걸 노리는 사람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