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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2/03 04:45:20 |
Name | 소요 |
Subject | 책임지는 정치를 보여달라 |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102010300005 쿨타임 돌았습네다. 한궈런들의 사회적 신뢰 그리고 국가에 대한 신뢰는 꽤나 재미있는 주제라 생각해요. 관련해서 깊게 파지는 않았었는데, 공부하면서 간간히 접했던 조각들을 나열해보자면 1) 한국 시민들의 낮은 정부 신뢰는 기대가 너무 커서 생긴 실망인가? 허용회, 박선웅, 허태균. (2017). 저신뢰 사회를 만드는 고신뢰 기대? 가족확장성과 신뢰기준의 역할.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23(1), 75-96. (http://www.kpacsi.or.kr/wp-content/uploads/2017/04/04-%ED%97%88%EC%9A%A9%ED%9A%8C%EB%B0%95%EC%84%A0%EC%9B%85%ED%97%88%ED%83%9C%EA%B7%A0.pdf) 읽고 인상 깊어서 머리 속에 담아둔 설명이에요. -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한국이라는 국가나 정부가 굴러가는 프로세스가 절대적으로 못하지 않은데, 국가에 대해 한국인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족적 기대를 국가로까지 확장해서(가족확장성) 비현실적 기대를 품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거든요. 2) 한국, 가족, 그리고 사회? 서울대 사회학파 장경섭 교수 중심으로 비교사회학 이론으로 압축적 근대성(compressed modernity)을 제시했어요. 그 중심에는 가족에 대한 논의가 있어요. 책을 읽은지 꽤 되어서 내용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가장 최근의 '각자도생' 메타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 세대의 '가족도생' 메타를 중심으로 생각해주시면 될 듯해여. 한국이 전후에 빠른 속도로 사회/경제발전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가족'이 수행한 기능이 서구의 그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았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거예요. 국가가 가족을 전략적으로 이용했다고도 하고요. '소 팔아서 아들 대학 보내는' 미담 너머에는 교육비 부담을 국가가 아니라 가족이 지는 배경이 있었쥬 물론 가족을 동일한 이해공동체로 지나치게 보면 내부 억압을 경시하고, 또 압축적 근대성 논의 자체가 부모-자녀 세대 간의 큰 간극도 예측하고 있으니 그만큼 가족 내 증오도 클 거예요. 한걸음 더 나아가면 이런 '가족'을 위해서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어떻게 착취되었는가도 바라볼 수 있고, 한국의 교육열을 가족 프로젝트라는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조금 나아간 얘기니까... 여튼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족'에 지니는 복합적인 감정을 맥락화해서 바라보기에 좋은 접근이라 생각해요. 3) 사회는 어디있지? 개인-가족-사회-국가로 차원을 바꿔가면서 보자면, 우리 한궈런들은 사회를 무엇으로 이해하는걸까?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교과서에 나오는 추상적인 정의 말고, 각자가 떠올리는 즉물적인 감각이나 이미지로 따지자면요. 저는 1) 대면적 관계를 맺거나 / 맺을 가능성을 염두하는 공동체의 영역 (이것도 감정적 서비스의 거래라는 식으로 모델링 할 수 있겠지만), 2) 화폐를 중심적으로 매개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수요 영역, 3) 비화폐적 매개(이데올로기든, 공통의 배경이든, 종교)를 중심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수요하는 영역 등등이 마구잡이로 떠오르네요. 근데 각자의 해당하는 사례가 딱 존재하는가를 고려하면, 1)이야 그냥 인간관계의 망으로 등치해서 봐도 되고 심지어 이 홍차넷도 해당한다 볼 수 있을테니(커뮤니티) 즉물적으로 다가와요. 2)는 모델과 일치하든 일치하든 우리 머리 속에 존재하는 자본주의 시장일테니 편의점만 가도 알 수 있고요. 회사생활도 포함할 수 있겠지요. 근데 3)은 잘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시민사회? 협동조합? 개인/가족과 국가 사이에 시장 말고 무엇이 있을지 떠올려보면 흠... 위 장경섭 교수 논의에서도 전후로 사회 기반 조직들이 전부 뿌리뽑힌 걸 주요 배경으로 깔고(그나마 남은 건 교회였고 ㅋㅋ 그러다보니 교회가 마을 공동체에서 중요 기능도 담당하게 되었고) 있는데, 이런 배경 때문에 한궈런들이 지각하는 사회와 중궈런 미궈런 등등이 지각하는 사회가 좀 이미지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본 기사의 정부 신뢰 이야기, 그리고 맨 위에서 얘기했던 '그거 너무 국가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아냐?'와는 별개로 사회적 신뢰도 중요한 논의 주제 중 하나잖아요. 근데 우리 한궈런들에게 '사회적 신뢰'를 함양하고 학습할 공간이 존재하는가?라고 되물어보면 잘 모르겠거든요. 인터넷에서 회의주의 한 사발 퍼마시고 내뿜는 [야레야레 어차피 다 혼자라구. 크큭] 이런 건 그냥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아서 방어적으로 나오는 얘기지, '사회'에 대한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4) 그래서 한국이라는 국가가 가족과 개인을 착취하지 않았나? 라고 묻는다면 저도 [착취했다]라는 편인 듯해요. 박진웅 센세가 짚고 있는 군대부터도 뚜렷한 증거구 ㅋㅋ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의료진과 자영업자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과거에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태도에서도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죠. 다만 이게 한국이라는 국가만의 독특한 특징일까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요. 모든 국가는 언제든지 '전체'를 내세워서 개인을 착취하지 않나 싶거든요. 그럴 어떤 식으로 착취당한 개인, 혹은 이를 바라보는 다른 개인들에게 설득하고 정당화 하느냐가 정치의 한 영역이 아닐까 싶은데 흠... 여기서 비교사회학이나 비교정치학이 채워줄 세세한 이야기들이 있겠죠. 국가를 바라보는 우리 한궈런들의 마음세계를 들여다봐야 할 문제 같기도 하네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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