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이 현재 한국 정치에서 가지는 지위(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때문에, 뉴스기사의 발언을 장관으로의 권한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걸로 해석하고 그 가능성을 비판하는 건 필요한 지적이라 생각해요.

다만 미중 무역 갈등과 우크라-러시아 전쟁 이후, 각 국 혹은 동맹 집단 간의 경제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경제/산업/안보/법무/외교/과학기술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어요. 정보기술혁신재단 같은 미국 씽크탱크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더라고요. 미국 경쟁력 법을 둘러싼 논의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 나온 과학기술 협력 관련 이야기가 의례적인 이야기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과 외교/안보 사이의 연관 또한 엄청나게 강조되고 있어요. 정부의 각 요소들이 국가 안보/생존이라는 틀을 중심으로 재정렬 되는 메타가 꿈틀거리고 있다 보셔도 될 거예요. 지난 정권에서 에너지 전환이나 그린 뉴딜 같은 주제가 부각되었듯이, 이번 정권에서는 상기한 기조를 강화하지 않을까 예상해요.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았더라도 이야기 나올 가능성이 높았고요.

한동훈 장관의 발언을 쉴드치는 댓글로 읽힐 수도 있지만, 한 장관의 주장이 국제정치/정책 영역에서 일어나는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점이 있으니 비판의 시선은 유지하더라도 아예 배경없는 시도로 간주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법무부가 주도한다는 정도까지 가면 많이 의아하겠지만요.

그쵸 그 점을 감안해서 비판의 관점은 당연히 유지해야죠.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아요. 법무부가 중심이 되어 끌고 가니 뭐니 하면 저도 바로 흰눈 뜨고 볼거고요. 다만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여지도 있다 생각해서 위의 댓글을 달았어요. 일단은 더 지켜보려고요.

저는 대개 현재 시행되는 정책(어떤 당이 잡느냐와 별개로)에 옹호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몇몇 핵심적 의제(전 정권의 난민이나 노동)를 제외하면, 많은 경우 정책이나 정부 운영 기조는 테크노크라트들이 적당히 존속변형해서 간다고 봐서요. 공중의 집단적 판단보다 테크노크라트들을 신뢰한다는 걸로 읽힐 수도 있지만, 그거에 더해 아직까지 한국의 정부운영이나 정책결정 과정에 공중의 의견이 체계적으로 반영되는지에 회의적이에요. 특히 한국 언론지형에서 부각되지 않는 주제로 가면 갈수록이요.

현재 정권을 잡은 집단이 감시의 시선 하에 있는 건 당연하니, 저 같은 태도는 어딜가도 욕 먹을 것 같기는 한데 ㅠㅠ 간간히 청개구리 같은 댓글을 달려고 노력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