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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01/27 16:16:36 |
Name | 과학상자 |
Subject | 치과마다 다른 충치 진단 개수, 왜 그럴까 |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77186.html ///사람들은 치과마다 충치 진단 개수가 다르다는 것을 의아해한다. 충치는 입 안에 있는 구체적인 대상, 의사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실재론적 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똑같은 충치이지,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충치 진행 과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치아 표면에서 생활하는 미생물 군집(치태라고 흔히 부르는 미생물과 음식물 찌꺼기의 결합체이다)이 음식물을 소화하여 분비하는 물질의 산성이 높아지면, 치아 표면을 구성하는 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이 분해되기 시작한다. 한편 침이나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치약에 들어있는 불소는 이런 산의 치아 분해를 막거나 저해하는 성분을 가지고 있다. 미생물의 산 분비가 약하거나 구강 내 보호 기능이 그보다 강하면 치아는 변화를 겪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미생물 군집에서 산을 분비하는 세균이 득세하게 되면 치아 표면은 더 강한 농도의 산에 장시간 노출되게 되고, 결국 치아 표면은 녹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문제는 치아 표면이 어디까지 녹았을 때를 충치라고 이야기할 것인가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치아 표면의 변화까지 모두 충치라고 하면, 모든 사람의 모든 치아에는 충치가 있다. 표면이 많이 녹아서 떨어져 나간 다음, 즉 쉽게 말해 구멍이 난 다음에만 충치라고 말하면 충치를 가진 사람의 수는 줄어들겠지만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충치가 진행될 것이 보이는 사람에게 굳이 충치가 커져서 ‘확실해’진 다음에 치료하자고 말할 필요는 없으니까. 결국 충치가 무엇인지는 치료 적정선에 관한 치과의사의 합의에 달린 문제이며, 이렇게만 보면 구성주의적 견해가 맞는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의학에서 구성주의는 환영받지 못하는데, 구성주의를 인정하면 아무렇게나 진단하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질병이 그저 특정 집단의 합의 결과물이라면 그것은 그저 그들의 이익을 따르고 있을 뿐인 것 아닐까? 예컨대 충치 진단이 치과적 합의의 산물이라면, 그것은 치과의사들이 가장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심지어 그런 합의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왜 저들의 질병 구분만 옳고 내 질병 구분은 틀렸는가? 저들이 다수라고 하여 옳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현실을 호도하고 심지어 잘못된 의학적 접근이 난립하는 결과를 가져와 많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히므로, 의학은 구성주의를 부정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질병에 대해, 실재론을 택하자니 현실과 맞지 않고 구성주의를 택하자니 해악이 발생하므로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대 교수님이 풀어주신 썰이 재밌어서 가져왔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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