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글쎄요 이건 기사가 좀 악의적으로 몰고간다는 느낌이 강한데... 두부 손상 환자+수술 후 장기 중환자실 입원에서 감염 관리 잘해도 일정 확률로 MRSA 등이 나오는 건 피할 수 없는 것이고, 퍼센테이지만으로 흔하다/아니다를 논할 문제가 아닙니다. 저기에서 '흔한'의 의미는 '일어난 상황이 딱히 특별하지 않은'의 의미지 몇 퍼센트 이상 발생의 의미가 아니라서. 진균 폐렴, 진균 패혈증,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신부전으로 발생한 일련의 과정 역시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는 신체적 상황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고. 외상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라는 의미는 '외상 그 자체가 저러한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외상으로 인한 중환자실 장기 입원 + 인공호흡기 사용 + 다양한 약제 사용으로 인해서 면역 시스템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지는 사망의 코스'라는 말을 짧게 한 것이라고 봐야하고요. 일련의 합병증이 감염때문만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고, 만일 의식을 일찍 차리고 자발 호흡 가능했고 식사 가능했고 항생제로 조절됐다면 일련의 사망 코스를 밟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죠.
여기에서 의사가 의사로서 무능한 행동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면 기사 말미에 나온 감염관리 절차가 미비했다거나, 수술 후 중환자 처치가 미비했다거나, 수술 자체가 제대로 안됐다거나... 그런 게 나와야 하는 거죠. 병사/외인사 논란때부터 느끼는건데, 백선하씨의 병사 주장이 신빙성이 있건 없건 언론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의학적인 이해도나 관점 설정이 너무 비의학적입니다.

심플한 부분을 심플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정부탓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이 사건은 걍
1. 병원 갈 개연성이 딱히 없는 사람이 물대포 맞고 뇌출혈 생겨서 병원 갔다가 죽었다 => 사망의 상식적인, 그리고 합리적인 원인이 명백하게 물대포에 있음
2. 사망진단서는 본질적으로 사망 확정 및 분류의 문제지 사망을 둘러싼 정황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서류가 아니다 => 사망 원인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자세히 재구성하고 싶으면 법원에 가든가 검찰 조사를 해라
3. 물대포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치료 과정 중에 불운하게 죽은거라면 의료사고거나 자연적인 코스가 급격히 변한 이유가 있다는건데 그 얘기는 병원 책임이라는 것이고 백선하씨는 그 책임을 질 생각이 없음에도 병증에 의한 자연적 사망이라고 주장하는건 모순이다
로 정리된다고 봅니다. 바꿔말하면 저기에서 어긋나게 공격들어가는 기사들은 죄다 의학적 사실 재구성과 상식적 사실 재구성의 간극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혹은 이해하고 싶지 않을 다른 인센티브가 있는 기사들이라는 것이죠.

일단 1천여 페이지나 되는 의무기록 - 너무 분량이 방대해서 다 읽기 곤란하니 그냥 부검을 해야겠다는 법의관 의견까지 나왔던 - 을 읽고 검토한 기자들과 의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의알못인 제가 보기에 기사의 요지는 사망진단서에 사인으로 기록된 '심폐정지' -'급성신부전' -'급성경막하출혈' 의 흐름에서 '급성경막하출혈'과 '급성신부전'사이에 붕 떠 있는 간극을 채워넣을 수 있는 고리가 발견되었다는 것인데요. 백선하 교수는 (물대포에 맞아 발생한) 급성경막하출혈과, 병원 내에서 발생한 합병증(급성신부전)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그래서 병사라고 이야기해 왔잖아요. 그런데 머리를 수술한 부위 자체가 MRSA 감염되었다면 첫번째 선행사인(급성경막하출혈)과 두번째 사인(급성신부전) 사이에 납득할 만한 단계가 생기죠.

[‘머리 외상과 합병증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없다’ ‘합병증은 모든 중환자실 환자들처럼 장기적 치료에 할 수 없이 동반되는 것’]이라는 백교수의 증언에서, '합병증'의 원인이 생기는 거예요. 백교수는 '할 수 없이 동반되는 합병증'이라서 병사라고 했는데, 여기서 '할 수 없이'란 것은 자연스럽게 '원인을 적시할 수 없는, 또는 원인을 적시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합병증'이란 의미로 읽혀요. 그런데 MRSA 감염이 그렇게 사소한 것인지? 왜 백교수는 그 이야기를 해명에서 빼놓았는지 의심스럽긴 해요.

어쨌든 저 기사대로라면 물대포를 맞은 머리에서 뇌출혈이 있었고 그 수술 부위가 감염되어 사망, 으로 간단하게 요악할 수 있는 사인이었을 수도 있네요. 'MRSA 감염으로 인한 급성신부전증'이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