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실학 담론은 학문이라기보단 운동이었지요. 이런 이야기가 나온지는 한참 됐는데 실학러들이 두 눈 부릅뜨고 쌍욕을 해대서 쉬쉬했던건데 요즘은 그래도 메타가 좀 변한 듯. 한국시절 제 은사님은 실학타령을 정말 싫어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실학회장 좀 맡아달라는 청탁이 왔었어요. 그래서 정중하게 '자폭버튼 누를건데 그래도 됩니까?'라고하자 바로 연락 끊겼다는...ㅎㅎ
도올이 꼴불견인 거랑 별개로 00년대 초엔 실제로 내발론 욕하면 식근론자냐며 쌍욕하고 그러긴 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계 밖의 일반인들이 내발론을 좋아했지요. 실제로 90년대 말인가 00년대 초인가 LG임원하다 은퇴한 양반이 실학 전문 연구자인 무슨 노교수에게 70억 가량을 기탁한 일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누군가에겐 전재산이 걸린 중요한 일인데 그걸 사기라고 구라라고 그러면 크게 상처받지요. 상처받으니까 쌍욕하고...
네 김낙년이 '일제하 한국경제'를 낸 게 2003년이니.. 그리고 도올이 저런 대중 강연을 TV에서 하고 그게 먹혔다는 것부터가 당시의 인식 수준을 말해주고요.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더 얄미운 것이, 어쨌든 당시에도 실학에 대한 비판은 여기저기서 왕왕 행해졌기 때문에 지적사기라는 것이 명확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내발론 비판까진 논지 전개 안 하고 실학만 샌드백 삼아 실컷 까댔거든요. 즉, 주류를 비하하는 식으로 언더도그마를 어필하고 자기 자랑하고 싶은데 매국노로 몰리면 안 되니까 적정선에서 끊어버리고 자신의 지적 적극성을 과시한 ...더 보기
네 김낙년이 '일제하 한국경제'를 낸 게 2003년이니.. 그리고 도올이 저런 대중 강연을 TV에서 하고 그게 먹혔다는 것부터가 당시의 인식 수준을 말해주고요.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더 얄미운 것이, 어쨌든 당시에도 실학에 대한 비판은 여기저기서 왕왕 행해졌기 때문에 지적사기라는 것이 명확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내발론 비판까진 논지 전개 안 하고 실학만 샌드백 삼아 실컷 까댔거든요. 즉, 주류를 비하하는 식으로 언더도그마를 어필하고 자기 자랑하고 싶은데 매국노로 몰리면 안 되니까 적정선에서 끊어버리고 자신의 지적 적극성을 과시한 거죠. 자연히 그거 듣는 청중들은 그 담론이 갖고 있는 함의를 인식하지 못하고 '아항 실학은 사기고 강단 사학은 사기꾼들이고 도올은 석학이로구나'라는 기왕의 관념을 강화시켰을 테고요. 이런 반지성주의와 학계불신은 그 이전에 이미 환빠들에 의해 정반대방향에서 전파된 바 있는 것이었고.. 아마 지금도 식근론은 거부하지만 실학을 거부하는 이들은 제법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