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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복검 18/01/23 11:47:06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어느 분야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간에 깊이 들어갈수록 발화자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표명하기는 쉽지 않지요. 발화자가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라고 해도 완벽하게 자신의 주장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부분적으로는 개떡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사고와 언어는 별개인지라, 말을 개떡같이 했다고 해서 꼭 아이디어가 개떡 같은 건 아니거든요. 특히 문해보다는 비문해를 통해 사고를 이해하고 교환하는 것이 익숙한 대다수의 사람은 아무리 기똥찬 생각이 있어도 어설픈 언어로 그것을 표현할 수밖에 없고요. 이렇게 우리의 말이 내심을 배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화자가 주장을 정교하게 하는 것보다 청자가 사려 깊게 상대방의 주장이 가진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온라인의 '댓글'들은 지엽적인 사항을 물고 늘어지며 본문을 잘 썼네 못 썼네 트집잡기 일쑤지만, 적확하게 표현이 되지 않았을 뿐 쓸 만한 포인트가 있거나 의도치 않게 핵심을 찌르는 글들이 그런 입방아로 인해 잠재력을 잃게 된다는 것은 못 보죠.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붙들고 물어지는 격.. 결국 글을 개떡으로 만드는 건 개떡같이 쓴 작자가 아니라 숨은 찰떡을 못 보고 개떡같이 읽은 독자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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