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Date | 16/11/09 03:23:04 |
Name | OshiN |
Subject | 바보남매의 옛 모습 |
타임라인의 어린시절 사진들에 감명을 받아서 다 크고난 이후 처음으로 장롱 속 옛 사진을 꺼내보았습니다. 재미있네요. 남는 건 사진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모양입니다. 필름사진만의 정취도 좋고요. 저는 어려서부터 코가 납작해서 인상이 못났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지금 보니까 딱히? 전혀? 별로? 흥? 전화를 받을 때 '여보세요?' 혹은 '누구세요?' 대신 '뉘쇼?'라고 말해서 상대방을 빵터뜨리곤 했던. 시골 할아버지 손에 자라 서울생활과 엄마 아빠 동생 모두가 낯설 때의 모습입니다. 어린이집 원복을 입을 형편이 못 돼서 최대한 비슷하게 생긴 노란 옷을 구해 입었지만, 어린 마음에는 너무나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것이었지요. 단짝친구와 함께. 친구가 입고 있는 옷이 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지요? 여기서도 저는 사복을 입고 있네요. 여담으로 저 친구는 노무현 닮았다는 소릴 종종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김대중 닮았다고. 으잉? 뭣이? 서울랜드로 겨울소풍을 갔을 때. 순조로운 정권이양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굳은 결의가 느껴집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 및 운동문화의 창단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행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꺼벙-) (머-엉) "나는 자라서 홍차넷에 뻘글을 이만-큼 쓸 거예요." 역시나 맹-한 표정. 지금 생각해보니 지성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 운명을 암시하는 복선이었을지도. 그리고 제 누이동생. 스타워즈 AT-AT 보행병기를 흉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려서부터 제국주의에 심취해 타락한 듯합니다. '작은음악회'란 이름의 학예회. 저 악기 이름이 뭐죠? 나무망치? "이 세상 어느 곳 누군가가 삶의 무게로 숨가빠할 때 작은 힘이라도 돼줄수 있다면, 이 노래가 그럴 수 있다면~" 얘도 눈두덩이가 두툼해서 상당히 꺼벙해보입니다. 사실 저희 둘 다 속눈썹이 매우 길지만 속쌍커풀이라 gg. 친구들과 함께 썰매장을 찾았을 때. 어린 것이 벌써부터 남을 부리는 중입니다. 생긴 것과 달리 영악함 그 자체. 졸업 축하해! 학사모를 써도 여전히 꺼벙하구나. 그런데 저는 왠지 이때의 기억이 없네요. 더더 어렸을 때의 오누이. 언뜻 봐서는 경례를 한 것 같습니다. 군인이 멋있어 보였을까? 화목한 모습이 보기 좋아요. 그땐 그랬지. 그러나 애들아, 너희는 십수년 후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앙숙이 된단다. 각오 단단히 하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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