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21/12/21 19:38:27 |
Name | [익명] |
Subject | 40대 1인 가구, 자산격차에 대해 어찌 느끼고 계시나요? |
서울에 사는 마흔 중반 1인 가구입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독립하면서부터 '돈 없는 젊음' 포지션으로 쭉 살아온 것 같아요. 30대 중반까지는 주머니가 가벼워도 '원래 우리 나이엔 다 그러니까'와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 외에도 인생 과제가 쌓여있고 언젠간 다르겠지' 하는 정서가 지배했어요. 젊음이 가지는 앞날에 대한 막연함이 무거운 짊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경제적 지위를 낭만적으로 가려줬던 듯요. '내 계층'에 대한 결판은 먼 훗날 날 것이라 유보할 수 있고, 지금 나는 어딘가로 가는 여정 중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당장의 부족함은 별 문제 아니라 느꼈던 듯요. 그런데 어느덧 마흔 중반. 주위를 둘러보니 서울 거주 중산층이면 제 나이에 누리는 당연한 것들이 하나도 없네요. 30평대 아파트, 자가 소유 한두대 차량 등. 최근 2, 3년간 자산가격 급등으로, 제 나잇대에 20, 30억 자산을 가진 서울 거주민들이 많은데 저는 1인 가구에 맞는 부동산에만 살다보니 (연금을 제외한) 순자산이 6억 중반이 조금 안 되네요. 회사 30대 후배들도 결혼과 함께 다들 아파트를 사더라고요. 치열하진 않아도 묵묵히 회사를 다녔는데 어느새 나는 한국에서 중하위 계층으로 밀려난 것 아닐까, 이대로 십여년 지나 노후를 맞이하면 빈곤층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생겨납니다. 지금은 회사에 속해 있기에 일하면서 어울리는 사회적 집단이 비슷하거나 나름 엘리트 분들이고, 그러다보니 경제적 낮음이 체감되지 않지만 늙으면 사회적 동일집단은 사라지고 경제적 낮음만 남는 것 아닐까. 지금까지 관찰 결과 저는 주식에도 재능이 없고 부동산은 답이 없는데... 그래도 이제라도 내 초라한 현실을 직시하고, 돈을 향한 욕망에 불타야, 더 늙었을 때 뭐라도 되는 것 아닐까, 지금까지처럼 허허 웃으며 살면 안 되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고소득이 아니신 1인 가구 분들은, 기혼 가구보다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 힘든 상대적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가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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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익명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일단 30대 입장에서 답변드리면,
<지금 집을 사느냐 마느냐>자체가 자산격차의 결정적인 tipping point가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보통 새로 결혼하는 신혼부부들도 바로 집을 매수하진 않으니까요. 특히 초반에 아이를 갖는 경우, 한 사람이 외벌이로 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주택 구매에 필요한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그 주택 넓이로는 육아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중고에 처하기 때문에 신혼이 집을 구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약간은 자연적이고 상당수는 정책효과 때문에 인위적으로 가격이 상승압력을 받아서 그겋게 된 거고 사실 젊다는 게 무기라면 다시 길게 보고 기다리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결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 집을 사느냐 마느냐>자체가 자산격차의 결정적인 tipping point가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보통 새로 결혼하는 신혼부부들도 바로 집을 매수하진 않으니까요. 특히 초반에 아이를 갖는 경우, 한 사람이 외벌이로 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주택 구매에 필요한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그 주택 넓이로는 육아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중고에 처하기 때문에 신혼이 집을 구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약간은 자연적이고 상당수는 정책효과 때문에 인위적으로 가격이 상승압력을 받아서 그겋게 된 거고 사실 젊다는 게 무기라면 다시 길게 보고 기다리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결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40대 1인가구 정모날이라는 소문 듣고 왔습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의 와중에 있어서 남 얘기 같지 않네요. 가족, 친구를 돌아보면 자녀교육환경이 주거지 결정에 큰 동기가 되어서 가능한 상급지의 아파트를 추구하게 되고 이런 선택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자산형성으로 이어지더군요. 그만큼 대출금 상환과 자녀양육에 이중으로 시달리며 아둥바둥 살기도 하고요. 등가교환의 법칙이랄까, 저도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만 부양가족을 위한 희생 없이 자기만족적인 삶을 살았으니 그 결과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젊은날의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 더 보기
40대 1인가구 정모날이라는 소문 듣고 왔습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의 와중에 있어서 남 얘기 같지 않네요. 가족, 친구를 돌아보면 자녀교육환경이 주거지 결정에 큰 동기가 되어서 가능한 상급지의 아파트를 추구하게 되고 이런 선택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자산형성으로 이어지더군요. 그만큼 대출금 상환과 자녀양육에 이중으로 시달리며 아둥바둥 살기도 하고요. 등가교환의 법칙이랄까, 저도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만 부양가족을 위한 희생 없이 자기만족적인 삶을 살았으니 그 결과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젊은날의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자아탐구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부양가족이 없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사치니까요. 돈을 버는 사람들은 돈 버는 궁리하는 걸 좋아하던데 저는 그게 스트레스인 것만 봐도 이미 재테크는 싹수가 노랗고 ㅠㅠ 인플레나 따라가는 수준만 되어도 다행이다 싶어요 ㅠㅠ 자산규모로 중산층이 되기 어렵다는 건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 나이가 들어도 소득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원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교류를 지속하고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하려면 그에 걸맞는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야할 테니까요. 예전에 어느 재테크책에서 '당신의 연봉만큼을 이자로 받으려면 얼마의 원금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라. 그게 당신 능력의 자산가치다'라는 말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ㅎㅎ 건강과 사회참여활동능력을 유지해서 나라는 사람의 자산가치를 가능한 높게 유지해야죠. 그리고 재테크는 교양수준으로 아주 조금씩이라도 쌓아가면 언젠가 10~20년 사이에 다음 턴이 왔을 때 운좋게(?) 편승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60대라고 해도 현대의 수명을 생각하면 이후 몇 십년을 편안하게 살 밑천을 마련하기에는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님;;;; 결국 재테크 알못은 그 나름의 페이스대로 차곡차곡 남은 시간을 준비해야하지 않나 싶어요. (비러머글 재미없는 재테크!) 경제적으로만 보면 최소한의 종자돈이나 커리어 없이 같은 게임을 시작해야하는 20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위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나름의 암담함과 고단함이 있지만...어...나의 20대가 그러했고, 나의 30대가 그러했듯 ㅅㅂㅅㅂ하면서 넘어서야죠, 뭐...다만...20대의 나야...35살까지 살았을지 죽었을지, 살아있다해도 과연 한국에서 살고 있을지 의심하며 청약예금인지 부금인지 거들떠도 안 보던 20대의 나야...스릉흔드...그긋도으즈므니....
(추가) 제가 잠시 긍정열매를 먹었나봅니다. 아까는 맛있는먹고 기분이 좋았어요. 먹고사니즘 겨우 해결하는 돈을 벌면서 일도 안 끝나고 허리도 아프니까 바로 좀 전에 허세 부렸던 게 부질없네요. 40대는 똥이야, 똥이라구 히힛
(추가) 제가 잠시 긍정열매를 먹었나봅니다. 아까는 맛있는먹고 기분이 좋았어요. 먹고사니즘 겨우 해결하는 돈을 벌면서 일도 안 끝나고 허리도 아프니까 바로 좀 전에 허세 부렸던 게 부질없네요. 40대는 똥이야, 똥이라구 히힛
저와 상황이 거의 닮은꼴이시네요.
<젊은날의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자아탐구하는 것> 이런 멋진 부분만 빼고요.
재테크 재능이 없어서 예금 위주로 하니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고 있어 큰일입니다.
코인, 주식이 공부한다고 되지도 않고, 게다가 지금은 고수들만 살아남는 장으로 이미 넘어온 것 같고..
원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교류를 지속하고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 60대 이후가 되면 이게 참 쉽지 않지요.
(추측컨대) 연구직 쪽에 계시다면 좀더 사회적 생명이 기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60대 ... 더 보기
<젊은날의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자아탐구하는 것> 이런 멋진 부분만 빼고요.
재테크 재능이 없어서 예금 위주로 하니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고 있어 큰일입니다.
코인, 주식이 공부한다고 되지도 않고, 게다가 지금은 고수들만 살아남는 장으로 이미 넘어온 것 같고..
원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교류를 지속하고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 60대 이후가 되면 이게 참 쉽지 않지요.
(추측컨대) 연구직 쪽에 계시다면 좀더 사회적 생명이 기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60대 ... 더 보기
저와 상황이 거의 닮은꼴이시네요.
<젊은날의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자아탐구하는 것> 이런 멋진 부분만 빼고요.
재테크 재능이 없어서 예금 위주로 하니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고 있어 큰일입니다.
코인, 주식이 공부한다고 되지도 않고, 게다가 지금은 고수들만 살아남는 장으로 이미 넘어온 것 같고..
원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교류를 지속하고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 60대 이후가 되면 이게 참 쉽지 않지요.
(추측컨대) 연구직 쪽에 계시다면 좀더 사회적 생명이 기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60대 이후 어떤 이들과 어울리며 살게 될까 생각하면 막막하네요.
느슨한 종교 공동체, 혈연 공동체, 생태운동처럼 신념에 기반한 공동체, 지역 커뮤니티... 그런 게 그려지지 않으니..
<젊은날의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자아탐구하는 것> 이런 멋진 부분만 빼고요.
재테크 재능이 없어서 예금 위주로 하니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고 있어 큰일입니다.
코인, 주식이 공부한다고 되지도 않고, 게다가 지금은 고수들만 살아남는 장으로 이미 넘어온 것 같고..
원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교류를 지속하고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 60대 이후가 되면 이게 참 쉽지 않지요.
(추측컨대) 연구직 쪽에 계시다면 좀더 사회적 생명이 기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60대 이후 어떤 이들과 어울리며 살게 될까 생각하면 막막하네요.
느슨한 종교 공동체, 혈연 공동체, 생태운동처럼 신념에 기반한 공동체, 지역 커뮤니티... 그런 게 그려지지 않으니..
어떤 상실감을 느끼고 계신지는 이해가 되고, 공감도 갑니다. 아파트 가격은 미친듯이 올랐고, 주변에는 투자로 대박난 사람들만 보이고 나만 뒷쳐지는 것 같죠. 열심히 모은다고 모았는데 서울에 아파트 한채 사기 어렵고요. 노후 대비는 될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하지만 국내 가구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순자산 6억 중반은 상위 20% 내로 상위권에 속하는 금액입니다. 1인 가구만 기준으로 한다면 훨씬 상위권이겠죠. 불안과 상실감을 느끼더라도 자신의 위치는 제대로 인지하고 느껴야합니다. 선생님은 중하위권으로 밀려나시지 않았고, 빈곤층하고도 거리가 멀고,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지나치게 운이 좋았던 하나의 사례가 수천명의 인생을 초라하게 만드는 현실이 슬프군요.
하지만 국내 가구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순자산 6억 중반은 상위 20% 내로 상위권에 속하는 금액입니다. 1인 가구만 기준으로 한다면 훨씬 상위권이겠죠. 불안과 상실감을 느끼더라도 자신의 위치는 제대로 인지하고 느껴야합니다. 선생님은 중하위권으로 밀려나시지 않았고, 빈곤층하고도 거리가 멀고,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지나치게 운이 좋았던 하나의 사례가 수천명의 인생을 초라하게 만드는 현실이 슬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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