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2/08/31 23:38:39
Name   [익명]
Subject   회사는 좋은데 회사가 싫습니다.
개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어찌 10년 정도 되었네요.

회사도 그래도 비교적 양질의 직장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개발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입니다. 저도 어렵게 어렵게 들어왔구요.

회사는 좋습니다.
급여나 복지 같은 것들은 상당히 만족하는 편입니다.
지금껏 이직을 꽤 많이 해봤는데 그동안 다녀봤던 + 들어봤던 직장 중에는 제일 좋은 편에 속합니다.

근데 회사가 싫습니다.

첫번째로, 일단 일이 재미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냐 싶으실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직무 만족도가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서요.
어려서부터 개발 쪽을 좋아해왔고 운좋게 덕업일치가 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어서
업도 코딩이요, 제1 취미도 코딩입니다.
기분이 울적하면 코드를 짭니다.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을 수록 내 역량이 향상되고 인사이트가 늘어나는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인가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만큼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일텐데 제게는 1만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일종의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현실세계의 요구조건을 머리속에서 논리로 정리하고 이를 코드로 변환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그 결과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애초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는 과정에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지저분한 코드를 깔끔하고 가독성있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큰 만족을 얻습니다.

근데 지금 회사로 이직한 뒤로 이러한 즐거움이 상당한 수준으로 반감되었습니다.
코드를 직접 다루는 절대적인 시간 자체도 줄어들었고 그렇게 다루는 코드 자체도 재미없는 내용입니다.
게다가 기술 외적으로 다뤄야 하는 업무들의 양이 많다보니까 일이 상당히 재미없어져버렸습니다.

두번째로, 팀 문화가 싫습니다.
팀 문화가.... 상당히 개인주의적입니다.
메신저를 통해서던, 점심시간이나 하다못해 흡연타임에도 서로 사담을 거의 나누지 않습니다.
물론 서로 개인적 친분이 있는 고인물들끼리는 나눕니다. 하지만 그건 일부 개개인의 현상이고
팀 전체로 보면 서로 사담을 나누면서 정서적 거리감을 줄이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일만 합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좋아보일 수도 있는데 이게 뉴비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문화입니다.
(신입이던 경력직이던) 회사에 처음 들어와서 분위기도 모르고, 업무도 모르고, 사람들도 모르는데 뭔가를 물어보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팀 분위기를 풀어주는 분위기 메이커도 없구요. 먼저 나서서 말이라도 챙겨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각자가 알아서 그냥 자기몫을 하는 분위기 입니다.
아직 1인분을 제대로 못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역입니다.
조그만 어려움에도 숨이 턱턱 막힙니다.


결국 정리하면,
일과 사람, 두 가지 문제 때문에 회사와 업무에 정을 못붙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보다가 채용공고 보이면 괜히 눈길이 한 번씩 가곤 합니다.
다른 조직으로 이동을 해볼까 싶다가도 다른 곳도 비슷한 분위기려니 싶기도 하고.
이직을 하자니 급여나 복지 면에서 지금 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쉬울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심적으로 너무 괴로워서 지난주에는 정신과 심리상담을 예약했습니다.
상담은 경험이 전혀 없는데 조만간 경험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토비님에 의해서 AMA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22-09-01 14:32)
* 관리사유 : 질게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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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회사 오셔서 코드품질과 아키텍쳐를 발전시켜주세요....!
1
[글쓴이]
매일 이력서만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ㅎㅎ
덜커덩
HR부서에서 온보딩 프로그램이나 OJT 기간을 갖게하게 하지는 않는가요? 뭐 OJT에서 사수를 가져도 사수 상태에 따라서 극과 극이 나올 수 있지만 안타깝네요. 설명충(…)이라 사람 오면 뭐든지 물어보라고 하는 인간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입사하는 날 부터 혼자 밥먹으면서 꾸역꾸역 셀프 온보딩을 했던터라 뒤의 친구들에게 좀 더 말을 해주는 편이 되었습니다.
[글쓴이]
온보딩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으로 하루 진행하긴 했는데 애사심이 더 깊어지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전사 공통으로 진행하는 거라 크게 효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냥 심적으로 너무 지친 상태라서 더 민감하게 느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서 역경을 헤쳐나가야겠지요.
덜커덩
취미가 그러하시면 작고 귀여운 개인 프로젝트를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얼핏 나고 그럽니다. 바퀴를 다시 만든다던가., 아니면 팀에서 필요할만한 유틸리티를 만드는 것도 괜찮구요.

아니면 코딩에서 좀 벗어나서 다른 심신에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걸 권장하고 싶읍니다. 그게 어찌보면 일 중독과 양상이 비슷하기도 해서요. 암튼.. 기운내시고 점점 상황이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사려깊은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코딩에서 벗어나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말씀에 마음이 동하네요.
아비치(R)
이직 땅땅땅!
[글쓴이]
하루하루마다 마음이 왔따리 갔따리 합니다 ㅎㅎ
"이직해야지!!!" 하다가도 다음날되면 또 금새 이직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는 일의 연속...
Velma Kelly
개발자는 축구를 못하나요? 개발이라..?

죄송합니다 잠을 못 자서인지 정신이 오락가락 하네여
1
[글쓴이]
실제로 개발이라 뜨금했습니다 ㅋㅋㅋ
일이 재미있으시다니 부럽습니다.
활기찬 부서 가도 코드가 안맞으면 노잼이던데

그냥 일만 하는 부서가 나을수도
*alchemist*
2번.. 진짜 어렵죠 ㅠㅠ 저도 이직한 회사가 개인주의적인 문화여서(+개인이 해야할 일이 엄청 많음. 다른데 신경쓰기 어려운 구조) 처음에 맘적으로 엄청 고생했거든요. 그래도 고생하고 있으니 몇분 저랑 생각 비슷한 사람들이 도와주셔서 잘 넘어왔고 이후엔 구성원들이 바뀌면서(이직이 많은 회사이긴 합니다) 분위기가 자연스레 개인주의적인 면은 좀 희석이 된 면이 있긴 합니다만... 쉽지 않지요.

1번의 경우는 혹시 회사에서 요구하는게 '개발자'가 아니라 '관리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저도 하는 일 중에 제일 재미있는건 의외로 보고서 쓰고 엑셀 만지고 하는 거라서요... 다만 제가 이제 관리자 직책이 되어가다보니 그런건 애들 시키고 급한거나 중요한 거만 제가 하는 편이라.. ^^;
노바로마
근데 죄송한데 여기 AMA 게시판인데, 그냥 이러한 상황이니 질문을 받겠다는 차원에서 글을 쓰신건가요? 아니면 이 상황이 고민이 되셔서 글을 올리신건가요? 후자면 운영진께서 질게로 글을 옮겨야 할거 같은데...
人在江湖
10년 경력이면 코드만 만지긴 어렵지 않을까 하고, 본문의 2가지를 다 추구하려면 안정성/급여를 포기하시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알아보면 될 것 같지만, 그 경우 쌓아놓은 기술 스택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나...는 게 이 글을 본 첫 느낌이었읍니다.
2번째 팀문화 같은 경우는 직원에 따라 워낙 극과 극인지라..
저처럼 그런 문화를 반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구성원들도 있을테구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개인 사적으로 뭔가를 많이 공유하는 것 자체가 점점 터부시되어가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지고는 있죠.
다만, 말씀해주신 정도는 아무리 회사 바이 회사라고 해도 굉장히 보기 드문 형태인 것 같네요.
개인적으론 질게보단 자게가 맞는것 같긴 하지만 뭐 다 존중합니다+_+
원금복구제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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