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4/12/11 12:36:20
Name   [익명]
Subject   [푸념] 후회스러운 선택이 쌓여서 지금이 된 것 같아요.
절대 똑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머리는 안 좋은데 이상만 높은 학생이라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했어요.
집이 잘사는 것도 아니니 미래를 생각하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전공을 싫어하진 않았습니다.

짧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원하는 삶을 살아보자.라고 생각해서 공대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당연히 기쁨보단 멍청함을 확인 받는 나날이 더 많았습니다. 전 대학을 나온 사람이 아닌 것 같더군요.
공부 머리 뿐 아니라 연구를 위한 기본적인 역량도 아주 부족하고요. 비판적 사고 능력이나 글쓰기... 등 배운게 없더라고요.
학기가 지속될 수록 돌아가는 기분이 들고, 확신이 가득해 보였던 앞 날은 사실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걸.
그리고 불확실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나온다는 깨달음이 오더군요. 그 때부터는 당장 할 일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학계에서 만난 사람들은 의문이 없는 삶을 사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것들을 공감 받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물론 아주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다들 흔들리며 사셨겠지만, 적어도 저 같이 학부 전공을 말했을 때 다들 의문을 띄우는 삶은 아닙니다.

이런 제가 인복은 좋아서 현재 석사 2년차인데, 적지만 성과가 있어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SCI도 준비 중이지만, 정말 좋은 교수님을 만나 항상 감사하고 동시에 죄송해하며 지냅니다.

그런데 한 번씩 마음이 울럭입니다. 결과가 중요한 환경에서 저는 당연히 뒤쳐지는 사람일 수 밖에 없고,
항상 스스로를 증명 해내야 하고, 이렇게 살면 언젠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생기고.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생기는 걸 체감하다 보니
어린 시절 제가 했던 선택에 대한 원망과.. 사실 그러면 안되지만 제 진로에 관심이 없었던 주위 어른들에 대한 원망이 자꾸 드네요.

푸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국도 어지럽고 추운 날들이지만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느끼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367 진로[푸념] 후회스러운 선택이 쌓여서 지금이 된 것 같아요. 5 [익명] 24/12/11 638 0
16337 진로뒤늦게 로스쿨을 갈까 싶습니다 14 [익명] 24/11/28 1157 0
16317 진로재택근무를 하고 싶습니다.. 9 [익명] 24/11/24 876 0
16300 진로스스로 하고싶지만서도 타인한테 기대고 싶기도 합니다. 11 활활태워라 24/11/19 660 0
16281 진로이직할 두 직장 중에서 고민중입니다. 46 kaestro 24/11/12 968 0
16230 진로사회복지사는 직업으로서 어떤가요? 8 [익명] 24/10/28 853 0
16215 진로아내를 설득하고 싶습니다. 아니 설득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42 [익명] 24/10/21 1754 0
16180 진로이직 더 준비하고 진행하는게 나을까요? 16 kaestro 24/10/03 1122 0
16155 진로이솝이랑 비슷한데 이솝보다 저렴한 바디워시 16 린디합도그 24/09/22 1432 0
16109 진로교수님에게 많이 깨져서 고민인 박사과정생입니다 30 [익명] 24/08/31 1773 0
16039 진로혹시 '5년내에 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 하는분들 계십니까?? 25 [익명] 24/07/31 2012 0
15979 진로장례식 조의 문제입니다. 9 하우두유두 24/07/04 1438 0
15951 진로도쿄 일렉트론 또는 다른 일본계 제조업은 어떤가요? 6 누가크래커 24/06/25 1095 0
15941 진로안녕하세요. 전통시장에서 레스토랑을 창업해보려는 사람입니다. 25 박농사꾼 24/06/19 1646 0
15938 진로늦은나이에 일본대학 진학을 꿈꾸고있습니다. 4 한지민 24/06/17 1280 0
15784 진로7세 4세데리고 단양주말여행갑니다 11 하우두유두 24/04/19 1536 0
15707 진로공무원 이직 관련 문의드립니다. 6 [익명] 24/03/20 1852 0
15644 진로석사학위만으로 연구자 직업을 가질 수 있나요? 17 집빈남 24/02/20 2251 0
15590 진로현직 변호사분이나 로스쿨 재학생께 질문있습니다 4 벨리사리우스 24/01/31 2014 0
15584 진로40부터는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10 ㅢㅘㅞ 24/01/29 2043 0
15550 진로40대 중반 이후의 삶?! 2 [익명] 24/01/16 2210 0
15544 진로미국 석사 유학 학점인정 관련 5 Finboy 24/01/14 1644 0
15534 진로학위와 수료의 차이 18 Finboy 24/01/10 2672 0
15460 진로너무 힘드네요.. 11 히든 23/12/13 2081 0
15458 진로미국 AI 회사 취직 / 박사 3 [익명] 23/12/13 153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