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5/01/05 20:57:53
Name   comping
Subject   제 짧은 글 냉정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제가 구독중인 음악잡지(월간지)에 독자 투고글을 실어보는게 올해 목표인데요.

자기 객관화가 전혀 안 된 상태라... 여러분들의 냉정한 평가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꼭 이 글이 아니라도... 꾸준히 트라이하면 잡지에 실릴 가능성이 보이는 수준인지 궁금합니다.

어설프다/중2병이다/내용이 이상하다 등등 비판적인 의견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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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것은 Jazz에 있었다. (나의 재즈 입문기)


직장 생활의 피곤함이 극에 달했을 무렵에는 음악을 들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 시끄러운 것, 빠른 것, 심지어 가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거부감을 느꼈다. 단출한 첼로의 무반주 선율이나 가끔 틀어 놓고 머리를 텅 비우는 것이 유일한 음악 감상이었다. 쇼파에 몸을 눕히고, 연주자가 영혼과 시간을 갈아 넣은 흔적들을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따뜻한 경외감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직장에서 벗어난 뒤에야 나는 다시 음악에 관심을 갖을 수 있었다. 재즈 피아니스트 자크 루시에(Jacques Loussier)를 유튜브로 처음 접했다. 화면 속의 유머러스한 피아니스트는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재즈로 변주된 선율은 한없이 귀엽고 산뜻했다. 그러나 나를 정말로 사로잡은 것은 두 번째 코러스였다. 정적을 깨는 단 한번의 상큼한 왼손 컴핑. 단 1초. 나는 그 순간 무언가에 눈떴다. 분명히 재즈에 입문하는 순간이었다.

그 다음에는 빌 에반스(Bill Evans)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Peace Piece를 연주하며 피아노로 에스프레소와 초콜렛의 맛을 동시에 우려내는 블렌딩을 펼치고 있었다. 이후 그가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를 캐롤의 색인 레드와 그린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인 그레이로 연주하는 걸 들었을 때, 그 회색 아름다움에 홀려 나는 망설임 없이 피아노를 구입했다.

"재즈를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아직도 주저함이 든다. 재즈의 본질은 즉흥 연주라고 하던데, 나는 재즈의 즉흥성에는 아직 완전히 매혹되지 못했다. 재즈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의 음색, 리하모니(Reharmonization) 그리고 재즈 연주자들의 가치관에서 이제 막 아름다움을 느끼기 시작했을 뿐이다.

한때는 너바나와 스매싱 펌킨스에 빠져 일렉기타를 메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눈떠보니 피아노 앞에 앉아 리얼북을 뒤적거리는 남자가 있다. 레슨 선생님은 지난 가을 숙제를 아직도 끝내지 못한 나를 보고 웃는다. 서툴지만 떳떳하게 꾸밈음을 넣어 연주해본다. 미안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던 것은 레슨선생님 역시 재즈 연주자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움. 그것은 Jazz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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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더 긴 글은 없을까요? 필력은 긴 글일수록 티나더라고요
comping
한 페이지 분량인 1000자에 맞춰봤습니다. 아직 제가 긴 글을 쓸 레벨이 아니기도 하구요!
연재지 / 잡지에 실리려면 잡지 구독자/편집자의 성향에 맞는 것이 글재주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월간 음악잡지에서 보통 아티클을 어떤 성향을 원하는지, 나랑 겹치는 사람이 없는지 같은 부분을 한번 체크해보시고 목적을 갖고 공략하시는게 좋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 시각과 관점이 사람들과 잘 맞아 떨어져서 그런 것 없이도 글의 인기를 얻는 사람들이 있지만 보통 그러기는 쉽지 않고.. 특히 연재는 일종의 출퇴근과 같아서 쓸 말이 없어도 써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더욱 전략이 필요합니다.

본문만 예로 든다면.. 음악 잡지 구독자에게 재즈 시리즈 연재를 시작하는 도입부여도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표현력이나 이런걸 떠나서 내가 이럴때 이런 음악과 이런 음악가가 맘에 들었어 라는 한 줄을 나열한 내용이라 심심한 것 같아요.
comping
감사합니다. 역시 뭔가 약하고 심심하군요. 물어보길 잘 한것 같습니다. 맹물같은 수필 느낌보다는 좀 더 뚜렷하고 알차게 고민해 보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사직서는 수리 됐어. 그동안 고생했네."

건조한 인사 한 마디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습관처럼 지하철 역으로 걷던 걸음을 돌려본다. 어차피 매일 낑겨 타던 지하철, 회사를 때려치는 오늘만이라도 반항기에 기대어 새로운 길을 무작정 걸어본다.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서 짜증을 누르려던 재즈 선곡을 피하고, 빌 에반스의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를 골랐다. 크리스마스의 빨간 불빛과 초록색 싱그러움이 아닌 회색의 도시빛으로 어우러지는 그의 연주가 긴 직장생활의 마무리에 대해 위로를 주는 것만 같았... 더 보기
"사직서는 수리 됐어. 그동안 고생했네."

건조한 인사 한 마디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습관처럼 지하철 역으로 걷던 걸음을 돌려본다. 어차피 매일 낑겨 타던 지하철, 회사를 때려치는 오늘만이라도 반항기에 기대어 새로운 길을 무작정 걸어본다.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서 짜증을 누르려던 재즈 선곡을 피하고, 빌 에반스의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를 골랐다. 크리스마스의 빨간 불빛과 초록색 싱그러움이 아닌 회색의 도시빛으로 어우러지는 그의 연주가 긴 직장생활의 마무리에 대해 위로를 주는 것만 같았다.

음악에 이끌려 걸음이 다다른 곳은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종로 뒷편의 낙원상가에 있는 한 악기점이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귀신이라도 씌인 듯이 피아노를 고르고 돈을 냈다. 마음 한 구석에 직장도 없어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걸 사나 싶었지만 도무지 충동을 이겨낼 수 없었다. 음악, 피아노, 재즈. 올바른 사회인으로 꾹꾹 눌러담아오던 삶을 내던지기 위해 필요했던 딱 세가지였을 따름이다.

재즈를 좋아하냐고? 글쎄올시다. 재즈하면 즉흥성인데, 회사를 때려치는데만 수년의 고민이 필요했던 내게 즉흥성이라는게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고작 피아노를 충동적으로 산 정도로 정말 재즈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내 삶이 재즈하고 있나? 어릴 적 너바나와 모던락에 심취했던 내가 지금 재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좀 웃기지 않나?

서툴기 짝이 없이 피아노 건반을 뚱땅거리며, 오로지 번져나가는 것은 삶을 채워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라는 느낌이다. 재즈를 좋아하냐고? 좀 멋쩍은 마음이지만, 그렇다. 왜 좋아하냐고? 믿을 지 모르겠지마는, 재즈라는게 무지하게 아름답거든. 아무튼, 회사를 때려치고 제일 먼저 재즈피아노를 배워야 겠다고 생각할 만큼은 아름답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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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구태여 재구성해보았는데요. 이 글이 본문보다 잘썼다 이런건 아니고 글의 구성에 좀 더 스토리텔링이 있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4
comping
술술 읽히는게 확실히 흡입력 있네요. 스토리텔링..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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