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19/02/23 01:40:23
Name   [익명]
Subject   내 안의 이중적인 나를 발견할때
나에게 너무나 잘 해주신 은사님이 있습니다.
가끔 어려울 때 찾아뵙고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스승의 날이 되면 으레 선물도 드리고 편지도 써 드리기도 하고 그러지요.
어느날 오랜만에 은사님과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데, 제가 살고있는 이야기를 했더니 쓴소리를 하십니다.
물론 저게 잘되기를 원하셔서 하시는 말씀 이겠지만 못내 서운한 마음이 들고 그동안 받은 은혜는 뒤로 하고 연락하기 싫어지는 마음이 듭니다.
이성적으로 너무나 감사한데, 고작 한마디 들었다고 얼굴 보기가 싫어집니다...



저에게 항상 착하게 대해 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친구 성격이 원래 착한건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이야기 하면 잘 들어주고 거의 모든 제 의견을 따라주는 친굽니다.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녀석이 튕깁니다. 그 시간에는 안되겠답니다. 요즘 낮과 밤이 바꼈답니다.
그래서 뭐 몇시에 자기에 낮과 밤이 바뀌었냐 물었더니 엄청나게 짜증을 냅니다.
아니 친구사이에 그런것도 못물어보냐고 살짝 다퉜는데, 생각해보니 은연중에 내가 이친구를 깔보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내가 이친구 보다 위 라고 생각했기에 뭐든 내 말에 대답하고 따라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제가 업무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어느날 스터디를 하는데 저는 a팀, 그 선배는 b팀이 되었습니다.
몇개월간 각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 그 선배가 저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평소 저의 작업을 봐 주거나, 물어보는걸 잘 대답해 주시던 선배입니다. 근데 하소연을 하는데 제가 도저히 해결해 드릴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공감만 해 드리고 위로를 해 드렸습니다. 근데 왜 너는 교과서적으로 공감만 하고 위로만 해주냐고 핀잔을 주십니다.
세상 억울해서 속으로 내가 무슨 연인 사이도 아닌데 어디까지 공감하고 들어줘야 하나 하고 억하심정이 듭니다.
그 뒤로 여차 저차 서로 감정을 풀긴 했지만 아직도 편하진 않습니다.



데이트나 모임에서 비싼 음식을 먹을땐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우리 부모님은 이런 식당도 못 왔을 텐데, 다음에 가족끼리 이런 식당을 와야겠다 싶습니다.
그러다가도 집에 들어가 잔소리 하시는 모습만 보면 이번달 용돈을 굳이 챙겨드려야 하나 싶은 못된 마음이 듭니다.
회사에서 칼퇴하고 집에 들어가도 이렇게 힘든데 항상 늦은 시간까지 일하시며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으면서도 순간순간의 서운함에 '아 몰라 서운하게 했으니까 그딴거 안할래' 라고 생각 해 버립니다.





말로는 온갖 이성적인척. 내 판단이 맞는 척. 세상 공평한 사람인척 하지만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배은망덕한(?) 마음이 들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잘못됐다고 자기합리화 하기엔 이미 내가 너무 이중적인 사람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렇게 익명으로 글을 올리면서도 다른 사람의 공감을 받고 '사람 다 이중적인 마음이 있으니 너무 괴로워 마세요' 라는 말을 듣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잘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이내 상처 받았거나 마음에 안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굳이 내가 잘해야하나? 라는 속좁은 생각이 듭니다.
때론 왜 내가 이런 인격이 형성 되었나 과거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며 그 원인만 알게되면 모든게 풀리지 않을까 싶은 과거탓(?) 을 하면서 합리와 하기도 합니다.
차라리 인간관계를 최소화 해서 다 끊어버리고 이런 고민을 안하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 마저 들기도 합니다..



사소한 말투 하나에도 예민해 지고 기분 나빠하는 제가 대쪽같이. 올곧은 마음으로 그릇이 넓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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