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19/11/14 03:13:17
Name   [익명]
Subject   트롤리(기찻길) 딜레마랑 공동체주의..
트롤리딜레마에서 5명대신 1명이 있는 선로쪽으로 기차를 튼다고 선택한 사람들이, 1명을 발로 차서 선로로 밀어넣는 선택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잖아요. 이전에는 공리적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이, 조건이 바뀌자 '특정한 윤리적인 근거' 때문에 선택을 바꾼 거잖아요.
그 근거는 당연히 공리주의적 근거는 아닐테고(공리주의적 입장을 버린 것이니), 그렇다고 자유주의적인 근거도 아니어보이고(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부정당했다는 점에서 전자나 후자나 다른 조건이 아님), 전자와 후자를 비교한 건 결국 '야 자유주의 공리주의로 설명 못 하는 거 있지? 선로 바꾸는 거하고 발로 차서 밀어넣는 것의 차이를 너네가 설명할 수 있어? 못하지? 그럼 너도 공동체주의자야ㅎㅎ' 이렇게 읽었는데 이렇게 읽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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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의오후
트롤리 문제랑 공동체주의는 별로 상관 없어요. 처음에 릴리파 풋이 트롤리 문제를 제안했던 건 사고실험과 실험윤리의 차이를 보여주려고 했던 거였어요. 사고실험(가상 사례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물어 상대방에게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트롤리 문제에서 결정한 것과 살찐 남자 문제(변형)에서 결정한 것은 같아야 하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사람들은 선택을 바꿨어요. 이것이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윤리적 선택을 내릴 때 원칙(의무론)이나 결과(공리주의) 만을 따져서 결론에 도달하지 않고 다른 것도 고려한다는 것이에요... 더 보기
트롤리 문제랑 공동체주의는 별로 상관 없어요. 처음에 릴리파 풋이 트롤리 문제를 제안했던 건 사고실험과 실험윤리의 차이를 보여주려고 했던 거였어요. 사고실험(가상 사례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물어 상대방에게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트롤리 문제에서 결정한 것과 살찐 남자 문제(변형)에서 결정한 것은 같아야 하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사람들은 선택을 바꿨어요. 이것이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윤리적 선택을 내릴 때 원칙(의무론)이나 결과(공리주의) 만을 따져서 결론에 도달하지 않고 다른 것도 고려한다는 것이에요.

하나 더 생각해 볼 것은 트롤리 문제는 개인 윤리에 관한 것이고, 공동체주의는 사회 윤리라는 점이에요. 개인 윤리는 개인이 어떠한 윤리적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할까를 다루고, 의무론과 공리주의가 양대 진영이에요. 사회 윤리는 사회 차원에서 윤리적 이슈를 어떻게 결정할까를 다루고, 의무론에서 파생한 자유주의(노직)과 계약주의(롤즈), 공리주의의 세 입장이 서로 싸우고 있었어요.

80년대에 윤리가 정말 논리적 추론의 문제이기만 하냐라는 문제제기가 왕왕 있었고, 매킨타이어라는 사람이 개인 윤리 견해로 덕윤리라는 것을 들고 나와요. 덕윤리는 개인이 윤리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추론이 아니라 성격(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윤리의 중심을 행위에서 행위자로(즉 착한 행동에서 착한 사람으로) 바꿔요. 이 덕윤리가 사회 윤리로 올라가면 공동체주의가 되는 것이에요. 공동체주의는 계약주의를 비난하지만, 공리주의랑은 별로 싸우지는 않아요.

TMI로 말씀드리면 트롤리 문제에서 두 가지 선택은 각각 의무론과 공리주의로 배정되어요. 손을 대서 다섯 명을 살리는 것은 결과(최대다수의 최대이익)를 중시하는 공리주의, 손을 대지 않아 한 명을 살리는 것은 원칙(살인하지 말라)을 중시하는 의무론에 속하는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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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흐음 그럼 사람들이 살찐 남자 문제를 판단할 때는 의무론, 공리주의를 떠나서 다른 것도 고려한다고 할 때, 그 '다른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얘기된 것들이 있나요?
홍차의오후
주목할 것은 왜 원 트롤리 문제와 살찐 남자 문제에서 선택을 바꾸느냐 하는 것이에요. 필리파 풋은 이걸로 가톨릭 윤리 전통에서 나오는 이중 결과의 원칙(의도치 않은 결과로서 나쁜 행동과 나쁜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차이가 있다)을 검토하려 했었죠.

하지만 이것에 심리학자/실험철학자의 손에 닿으면서 설명이 바뀌기 시작해요.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신체적 근접성이었어요. 사람들은 스위치를 누르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의 몸을 직접 미는 것은 싫어한다는 설명입니다.

다음은 직관적 결정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조... 더 보기
주목할 것은 왜 원 트롤리 문제와 살찐 남자 문제에서 선택을 바꾸느냐 하는 것이에요. 필리파 풋은 이걸로 가톨릭 윤리 전통에서 나오는 이중 결과의 원칙(의도치 않은 결과로서 나쁜 행동과 나쁜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차이가 있다)을 검토하려 했었죠.

하지만 이것에 심리학자/실험철학자의 손에 닿으면서 설명이 바뀌기 시작해요.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신체적 근접성이었어요. 사람들은 스위치를 누르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의 몸을 직접 미는 것은 싫어한다는 설명입니다.

다음은 직관적 결정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조너선 하이트와 같은 도덕심리학자가 여기 속하죠). 트롤리 문제에선 기준선이 현재 살아 있는 다섯 명입니다(가만히 있으면 다섯명이 죽습니다). 살찐 남자 문제에선 기준선이 현재 살아 있는 한 명입니다(가만히 있으면 눈 앞 한 명이 삽니다). 두 문제는 비슷해 보이지만 제시되는 방식이 다르고, 따라서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다른 판단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순서 효과를 고려하는 사람도 있지요. 트롤리 문제를 고려할 때 우리가 먼저 듣는 정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트롤리 문제는 기차가 폭주하여 다섯 명이 위험하다는 정보가 먼저, 살찐 남자 문제는 눈 앞의 남자에 관한 묘사가 먼저 주어집니다(더불어, 살찐 남자 문제에 앞서 트롤리 문제를 풀었을 가능성이 높지요). 먼저 주어진 정보는 개인이 결심을 내리도록 이끌기에, 나중에 주어지는 정보에 따라 결심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차이를 철학적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심리학적 요인을 점점 더 고려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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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윽 그럼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살찐 남자 사례 들고온 건 뒤에 설명도 안 해줄 거 그냥 들고 온 거네요? 이놈이..
홍차의오후
넵. 흥미로운 도입부이자, 어찌보면 책 내용보다 더 많이 기억되는 도입부일 뿐이지 센델 본인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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