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 20/08/31 14:28:28 |
Name | T.Robin |
Subject | 나이롱 신자가 써보는 비대면예배에 대한 단상 |
제가 이런저런 곳에서 밝혔듯이, 전 기독교인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아무리 좋게 말해도 제 믿음이 신실하다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전 제가 믿는 하나님을 경외하지만 나쁜 짓도 많이 하고(hmpf), 평소에도 예배 출석률이 좋지 않았을 뿐더러,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뒤부터는 잠시 잠잠해졌을 때조차도 혹시나 애들에게 뭔가 문제가 생길까봐 교회에 안 나갔거든요. 요즘 비대면 예배에 대해서 말들이 참 많습니다. 꼭 대면예배가 필요하느냐는 입장부터 예배는 무조건 공예배(=대면예배)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스펙트럼도 참 넓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신도들조차 헷갈리는 판국에, 이를 지켜보는 비신자들에게는 정말 '도대체 저게 뭔 짓거리여'라는 생각밖에 안 들 겁니다. 아무쪼록, 예배 출석조차 잘 안 하는 나이롱 신도의 권위라고는 일절 없는 뻘생각에 불과합니다만, 저는 비대면 예배와 관련한 논쟁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1) 공예배가 정말로 중요한가 2) 예배는 무조건 공예배여야 하는가 그럼, 가장 근본적인 것부터 가죠. 일단, 공예배가 정말 중요한가부터 좀 살펴보자면...... 예. 중요합니다. 성경 말씀에서는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행위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모이기에 힘쓰라'는 거죠. [사도행전 2:46]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Acts 2:46] And day by day, gattending the temple together and breaking bread in their homes, they received their food with glad and generous hearts, [히브리서 10:25]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 [Hebrews 10:25] not neglecting to meet together, as is the habit of some, but encouraging one another, and all the more as you see the Day drawing near. 그런데 말입니다...... 이 말씀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조가 비교적 부드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이기에 힘쓰기를 극도로 권장하긴 하는데, 말 그대로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라는 거죠. 만일 무언가가 기독교인이 꼭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었다면 아래처럼 명령으로 표시되었을 겁니다. [요한복음 13:34]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John 13:34] A new commandment I give to you, that you love one another: just as I have loved you, you also are to love one another. 할렐루야. 멋지지 않습니까? 서로 사랑하라. 이것이 내가 주는 계명이니라. 주님께서는 마음에서 진실로 우러나와 네 태도를 바꾸라 하십니다. 이건 권장이 아니라 강제입니다. 의무에요. 기독교인이라면 무조건 지켜야 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한편, 성경에는 또다른 재미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구약의 "다니엘"서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다니엘 6:10] 다니엘이 이 조서에 왕의 도장이 찍힌 것을 알고도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 [Daniel 6:10] When Daniel knew that the document had been signed, he went to his house where he had windows in his upper chamber open ftoward Jerusalem. He got down on his knees three times a day and prayed and gave thanks before his God, as he had done previously.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다니엘이란 양반은 당시 이스라엘을 무너뜨리고 다수의 유대인을 포로로 잡아간 바빌론의 왕이었던 느부갓네살 2세의 눈에 띄여서 본의 아니게 수도 바빌로니아로 끌려와(?) 높은 직책을 맡은 젊은 유대인입니다. 성경을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이 사람은 우상을 숭배하는 국가에서 우상화의 대상이 되는 왕을 위해 일하는 유대인입니다. 그것도 왕의 총애를 받아서요. 그런데 이 양반은 하나님께서 직접 사자를 보내시어 이 친구를 아끼고 보호하시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할 정도로 믿음이 신실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다니엘이 점점 왕의 총애를 받자 이를 시기한 사람들이 왕에게 '앞으로 30일동안 왕을 제외하고, 다른 어떤 사람을 경배하는 것이 발각되면 사자굴에 넣겠음'이라는 칙명을 내린 바로 그 때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장면은 다니엘이 왕의 명령을 어긴 채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장면이고, 다음 장면은 왕이 다니엘을 어쩔 수 없이 사자굴에 던져넣는 장면이지요. 자......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믿음이 신실한 다니엘은 어디 예배당을 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빌로니아에 있는 다른 유대인들과 만나서 함께 공예배를 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린게 전부입니다. 다니엘은 이미 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사는 집도 꽤 넓었을 것이고, 따라서 공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하면 자기 집을 교회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니엘이 그랬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습니다. 혹자는 저게 사실 내용이 생략되었을 뿐 저 창문 열린 방에서 모여서 공예배를 드린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다음 장면에서 사자굴에 던져지는 것은 다니엘 본인 뿐이고, 다른 사람이 같이 던져졌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비대면 예배를 봅니다. 예배당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서(예루살렘↔바빌로니아) 기도를 올렸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비대면 예배라는 것이죠. 공예배보다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신실한 마음이 주님께 닿을 수 있으면 부족하다 한들 주님께서는 흡족하게 받으신다는 겁니다. [평소에 하던 대로]라고 하였으므로, 다니엘은 계속 이렇게 예배를 드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다음 장면에서 천사를 보내시어 다니엘을 잡아먹으려는 사자의 입을 틀어막아 다니엘이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그를 보호하셨습니다. 다니엘의 믿음과 신실함을 증명하는데 이보다 더한 것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다니엘이 이 국가가 우상을 숭배하기 때문에 국가의 일을 소홀히 했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다니엘이 왕의 총애를 받을 일도, 사자굴에 던져질 일도 없었겠죠. 다니엘은 유능할 뿐 아니라 정직하고 신실하여 왕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이는 아래의 내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다니엘 6:3~4] 3 다니엘은 마음이 민첩하여 총리들과 고관들 위에 뛰어나므로 왕이 그를 세워 전국을 다스리게 하고자 한지라 4 이에 총리들과 고관들이 국사에 대하여 다니엘을 고발할 근거를 찾고자 하였으나 아무 근거, 아무 허물도 찾지 못하였으니 이는 그가 충성되어 아무 그릇됨도 없고 아무 허물도 없음이었더라 [Daniel 6:3~4] 3 Then this Daniel became distinguished above all the other high officials and satraps, because an excellent spirit was in him. And the king planned to set him over the whole kingdom. 4 Then the high officials and the satraps sought to find a ground for complaint against Daniel with regard to the kingdom, but they could find no ground for complaint or any fault, because he was faithful, and no error or fault was found in him. 사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성경은 정부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권위를 따르라고 가르칩니다. [로마서 13:1]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Roman 13:1] Let evey person be subject to the governing authorities. For there is no authority except from God, and those that exist have been instituted by God. 한글로는 "위에 있는 권세"라고 되어있어서 해석이 좀 애매할 수 있습니다만, 영문 성경에서는 아예 "governing authorities"라고 못을 딱 박아놨습니다. 요는 정부에서 말하면 좀 들으라는 거죠. 괜히 엄하게 뻘짓하다가 정부가 행정명령같은걸 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공예배가 가장 중요한건 맞지만, 그렇다고 공예배를 절대화시키는 것 또한 위험하다 하겠습니다. 전염병에 있어서는 당연히 정부가 교회보다 더 전문가이고, 교회는 하나님께서 정부에게 주신 권세를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서양 중세에서 전염병을 피해 교회에 모였다가 되려 전염병을 더 확산시킨(-_-) 역사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P.S: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만, 저는 그냥 예배 빠지는걸 밥먹듯 하는(주님, 죄지은 어린양에게 용서를...... OTL) 나이롱 신자입니다. 제 말에는 그 어떤 권위도 없고, 기독교나 교계를 대표한다거나 하는건 더더욱 아닙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9-15 13:1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