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1/04/17 12:52:30
Name   세상의빛
Subject   COVID-19 백신 접종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 COVID-19 직원 백신 접종을 준비하라고 연락이 온 것이 올해 초입니다. 저는 감염내과 전공은 아닙니다만 감염내과 선생님이 실제 COVID-19 환자들을 케어하느라 예방접종 업무를 주관하기 힘들다고 하셔서 제가 그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ㅜㅜ 2월부터 준비를 시작하여 3월 중순에 실제 접종을 시작하였고 그리고 지난 주말 직원 접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시민 분들께 실시할 예방 접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직원 접종을 준비하고 실시하며 겪었던 일들을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1. 어떤 회사 백신이 들어온대?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관심사는 비슷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냐 Pfizer냐 접종이 끝난 지금은 두 놈이 거기서 거기다라는 공감대가 생겼지만 처음에는 어떤 회사의 백신이 들어올지 알 수 없었기에 많은 직원들이 Pfizer의 백신이 들어오길 바랬습니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로 접종을 받은 분들이 발열, 심한 근육통 등을 호소한 것을 보고 들어서인지 Pfizer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죠.

2. 접종 일정
결국 두 회사 모두 들어오는 것으로 되었고 환자와 접촉율이 높은 직종은 Pfizer, 낮은 직종은 아스트라제네카로 맞으라는 지침도 같이 하달이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나온 데이터로는 두 회사 백신이 효과나 부작용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기에 걍 랜덤하게 배정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건의했으나... ㅠㅠ 괜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된 직원들이 불안감이나 불만을 가질까 걱정이 들더군요.

3. 강렬한 선빵의 AZ, 후속타가 매운 Pfizer
두 회사 모두 2회 접종을 합니다. 일반적인 백신들과는 다르게 COVID-19 백신은 접종 후 불편함이 큰 편이기에 접종 후 발열이나 근육통에 대처하기 위해 타이레놀 4T를 같이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접종을 실시했던 타 병원과 얼마나 유사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접종 실시 후 결근율 30% 정도 나왔습니다. 발열, 근육통이 주된 부작용이었고 다행이 아나필락시스나, 중증 두드러기 등 심한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발열과 근육통이 심했다는 거지요. 체온이 보통 38도 이상... 심했던 분들은 39도 이상도 상승하였습니다. 근육통은 팔이 올라가지 않으면 진료를 보러오라고 했었는데 팔이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심한 근육통을 호소하신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일부는 연조직염이 생겨서 항생제 치료를 했던 분들도 있었죠. Pfizer 접종의 경우는 1차는 스무스했습니다. 한 분이 접종 후 혈압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어서 입원까지 했던 것을 제외하면요. 2차 때는 결근율이 30% 정도 되었습니다. 당장 저부터 결근... 접종 후 2일간 심한 발열로 고생했습니다. 39.2도까지 체온이 오르긴했는데 몇 시간 지나면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힘들긴 하더군요. 동료 의사는 근육통이 매우 심했었는데 대상포진 걸렸을 때보다 더 아프다고 했습니다. 지금이 판데믹 상황이라 이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만약 인플루엔자 접종 후 이런 반응이라면 맞을 사람이 많이 줄겠구나 싶었습니다.

4. 신기술의 체험.
의약품 중 백신은 가장 보수적(?)입니다.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임상시험기간도 길고 부작용에 대해서도 엄격한 편입니다. 하지만 COVID-19 판데믹 상황에서는 기존의 방법대로 할 수가 없었죠. 백신을 개발하는 기술도 백신을 평가하는 임상시험도 백신의 부작용을 평가하는 방법도 새로운 것들이 많이 도입되었습니다.  접종 후 이상반응도 기존의 백신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도 몸으로 느꼈... 흑흑

5. 향후 할일들
접종 후 이상반응이 다양하지만, 백신의 효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접종 전후로 항체 검사를 실시했는데 1차 접종 후 10일 뒤에 검사를 받으니 항체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항체 양성이 되었다고 해서 100% 감염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현재 지지부진한 접종률을 더 빨리 끌어올려야 합니다. 백신의 확보를 적극적으로 더 많이 해야하고 접종을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더 늘려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를 질책하기도 했지만 응원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접종을 받으셔서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4-26 17:4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2
  • 누구나 궁금한 내용. 깔끔한 내용. 유려한 필력
  • 백신 접종 후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게시판에 등록된 세상의빛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7 기타당연한 육아는 없답니다 16 밀크티티 16/10/20 6508 22
320 일상/생각면접으로 학부신입생 뽑은 이야기 47 기아트윈스 16/12/10 7577 22
325 일상/생각지가 잘못해 놓고 왜 나한테 화를 내? 42 tannenbaum 16/12/18 6742 22
372 의료/건강우울은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38 깊은잠 17/02/22 8500 22
421 정치/사회무지개 깃발. 61 tannenbaum 17/04/28 6921 22
530 음악노래에는 삶의 냄새가 너무 쉽게 깃들어. 12 틸트 17/10/17 7082 22
548 문화/예술남자. 꿈. 노오력. 10 알료사 17/11/18 8422 22
554 일상/생각삶의 무게... 12 사나남편 17/11/29 5301 22
564 일상/생각이상하게도 슬리퍼를 살 수가 없다 21 소라게 17/12/21 7241 22
650 문학오늘 너무 슬픔 4 아침 18/06/21 6447 22
754 일상/생각짧은 세상 구경 8 烏鳳 18/12/30 5362 22
813 일상/생각결혼식의 추억 20 메존일각 19/06/02 5473 22
888 일상/생각4C - 글을 쓸 때 이것만은 기억해 두자 21 호타루 19/11/15 6948 22
918 일상/생각처음 느낀 늙음 3 행복한사람 20/02/03 4918 22
942 정치/사회[데이빋 런시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권력의 본성을 드러냈다. 10 기아트윈스 20/04/02 5960 22
997 요리/음식대단할거 없는 이탤리안 흉내내기. 15 legrand 20/08/16 5007 22
1031 체육/스포츠손기정평화마라톤 첫풀코스 도전기 12 오디너리안 20/11/17 3891 22
1038 역사두 번째 기회를 주는 방탄복 6 트린 20/12/11 4641 22
1064 문학지난 두달동안 읽은 책들 간단리뷰 5 샨르우르파 21/02/28 5117 22
1081 의료/건강COVID-19 백신 접종 19 세상의빛 21/04/17 4913 22
1150 일상/생각벨기에 맥주 오프모임에 참석하지 못해서 하는 벨기에 맥주 셀프시음회(어?) 10 세리엔즈 21/12/08 3919 22
1167 일상/생각내 고향 서울엔 11 사이시옷 22/02/14 3802 22
1180 일상/생각일상의 사소한 즐거움 : 어느 향료 연구원의 이야기 (3편) 12 化神 22/03/25 4191 22
1183 일상/생각농촌생활) 3월 중순 - 4월 초 18 천하대장군 22/04/08 3394 22
1239 정치/사회한국 수도권-지방격차의 의외의 면모들 45 카르스 22/09/20 5827 22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