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1/05/12 22:31:09
Name   나단
Subject   [사진多]5월의 가파도 산책
올해 첫 휴가로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근래 해외론 못가고 제주도만 다니다보니 이번엔 어딜 갈까 고민하던 찰나 사게 유키노처럼 님의 가파도 청보리 사진을 보고 그대로 꽂혀서 바로 픽! 청보리는 4월이 제철이고 그 뒤론 익어 황금보리가 된다지만 5월 초는 그래도 볼만하겠지? 싶었어요.

보통은 우도처럼 낮에 들어가서 두어시간 보고 나오는 곳이라지만 어차피 혼자서 막 다니는 여행, 이왕 들어간거 느긋하게 보고 일몰&일출까지 노려보자싶어 오후 마지막 배(16시)로 들어가서 다음 날 아침 첫 배(9시 20분)로 나갈 계획을 잡고 3박 일정 중 1박을 가파도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모슬포항 아래 운진항 터미널. 가파도와 마라도행 배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배는 뭐 평범한 2층 여객선이구요.



제주 본섬과 거의 붙어있다보니 10분이면 도착해요. 형제섬 마라도와는 달리 최대 해발고도가 20m 밖에 안되는 평평한 섬입니다.



걸어서 20분이면 반대편 끝으로 갈 수 있는 작은 섬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삽니다. 매년 1명씩은 졸업한다고 적혀있는 작은 초등학교도 있더라구요.



오늘의 숙소. 선착장 정반대편 마을에 있어 주인 아저씨가 차로 픽업을 와주셨습니다. 내부는 그냥 2-3년 된 대학가 원룸 느낌? 섬이다보니 퀄리티 기대를 아예 안했어서 기대 이상이였어요. 관광지로 개발된 역사가 짧아서인지 이 곳 말고도 숙소나 식당들이 대체로 낡지않고 깔끔한 편이였네요. 창 밖으로 보이는 풍차 뷰가 인상적이였습니다.



숙소 입구를 나서면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가 눈 앞에 보이더랍니다. 마라도도 언젠가 갈 계획은 있지만 이번엔 패스. 이때만 해도 하늘이 맑아서 기분 좋았죠;

뒤로는 본격적인 섬구경 사진들을 쭉---











보리는 아니나 다를까 거의 익어 황8:청2 정도가 되어있었지만 그게 뭐가 문제일까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보통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데 느긋하게 사진을 찍고싶어 걸어서 돌았는데 한 2시간 조금 더 걸리더군요. 이정도면 당일치기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대신 낮엔 사람이 미어터져서 한적한 섬을 찍고싶다면 역시 1박은 하는걸로 ㅋㅋ;

노을이 깔린 보리밭을 굉장히 찍고싶었는데 날이 급속도로 흐려져서 아쉬움을 머금고 포기...흑흑



따로 빼놓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컷. 배경이 되어주신 이름 모를 두 분 감사합니다...멀리 한라산 정상도 보여요.



장난감으로 가져간 폴라로이드 사진들.



저녁은 섬 중앙부에 있는 식당서 해물라면을 먹을까 전복죽을 먹을까 고민하다 픽한 전복죽(12,000) 맛은 그냥 전국 어디서든 만원 주면 먹을 수 있을법한 그런 맛? 섬인거 생각하면 가격도 낫쏘밷 ㅇㅇ



밤엔 지나가다 만난 무인 카페에서



요런 맥주를 사서



밖에서 가져온 프링글스랑 같이 혼술도 깠구요. 본격 어디서나 파는 안주 & 여기서 밖에 못구하는 술 조합임...은근 맛있길래 선물용으로 4캔 사서 집에 가져왔어요.

술 한잔하곤 일출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역시나...일출은 커녕 비가 한두방울 추적추적 내리길래 한두시간 더 자고 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다행히 비는 그쳤더라구요.



이 날씨에 일출을 기대한 제가 바보죠;



섬 외곽에 있던 공동묘지. 제대로 관리는 안되는듯한?



누가 남쪽 아니랄까봐 선인장도 자생합니다.



이런 흥미진진한 결투도 직관하구요(안싸웠음)



하나 재밌던 점이 섬마을답게 사람을 두려워하지않는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많았는데 하나같이 치즈더라구요. 좁은 사회의 근친 문제때문인걸까 생각이 들던 찰나



섬의 유일한 고등어를 만났습니다! 근데 너님 유전자는 대체 어디서 뭘...?





산책을 끝내고선 첫 배를 통해 나왔습니다. 아침에 나가는건 저 포함 5명이 안되던데 섬에 내리는 인원은 세자릿수입니다? 역시 1박하길 잘했지;

해변이 이쁜 우도와 달리 암초로 둘러쌓인 섬이라 바다쪽으론 별다른 볼거리가 없었지만 대신 보리가 펼쳐진 멋진 들판을 거닐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4월 청보리가 있을무렵 다시 찾을 것 같네요. 추천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5-24 22:4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8
  • 내가살던곳 옆동네, 친숙.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3687 37
1192 정치/사회영국의 이슬람 트로이 목마 사건, 그리고 이에 대한 재조명 1 열한시육분 22/04/30 3663 14
1191 일상/생각아이들을 돕는 단체 "얀코"에 자원봉사 다녀왔습니다. 24 트린 22/04/28 3653 48
1122 일상/생각사랑하는 소년 6 아시타카 21/08/29 3648 20
1234 일상/생각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4 whenyouinRome... 22/09/05 3637 35
1170 정치/사회러시아와 우크라이나, 3개월의 기록들 4 조기 22/02/25 3635 14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3630 12
1176 의료/건강오미크론 유행과 방역 '정책'에 관한 짧은 이야기 12 Ye 22/03/08 3622 26
1253 요리/음식주관적인 도쿄권 체인점 이미지 10 向日葵 22/11/20 3621 14
1175 일상/생각농촌생활)봄에는 굼벵이도 석 자씩 뛴다 16 천하대장군 22/03/07 3607 23
1203 의료/건강자살에 대한 의학적 고찰 - NEJM Review를 중심으로 17 Mariage Frères 22/05/24 3601 13
1108 일상/생각그날은 참 더웠더랬다. 5 Regenbogen 21/07/21 3601 41
1190 일상/생각엄마의 틀니 13 풀잎 22/04/23 3586 65
1111 문학영원한 인쉐옌 永遠的尹雪艷 下 7 celestine 21/08/01 3580 6
1322 요리/음식내가 집에서 맛있는 하이볼을 타 먹을 수 있을리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24 양라곱 23/08/19 3576 28
1241 기타대군사 사마의 감상. 나관중에 대한 도전. 10 joel 22/09/30 3560 24
1274 정치/사회통계로 본 비수도권 청년 인구유출 추이 8 카르스 23/02/06 3546 9
1220 기타2022 걸그룹 2/4 12 헬리제의우울 22/07/04 3546 29
1343 정치/사회지방 소멸을 걱정하기에 앞서 지방이 필요한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42 Echo-Friendly 23/12/05 3498 18
1089 여행[사진多]5월의 가파도 산책 8 나단 21/05/12 3491 8
1211 문학달의 뒷편으로 간 사람 [마이클 콜린스] 12 사이공 독거 노총각 22/06/08 3476 16
1314 창작어쩌다 보니 그림을 그리게 된 건에 대하여 61 퐁퐁파타퐁 23/07/25 3428 15
1225 일상/생각 6 하마소 22/07/21 3426 20
1179 일상/생각농촌생활) 봄봄봄 봄이왔습니다 22 천하대장군 22/03/21 3425 29
1265 일상/생각같이 게임했던 누나 이야기.. 3 어제내린비 23/01/12 3416 1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