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3/04/05 11:17:32
Name   서포트벡터
Subject   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2. 샐리의 짝사랑
<천사소녀 네티 변신 테마죠. 루루피 루루팡 루루 얍!>


---------------------------

로맨스의 서사는 상대방을 처음 발견한 순간의 동요, 관계의 진전 속에서 알 수 없는 상대의 마음 때문에 생겨나는 불안과 갈등,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느끼는 안도와 사랑의 확인이라는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로맨스는 "불안과 확인"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 이주라, 진산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 로맨스"

---------------------------

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1. 원작 만화처럼 로맨스 즐기기

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2편입니다. 제가 지난 번 글에서 샐리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와 매력은 "짝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이라고 했었죠.

근데 자꾸 짝사랑 짝사랑 하는데, 샐리가 짝사랑을 했다고? 그냥 서로 좋아한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아마 있을겁니다.

일단 결론이 예쁘게 나기도 했고? 셜록스도 계속 샐리 좋아하는거 같기도 했고? 뭐 이런 느낌이죠? 아주 틀린 얘긴 아니긴 하죠 ㅎㅎ 하지만 샐리 1인칭으로 생각하면 얘기가 좀 다릅니다.

오늘은 샐리가 "짝사랑에 빠진 소녀"임을 확인해보는 내용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1. 샐리는 언제부터 셜록스를 좋아하기 시작했을까?

한번 비교를 해보죠, 샐리가 셜록스를 좋아한 것은 언제였을까요? 에피소드를 역순으로 올라가 보면서 생각해보죠.

1) 샐리가 셜록스를 좋아한다가 "명시적"으로 나오는 최초의 회차(원작/일본판 기준)

<이 회차에서 셜록스가 좀 멋있게 나오긴 하죠.>

8화(아더의 글러브) 입니다. 여기서 네티가 도주하는 장면에서 그냥 "셜록스 난 네가 좋아"라는 샐리의 독백이 나옵니다. 이 회차부터는 그냥 QED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판에서도 "大好き(다이스키)"라고 못을 땅땅 박아버려요. 원작이나 일판 기준으로는 아예 발화가 된 최초의 시점입니다.

<이 장면이 작품 중 "샐리"로 셜록스와 첫번째 데이트라고 볼 수 있죠.>

2) 샐리가 셜록스를 좋아한다가 "명시적"으로 나오는 최초의 회차(KBS기준)

<이렇게 쳐다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는데 원작보다 표현이 좀 쎕니다.>

5화(인형도둑) 입니다. 여기서 우연히 만난 셜록스를 보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행복해진다고?" 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이게 원작에서는 "커플끼리" 보면 행복해지는 인형 얘기인데, 지난번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KBS는 중학생들이 커플놀이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인지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버렸어요. 물론, 이 회차에서 샐리가 셜록스의 데이트 신청을 한껏 기대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어차피 원작 기준으로든 뭐든 이 회차에서 좋아한다고 했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둔탱이 샠...이 기대만 잔뜩 시키고 네티 타령 하면서 그냥 가서 빡친 샐리>

3) 샐리가 셜록스에게 관심이 있다는 암시가 나오는 최초의 회차

<"이유는 모르겠지만 셜록스를 보면 괜히 즐거워져, 날 잡겠다고 따라다니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

2화(시계탑의 비밀)입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예고장을 보내고 자길 쫓아다니는걸 보며 즐거워하죠.

4) 아마도 이때부터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장면

1화(귀여운 도둑)입니다. 이때 샐리가 셜록스 쪽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는 "얼굴을 보이면 안돼"라는 얘기만 합니다.>

바로 이 장면인데요, 여기서는 직접적으로는 샐리가 반했다는 묘사가 있진 않습니다만...

<최종화에선 셜록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나중에 최종화(40화)의 회상장면에서 1화의 이 장면이 등장합니다. 40화에서 샐리가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내 보물은 바로 너니까."라고 독백하면서 이 때를 회상하죠. 따라서 샐리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 셜록스에게 "반한" 때는 이 때가 아닐까 하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연출은 원작 만화에서도 동일합니다.

빠르면 1화부터 샐리는 셜록스한테 이미 홀랑 넘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그냥 시작과 함께 라고 보면 됩니다.

2. 그럼 셜록스는 샐리를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1) 셜록스가 (네티가 아니라) 샐리에게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를 "시청자가" 추정할 수 있는 최초의 회차

<웨딩드레스 입은 샐리를 보며 평소같지 않다고 얘기하죠.>

제일 널널하게 보면 9화(유리와 드레스)입니다. 여기서 셜록스는 부러 샐리의 웨딩스레스 입은 무대를 보러 갑니다. 당연히 샐리 본인은 모르죠.

<"나한테는 맨날 소리만 꽥꽥 잘 질러대더니 왜 그런 상황에서 거절을 못하는거야?">

확실한건 11화(축제 대소동) 입니다. 여기서 다른 남자애가 샐리에게 춤 신청을 하는걸 커트하고 데려가는 장면이 나오죠. 다만 샐리는 이걸 학교 내의 미신인 "옥상에 자물쇠를 달아놓는 것"이 이루어져서 이렇게 됐구나 헤헤 좋아죽겠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셜록스 본인도 이걸 관심표명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 싶지만 뭐 나중을 생각해보면...

사족으로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에피소드인 17화(초강력 함정)에서는 역으로 리나한테 꼼짝도 못한다고 샐리가 엄청나게 삐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3) 셜록스가 샐리에게 "관심이 생겼다"를 "시청자"가 "명시적"으로 알 수 있는 회차

원작 기준으로는 12화(신비한 거울)과 연계 에피소드들 이어야 하는데...애니메이션에서는 그게 좀 약합니다.

<참고로 이때 네티는 보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약간 마법같은 느낌의 에피소드죠.>

진짜 본인을 보여준다는 전설이 있는 거울에 네티 말고 샐리가 비춘 이후로 셜록스는 샐리에게 아주 확실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다만 이것은 네티로서의 샐리에 대한 관심에 가깝지, 샐리 본인에 대한 확실한 관심으로 발전하는덴 시간이 걸립니다.

원작 만화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셜록스의 관심이 네티에서 샐리로 번지게 되는게 꽤 명쾌하게 보이는데, 애니메이션에선 이것과 원작상 바로 다음 에피소드(혜성 대소동) 사이에 오리지널 에피소드들이 꽤 많이 있어서 그 타이밍을 놓친 감이 있습니다. 이 거울 사건이 그 뒤에 소재로 활용이 되지 못하거든요. 나중에 거의 최종화에 가까운 38화(엄마의 비밀)에서나 다시 활용됩니다.

<셜록스의 관심이 네티에서 샐리로 전환되는 상징적인 장면인데, 애니판에선 23화나 되어서 나오니 좀 늦은 감이 있죠.>

애니메이션에서는 23화(향수의 비밀)이라고 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23화부터는 확실히 셜록스가 네티와 샐리를 겹쳐 본다는 것이 나타나니까요. 그 가운데 있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회차들을 살펴봐도 특별히 샐리랑 투닥거리는 이상의 뭐는 잘 안나옵니다.

3) 셜록스가 샐리를 "좋아한다"가 "명시적"으로 나오는 최초의 회차

<"넌 너무 닮았어,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랑 말이야!">

37화(돌고래를 구하라)입니다. 이 전까지는 네티가 이상형이니 하는 얘기 말고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물론, 전지적 시점의 시청자들은 이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샐리라는걸 엄청나게 쉽게 알 수 있지만 샐리 입장에선 아닙니다. 심지어 샐리는 이거 듣고 멘붕을 했으니까요.

<이때 연출상으로는 거의 "우리 그만 만나"들은 느낌입니다.>

3. 샐리는 셜록스가 본인에게 관심이 있다는걸 알 수 있었을까?

1) 셜록스가 샐리에게 관심 표현을 한 회차들

셜록스는 KBS기준 애니메이션 전체 회차 40화 중 개인적인 의견으로 캐붕이 일어난 회차(샐리가 약혼을 한다구?)를 제외하면, 네티가 아닌 "샐리"에게 본인이 알 정도로 관심 비슷한 표현을 한건 세 번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11화(축제 대소동), 그리고 27화(샴푸 모델 경연대회), 38화(엄마의 비밀)입니다. 38화는 어차피 고백 직전이고, 27화는 의미가 있죠.

샐리가 "이상형의 남자는 어떤 사람인가요?"하고 물어보는 질문에 "아빠같은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죠. 셜록스라고 할 순 없으니까.


<"겨우 모면했다">

<"샴푸 모델 되는거 그만둬. 아버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샐리 아버지였다면 그렇게 말했을거야.">

셜록스가 오디션이 끝나고 간접적으로, 하지만 꽤 묵직하게 본인의 관심을 표시합니다. 그래, 얘 성격에 이렇게 말고 표현이 되겠습니까. 샐리는 이 얘기 듣고 좋아서 울어요. 셜록스 이 둔탱이 샠...아니 이정도면 사람이 모를 수가 있나? 이거 갑질이네 어?

샐리가 자기의 다른 페르소나인 네티의 모습까지 동원해서 매회 셜록스에게 관심을 갈구하는거랑 비교하면 좀 많이 적어요. 샐리는 크게 둔한 캐릭터는 아니에요. 좋아하는 사람이 저정도 얘기 해줬다고 급발진하지 않았을 뿐이죠. 물론 저 둔탱이 샠의 마음을 아는 시청자들한텐 좀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요.

2) 셜록스가 샐리를 좋아하는 것을 샐리가 "명시적"으로 "알 수 있는" 최초의 회차

<"좋아해, 난 샐리 네가 좋아. 진심이야.">

38화(엄마의 비밀) 입니다. 수많은 시청자들을 가슴졸이게 만든 그 장면이죠.
이 장면 이후로 셜록스의 팬레터가 원작자한테 쏟아졌다고 하더군요 ㅎㅎ

샐리가 셜록스를 언제 좋아하기 시작했냐면, 이르면 1회라고 했죠? 샐리는 이때까지 최소 "본인 생각에는" 일방통행을 해온 겁니다.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라고 봐도 괜찮죠.

4. 근데 왜 짝사랑 같은 느낌이 잘 안 드는 걸까?



이 둔탱이 샠이 샐리 말고 "네티"랑은 초반부터 이러고 있어서요.

---------------------------

이 "짝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은 이 작품 로맨스 전개의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심지어 커플이 된 후에도, 외전까지도 쭉 그래요.

그럼 이제 이 "짝사랑에 빠진 소녀"의 로맨스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4-16 08:2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2
  • 일단 추천 누르고 읽습니다
  • 최고최고최고최고최고최고최고최고최고최고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9 기타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알료사 24/11/20 5111 34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1308 33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953 32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1189 21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2296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1177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5 심해냉장고 24/10/20 1815 41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2102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1123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406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271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612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258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159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786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606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2087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839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767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3020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2008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265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2073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281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835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