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3/09/05 01:32:01수정됨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구척장신 호랑이 포수 장군의 일생
요새 육사와 국방부 덕분에 홍범도 장군 관련 자료를 찾아읽게 됩니다.
장군이 워낙 이른 시점에 의병활동을 시작한 인물이다 보니, 각 시기들과 장군의 나이대가 바로바로 연상되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에 오늘 국방부 브리핑을 듣자하니 "홍범도 장군님께서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 때 혁혁한 공을 세우셨죠. 그런데 1921년 자유시 참변 이후의 여러 가지 행적을,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습니다만 [그 이후에 사실 항일 무장 독립투쟁의 경력은 거의 없으십니다.]" 같은 헛소리를 주워섬기고 있었습니다.
대강 계산해보니 그 시기면 이미 장군이 55세 전후의 노년기에 접어든 시기입니다.
이미 20세 후반부터 의병을 일으켰던 분이 얼마나 더 독립운동을 했어야 그 공로를 인정 해줄 수 있다는 말일까요.

열이 뻗쳐서 정리합니다.
나이는 만 나이로 기재할까 하다가, 한국식 나이로 일단 정리했습니다.


1868년 (1세)
- 8월 27일 출생
- 장군은 평양에서 머슴살이하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는데, 어머니는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했습니다.
- 1868년에는 일본제국이 탄생하고, 메이지 덴노가 즉위했습니다.
- 같은 해에 남연구 분묘 도굴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876년 (9세)
- 장군의 아버지도 사망했습니다.
- 장군은 다른 양반집에 머슴으로 보내졌습니다.
- 같은 해에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면서 조선이 강제 개항하게 되었습니다.
- 미국에서는 리틀빅혼 전투가 벌어졌고, 그레이엄 벨은 전화기의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1883년 (16세)
- 장군은 머슴살이를 그만두고 평양 감영의 나팔수로 입대합니다.
- 그러나 장군은 이내 상관을 상해하고 탈영했습니다.  
- 그 직전 해인 1882년에는 임오군란이 일어나는 등 조선군이 막장을 향해가는 시기였습니다.
- 장군은 금강산 신계사에서 출가하여 승려가 됩니다.
- 같은 해에 맥심 기관총이 발명됩니다.

시기불명
- 장군은 비구니였던 이옥구를 임신시키고 함께 환속합니다.
- 처가가 있는 북청으로 이동하던 중 건달패를 만나 처자식과 떨어졌다가, 다시 모여 북청에서 생활합니다.
- 북청으로 이사한 이후에는 제지소에서 일했습니다.

1886년 (19세)
- 장군은 임금을 체불한 제지소 고용주와 다투다가 살해하고 도망갑니다.
- 같은 해에 이화학당이 설립됩니다.
- 이후 1895년 이전까지는 강원도 북부에서 호랑이 사냥꾼으로 생활하는데, 명사수로 유명했습니다.

1895년 (28세)
- 장군은 포계라는 포수 권익단체를 만들고 대장으로 활동합니다.
- 1895년 을미사변 후 을미의병이 발생하고, 일제가 총포기화류 일제 단속법을 발령합니다.
- 장군은 생계가 막막해진 포계 조합원들 14명 가량과 함께 의병을 일으킵니다.
- 같은 해 초에 청나라가 청일전쟁에서 패배했습니다.

1896년 (29세)
- 을미의변이 사그러들자 장군도 역시 귀향하여 포수생활을 다시 시작합니다.
- 같은 해에 아관파천이 일어나고, 독립협회가 설립됩니다.

1905년 (38세)
- 을사늑약이 체결됩니다.
- 장군은 이 당시에는 의병 활동 없이 포수로 계속 생활했습니다.

1907년 (40세)
- 고종이 강제 퇴위 당하고 군대가 해산당하며, 정미의병이 일어납니다.
- 일본제국이 조선의 포수들을 상대로 강제 총기 수거령을 내립니다.
- 장군은 함경남도 갑산 일대 포수를 모아 궐기했는데 600~700명 규모로 추산됩니다.
- 일본 정규부대를 상대로 37회 가량의 전투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08년 (41세)
- 장군이 두명의 가족을 일본에게 잃은 해입니다.
- 아내 이옥구가 일제에 붙잡혀 고문 끝에 사망합니다. 장군과 결혼한지 25년 가량된 시점의 일입니다.
- 일제는 아내인 이옥구에게 장군의 귀순을 권하는 편지를 쓰라고 협박했는데, 이옥구는 "계집이나 사내, 영웅호걸이라도 실낱 같은 목숨 없어지면 그뿐이고, 내가 그런 글을 쓰더라도 영웅호걸인 그는 듣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나더러 시킬 것이 아니라 너희 맘대로 해라. 나는 죽어도 안 쓴다."고 버티다가 사망했습니다.
- 장군의 첫째 아들 홍양순은 일제의 요구에 따라 귀순하라는 말을 전달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왔다가, 장군에게 총을 맞을 뻔 합니다.
- 홍양순은 아버지의 의병대에 합류하여 소대장으로 복무하다가, 같은 해 정평배기 전투에서 전사합니다.

1910년 (43세)
- 경술국치로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에 강제 병탄됩니다.

1911년 (44세)
- 다른 의병대와 마찬가지로 장군 역시 연해주로 망명합니다.
-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점으로 삼은 독립운동 단체와 연계하였고, 수시로 월경해서 유격전을 수행합니다.
- 차남 홍용환 역시 의병대에 합류하였다가 연해주로 이주한 시점에 결핵으로 병사했습니다.
- 이로써 장군의 두 아들은 모두 사망하였고, 세명의 딸을 통해 대가 이어집니다.

1920년 (53세)
- 장군은 무장독립운동 단체들이 연합결성한 대한북로군독부 예하 북로 제1군 사령부장(부사령관)으로 선출됩니다.
- 같은 해 봉오동 전투에서 승리했고, 4개월 뒤에는 청산리 전투에서 김좌진 장군과 함께 승리합니다.
- 장군은 당시 간도 인근의 조선인들에게 신과 같은 숭배를 받았다는 일본측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 같은 해에 이승만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 백선엽이 이 해에 태어납니다.  박정희는 3년 전인 1917년에 태어나, 이 시기에는 3~4세 가량이었습니다.

1921년 (54세)
-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 세력이 소련 영내로 탈출합니다.
- '이만'을 통해 소련으로 입국한 장군은 입국신고서에 직업을 '의병', 목적과 희망을 '고려독립'으로 기재한 자료가 남아있습니다.
- 문제의 자유시 참변이 일어납니다.
- 장군은 대한의용군, 고려혁명군 어느쪽이든 상관 없으니 빨리 통합절차를 거쳐 항일투쟁을 나서자는 입장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 같은 해 중국 공산당이 창당되고, 히틀러가 나치당의 지도자로 취임합니다.

1922년 (55세)
- 장군을 비롯하여 소련 공산당 측에 합류했던 독립군들이 무장해제 당했고, 장군의 독립군 활동이 사실상 종료됩니다.
- 다른 동료들은 상하이 임시정부에 합류하기도 했으나, 장군은 돌아갈 가족도 남아있지 않아 소련 시민으로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 같은 해 장군은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하여 레닌과 트로츠키를 단독면담하고, 마우저 C96을 선물 받습니다.
- 무솔리니가 총리직에 오르고, 오스만 제국이 멸망했으며, 소련이 탄생합니다.

1923년 (56세)
- 사할린 부대 소속이었던 김창수와 김오남이 장군 암살을 시도했고, 장군은 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습니다.
- 장예찬은 김창수와 김오남이 자유시 참변에서 살아남은 독립군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들이 속해 있던 사할린 부대는 선량한 소련 국민들을 강도·강간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부대였습니다.
- 장군은 앞서 선물 받은 C96을 이용해서 둘을 사살했고, 감옥에 갇혔다가 레닌의 증명서 덕에 석방됩니다.
- 연해주 남부에서 지역사회의 지도자로 추대됩니다.
- 같은 해 일본에서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1927년 (60세)
-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정식 입당했고, 연해주의 고려인 지도자로 활동합니다.
- 같은 해 신간회가 결성됩니다.

1937년 (70세)
-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SSR로 다른 고려인들과 함께 강제 이주 당합니다.
- 이후 고려극장에서 배려를 받아 수위로 근무하며 노후를 꾸려나가게 됩니다.
- 수위자리를 마련해주었던 작가 태장춘의 아내 리함덕이 장군의 생활을 구술 받고, 이를 토대로 홍범도 일지를 출판합니다.
- 같은 해 난징 대학살이 일어났고,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으며, 게르니카가 폭격 당합니다.
- 이 다음해인 1938년 박정희가 만주국육군군관학교에 혈서를 내고 입학했습니다.

1941년 (74세)
- 독소전쟁이 발발하였고, 장군은 선전활동에 참여합니다.
-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시점에는 소련 정규군에 자원했으나 73세의 노령을 이유로 거절당합니다.
- 당시에 장군의 명성을 알지 못하는 극장 배우들에게 총 쏘는 걸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5m 쯤 떨어진 곳에서 위로 던진 동전을 바로 쏘아맞췄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세번째 임기를 시작했고,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본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 백선엽은 이때 봉천의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국군 보병연대에 근무하게 됩니다.

1942년 (75세)
- 수위로 일하던 고려극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장군은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게 됩니다.
- 미드웨이 해전이 벌어졌고, 과달카날 전역이 진행되었으며, 천왕성 작전이 성공하여 독일 제6군이 섬멸됩니다.
- 박정희가 만주군관학교 예과를 수석 졸업하여, 일본육사 유학생대 편입특전을 받습니다.

1943년 (76세)
- 1943년 10월 25일 장군이 사망합니다.
- 광복까지 1년 9개월 20일이 남아있는 시점이었습니다.
- 유언은 "내가 죽고 우리나라가 해방되면 꼭 고국에 데려가라"였습니다.
- 이 유언은 지난 2021년 8월 18일 유해 봉환을 통해 성취되었습니다.
- 잘 알려진 것처럼 그 이전까지 장군의 유해는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매장되어 있었고, 현지 고려인들의 정신적 지주였기 때문에 묘소 관리 상태가 매우 우수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 같은 해에 백선엽은 간도특설대에 착임했고, 박정희는 다음해인 1944년 관동군에 배치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9-17 20:2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6
  • 고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93 문화/예술2024 걸그룹 2/6 24 헬리제의우울 24/05/05 2141 16
1389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4 *alchemist* 24/04/23 2426 1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2285 16
1326 일상/생각현장 파업을 겪고 있습니다. 씁슬하네요. 6 Picard 23/09/09 3043 16
1325 정치/사회구척장신 호랑이 포수 장군의 일생 3 당근매니아 23/09/05 2528 16
1295 문학과격한 영리함, 「그랜드 피날레」 - 아베 가즈시게 6 심해냉장고 23/04/24 2682 16
1287 정치/사회미국 이민가도 지속되는 동아시아인의 저출산 패턴 30 카르스 23/03/28 5791 16
1264 역사내가 영화 한산에 비판적인 이유 17 메존일각 23/01/04 3601 16
1240 체육/스포츠북한산 의상능선 간략소개 9 주식못하는옴닉 22/09/25 4101 16
1211 문학달의 뒷편으로 간 사람 [마이클 콜린스] 12 사이공 독거 노총각 22/06/08 3649 16
1113 일상/생각무제(無題) 2 Klopp 21/08/04 3310 16
1109 게임워크래프트 3)낭만오크 이중헌의 이야기. 첫 번째. 21 joel 21/07/22 5044 16
1068 일상/생각제조업(일부)에서의 여성차별 71 Picard 21/03/12 7117 16
1060 여행1박 2일 서울 방문 단상. 17 whenyouinRome... 21/02/12 4622 16
1052 정치/사회건설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 13 leiru 21/01/13 4913 16
1036 정치/사회판결을 다루는 언론비판 ㅡ 이게 같은 사건인가? 4 사악군 20/12/06 4422 16
992 창작내 작은 영웅의 체크카드 4 심해냉장고 20/08/05 5367 16
878 일상/생각체온 가까이의 온도 10 멍청똑똑이 19/10/21 5898 16
861 역사신안선에서 거북선, 그리고 원균까지. 12 메존일각 19/09/18 6822 16
949 역사도철문, 혹은 수면문 이야기 2 Chere 20/04/18 5189 16
801 문학고속도로로서의 템즈강: 18세기 템즈강 상류지역의 운항과 수송에 관한 연구 34 기아트윈스 19/05/11 6495 16
766 기타2019 설 예능 리뷰 13 헬리제의우울 19/02/07 5917 16
723 문학추위를 싫어한 펭귄 줄거리입니다. 23 로즈니스 18/11/07 6374 16
705 기타퇴근하기전에 쓰는 나의 창업 실패기 7 HKboY 18/09/28 6680 16
698 꿀팁/강좌알쓸재수: 자연수는 무한할까? 27 기쁨평안 18/09/10 6923 1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