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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12/24 11:48:30수정됨
Name   dolmusa
Link #1   https://casenote.kr/%EB%8C%80%EB%B2%95%EC%9B%90/2021%EB%8F%8411886
Subject   연차유급휴가의 행사와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에 관한 판례 소개
안녕하세요.

왠지 요즘 너무 제가 한가하지 않나 싶고, 그래도 나름 전문가 딱지를 붙이고 있는데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저런 것을 둘러보다보니 이게 참 실무적으로 중요하기도 하고 횐님들께서 잘 아시면 좋겠다 싶어 500자 이상의 글을 시작해 봅니다.


1. 연차유급휴가와 그 시기변경권 개요

근로기준법 제60조에서는 근로자가 재직 중 사용할 수 있는 연차유급휴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휴가 생성과 그 일반적인 사용에 관한 법리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고..
이 글에서의 초점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사용] 입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본문에서는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그 의무를 강제하고 있고,
이러한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이 조항 위반시 벌칙(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다만, 근로계약은 상호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자유의사가 근로계약이라는 사적계약의 중요 의무를 침해해서는 안되겠지요.
따라서 근로계약에서 (사용자의) 주요 목적인 사업의 원활한 운영에 있어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경우에,
사용자는 그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최대한 보존하는 한도 내에서 그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시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바로 소위 [시기변경권] 이라고 얘기하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조항이 이번 판례의 중점이 되겠습니다.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⑤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2. 해당 판례의 경위, 쟁점 및 판결내용

https://casenote.kr/%EB%8C%80%EB%B2%95%EC%9B%90/2021%EB%8F%8411886

해당 판례는 위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 형사 사건의 최종 판결입니다.
무죄가 나왔고, 대법원의 무죄 결정은 대한민국에서 흔치 않는 결정이므로 비교적 자세히 그 이유를 설시하고 있습니다.


1) 경위

해당 사건의 피고는 버스회사입니다.
이 버스회사는 단체협약으로 연차를 사용할 경우 3일 전에 그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직원은 특별한 사정 없이 2일 전에 연차를 신청했고, 회사는 그 연차를 반려하였습니다.
근로자는 이를 이유로 노동청에 위 조항을 근거로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신고하였고, 검찰이 이를 기소한 사건입니다.


2) 쟁점

해당 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단체협약의 3일 전 연차 신청 조항이 위 조항 단서 시기변경권에 해당하는지
(2) 해당 경위에서 피고가 적법한 시기변경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위 (1), (2)를 모두 만족하면 공소사실은 이유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3) 판결내용

(1)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의 해석을 통한 시기변경권의 의의
판례에서는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권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성립하고, 다만 근로자가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면 사용자의 적법한 [시기변경권의 행사를 해제조건]으로 그 권리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 이라고 설시하여 시기변경권에 관한 작동원리를 '권리의 행사에 관한 해제조건'으로 설시하고 있습니다. 시기변경권에 관한 정의부터 논란이 있어 왔는데, 단순히 거부-반려하는 것만으로도 시기변경권으로 볼 수 있다 또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행사하여야 '변경권'으로서 의미가 있다 뭐 이런 애매한 점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 판례에서 구체적으로 시기변경권의 작동원리에 관하여 해제조건으로 적시하여 반려를 포함한 사항을 시기변경권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당 사건 역시 피고가 근로자의 연차휴가를 반려한 것은 시기변경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 적법한 시기변경권 행사의 조건
법 조항에서는 시기변경권 행사의 조건으로 '사업 운영의 막대한 지장'을 들고 있습니다. 해당 판례는 이 '사업 운영의 막대한 지장' 에 관한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첫 판례입니다.
판례에서는 판단 기준으로서
①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②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③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④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그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업내휴인업시대필시)

특히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그 특성상 그 정시성을 고려하여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이 더 중요하다고도 하여 업종의 특성에 따라 그 판단 기준의 경중이 달라질 수 있다고도 하였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도 단체협약으로 연차신청 기한을 정한 것이 이러한 대체근로자의 확보에 필요한 합리적인 시간을 노사가 합의하여 정한 것으로 보는 등 중요한 근거로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판단 기준으로 미루어볼 때, 피고의 연차휴가 반려행위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본문의 위반이 아니고, 동조 동항 단서를 적법하게 행사한 행위라는 결론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위 케이스노트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3. 해당 판례의 의의와 한계점
해당 판례는 그동안 '어디까지 휴가 쓰면 봐줘야 합니까?' 에 관한 질문 때문에 고통받던 수많은 업계인들의 속을 긁어줬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판례입니다.
그 막대한 지장에 관한 판단 기준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져 있고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애매하고도 자의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벌벌 떨면서 결국에는 회사에 공을 떠넘기는 자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일단 판단 기준을 한 번 때려주고, 회사에게 구조적인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는데
1) 판단 기준 자체는 합리적이나, 정량적인 기준에 관하여 노사합의의 결과물인 협약에 써있다는 이유로 ㅇㅋ를 내린 것은 조금 나이브 하지 않았나 - 이것은 근로자 측의 약점이 많은 사건이기 때문에 부각되지 않은 측면은 있습니다.
2) 사실 이 사건은 근로자가 일종의 "땡깡"을 부린 사건이라 오히려 명확한 판례가 나온 편인데, 실무에서는 근로자의 어쩔수 없는 사정 vs. 회사의 상당한 손해가 경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판례에서도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까지 휴가에 관한 권리가 제한된다고 해석]되지 않는 이상 가급적 존중" 등으로 이러한 경합 상황에 관한 사항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대부분의 실무상 경합 상황에서의 판단 기준이 명쾌하지 않은 것이지요. 당연히 사건 자체가 그러한 경합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판결에서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이긴 합니다만, 여전히 분명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사실 명확하게 기준을 잡기는 불가능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습니다.




오랜만에 실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판례를 보게 되어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삭게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6-01-07 15:4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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