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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16 12:54:49
Name   눈시
Subject   두 신화의 엔딩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신 제우스. 번개를 쓰고 신들 중 가장 강하다는 것 외에 바로 떠오르는 게 있다면... 색마라는 거겠죠 =_=. 헤라도 싫다는 거 덮쳤고 (그것도 바람둥이라서 싫다는 거였는데 결국...) 신이고 인간이고 님프고 모조리 다 덮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욕이 본심인 것 같지만 일단 본래 목적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무찌르고 티탄들을 모두 지옥 타르타로스에 가둬버립니다. 할머니 가이아가 그를 돕긴 했지만, 크로노스의 폭정을 없애려는 거였지 티탄들을 다 가두라고 그런 건 아니었죠. 열 받은 가이아는 메티스에게서 아들을 얻으면 그 아들이 제우스를 몰아낼 거라는 예언을 하면서 온갖 괴물들을 낳아서 신들을 공격하게 했죠. 대표적으로 티폰이 있습니다. 이 티폰이 에키드나와 낳은 자식이 히드라 등등이구요. 정말 온갖 괴물들을 낳았고,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에게 털리죠.

+) 근데 신화를 보면 타르타로스에 갇힌 티탄이 있기나 한 지 모르겠습니다. (...)a 크로노스는 로마로 도망쳤고 아틀라스 혼자 하늘을 떠받치는 형을 받았죠. 듣보잡들만 갇힌 건지.
+) 제우스는 예언을 듣고도 허리를 주체 못 해서 메티스를 임신시켰고, 작게 변신하게 해서 먹어버립니다. 이후 제우스의 머리에서 아테나가 태어나죠. 아들이 아니라서 아빠를 공격하기는커녕 최고의 효녀가 됩니다.
+) 애초에 크로노스도 아빠 우라노스의 거시기를 자른 후 폭정을 했고, 자신도 자식에게 쫓겨난다는 말을 듣고 자식들을 다 먹어버렸죠.


그리고 유명한 건 역시 기가스입니다. 복수어로 기간테스라고 하죠. 이들이 단체로 올림포스 산을 공격합니다. 일단 한 방은 막아냈죠. 이들이 머리 두 개에 암수한몸인데 제우스가 번개로 둘을 갈라놨고, 이후 이들의 후손인 인간들이 자신의 반쪽이를 찾으러 다니게 됐다는 낭만적인지 아닌지 모를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설정 중의 하나죠 뭐.

하지만 이 '기간토마키아' 2회전이 예고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힘이 없으면 이길 수 없다는 예언이 함께 했죠. 네, 제우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거 같지만 이것 때문에 열심히 씨를 뿌리고 다니는 거였습니다. 아주 강력하지만 신은 아닌 존재들을 만들기 위해서요. 이들이 그리스 신화의 온갖 영웅들입니다. 이들은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가이아가 보낸 괴물들을 무찔렀죠.


그러다 마침내 제우스가 원하던 가장 강력한 영웅이 등장하니, 그가 바로 헤라클레스입니다. 그는 신이 내린 온갖 시련들을 이겨내고 최강이 되었고, 마지막 시련을 통해 죽음을 선택 (이 과정도 참 막장이죠) 올림포스로 올라갑니다. 곧 두 번째 기간토마키아가 시작됐고, 헤라클레스의 활약으로 신들이 승리하죠. 이제 신을 위협할 존재는 없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그 대가로 진짜 신이 되고 여신 헤베를 아내로 맞죠.

신들은 인간이 강해지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인간들은 능력이 조금만 있어도 교만해졌고, 조금이라도 오만한 인간이 나타나면 신들은 가차없이 벌을 내렸죠. 하지만 기간토마키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구요. 그런데 이 문제가 사라졌습니다. 신과 비교될 인간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구요. 테세우스나 벨레로폰 같은 애들이 그랬죠. 얘네들처럼 적당히 처리할 수는 있었지만... 너무 많군요. 그냥 한 방에 다 쓸어버리면 안 되나요?


멋진 무대가 마련됐죠. 과정은 여전히 이상했지만요 (...) 헬레네를 두고 오디세우스가 한 맹세 때문에 - 선택은 헬레네의 것이고 구혼자들은 헬레네가 위험에 빠지면 다 같이 돕자는 거였죠 - 그리스의 영웅들이 트로이로 다 끌려가게 됩니다. 그 중 가장 강력했던 아킬레우스는 '영웅으로 죽을래 평범하게 살래'라는 선택지에서 그리스 영웅답게 전자를 선택하죠.

이 트로이 전쟁은 이제껏 그 어떤 사건보다 신들이 깊숙하게 개입합니다. 한 쪽 편을 들어서 자기가 응원하는 영웅을 도왔죠. 이렇게 신들의 농간으로 트로이 전쟁은 10년이나 끌었구요. 헤라클레스와 비교할 만하던 아킬레우스,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반신들 말구요) 헥토르부터 아이아스 등 유명한 영웅들이 죽었죠.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제 영웅이라 할만한 건 오디세우스밖에 남지 않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참 예외였죠. 귀환 과정에서 포세이돈의 분노를 받아 10년 동안 고생했지만, 아테네의 가호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요. 로마의 시조인 아이네이아스도 있지만 이건 좀 번외편 같은 느낌이라...

이렇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끝이 납니다. 신들은 전쟁에서 이겼고, 인간들은 신의 농간으로 자기들끼리 싸우다 죽어갔죠. 이후의 역사시대에도 유명한 영웅들은 많았지만, 신에 범접할 정도의 영웅시대는 없었습니다. 신은 정말 저 하늘의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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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의 주신 오딘. 그는 지혜를 추구하는 자였습니다. 최고의 지혜를 얻기 위해 세계수 이그드라실에 목을 메어 다시 태어났고, 눈 하나를 지혜의 샘에 바쳤죠. 이를 통해 최고의 지혜를 얻게 됩니다.

제우스와 비슷하게 난봉꾼의 이미지도 많고, 지혜의 신이라 무식한 토르를 골려먹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만, 그의 주요 관심사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세계의 가장 높은 곳에서 온갖 정보를 들으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죠. 최후의 전쟁을 말이죠.

오딘은 태초의 거인 이미르를 죽였고 그 시체를 통해 세상을 만듭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리거인들은 피의 홍수로 거의 전멸했고, 남은 서리거인들은 신들에 대한 분노를 불태웠죠. 인간세상을 어지럽히고 때로는 신들에게 덤비면서 수를 늘리고 힘을 키워갔습니다.


토르가 주로 한 게 이런 거인들을 때려잡는 거였죠. 오딘은 그 동안 인간세상에서 전쟁을 자주 일으킵니다. 오딘의 가호를 받은 영웅들은 적들과 용감히 싸웠지만 마지막에는 꼭 전사하게 됩니다. 죽으면 발키리들이 이들을 아스가르드의 궁전 발할라로 데려갔구요. 이들은 아침에는 싸우고 밤에는 부활해서 술판을 벌였습니다. 에인헤랴르라고 하죠. 이를 위해 북유럽 인들은 끝없는 전쟁을 벌여야 했죠. 이러고도 오딘이 원한 정원을 다 못 채웠다고 합니다만.


모든 것은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때는 로키와 그 세 자식들이 모두 풀려나서 쳐들어오고, 서리거인들과 남쪽 무스펠하임에 사는 불타는 군단 수르트의 불의 거인들이 쳐들어올 것이었으니까요. 아직까지 그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라그나로크에 대한 얘기는 모두 다 예언이죠.

시작은 가장 완벽한 신 발두르의 죽음입니다. 신의 적들조차 우러러보는 발두르, 하지만 자신이 죽는 악몽을 꾸게 되죠. 이 때문에 어머니 프리그는 전 세계를 돌며 발두르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부탁하고 허락을 받아냅니다. 단 하나, 갸냘파서 누구에게 해를 끼칠 수 없을 것 같은 겨우살이 나무 (미스텔테인) 을 뺴고 말이죠. 하지만 그것을 로키가 알아냈고, 앞이 보이지 않은 발두르의 동생 회드르를 속여서 그에게 겨우살이 나무를 던지게 했죠. 웃기는 상황이긴 합니다. 신들은 발두르가 무적이 됐다고 자기 무기를 던지면서 놀고 있었거든요 -_-; 로키는 회드르도 거기에 끼게 해 주는 척 한 거였습니다만... 이렇게 발두르는 죽었고 회드르 역시 자기 동생에게 죽습니다. 이 역시 운명이었습니다. 오딘은 이 운명을 알고 회드르를 죽일 아들을 만들어 둔 상태였습니다.

발두르를 지옥 니블하임에서 돌아오게 하려는 노력도 실패하고 이 모든 걸 꾸민 로키는 끝이 없을 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때가 오면 그는 자식들과 함께 풀려날 겁니다. 지독한 겨울이 계속되고 해와 달이 먹히는 그 때가 오면 말이죠. 이 때 신들은 그들의 적과 싸울 겁니다. 그리고 다 같이 죽겠죠. 극소수 남은 신들과 용사들은 마지막 남은 인간들을 보호하며 전쟁의 끝까지 살아남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불타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죠. 무고하게 죽은 발두르와 회드르가 돌아와 통치하는 세상, 인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이렇게 북유럽 신화는 끝이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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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신화의 쌍벽을 이루는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는 이렇게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환경의 차이겠죠. 그리스는 살기 좋았고 북유럽은 힘들었으니까요.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은 주로 자신의 명예를 위해 싸웁니다. 신들은 그들에게 시련을 주고 보호하지만, 도를 넘었다 싶으면 가차없이 잘라냅니다. 자기를 보호하고 벌을 주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말이죠. 반면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거의 토르 혼자뿐인 것 같긴 하지만) 좀 크고 힘 센 거인들이고 인간과 함께 싸웁니다. 인간의 적들을 위해서 말이죠. 인간들 역시 열심히 싸워야 했습니다. 자신의 명예, 국가를 넘어서 이 세상의 운명을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 끝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일 것입니다.

어느 쪽이 좋은지야 자기의 취향 나름이겠죠? 이상입니다.

*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6-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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