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2/28 12:06:44
Name   마녀
Subject   너무 힘들었던 일이 끝났습니다.
안녕하세요.
한때 타임라인에 신나게 아기고양이 사진을 올리던 마녀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아무 글도 올리지 않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게 아니고, 제가 거주하는 집은 다세대 빌라(?) 같은 형식의 건축물입니다.
다만 집주인이 도망을 간 상황이었고, 건물은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어요.

처음엔 저희 돈을 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고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상황이 되더군요.
남편은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려고 법무사나 변호사분들과 상담도 해보고, 다른 채권자분들과 대화도 해봤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불투명한 소식뿐이더군요.

저희가 계약할 당시에 건물의 시세는 10억이 넘는 상황이라 넉넉하게 채권단 모두의 돈을 돌려받을 것이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경매에 넘어가고 나서 감정평가액은 처음 시세의 약 60%정도였습니다.

이 때 쯤부터 남편은 스트레스성 두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하루 1시간도 못 잘 때도 있고, 밤을 새우고 일터에 나갈 때도 있었습니다)
원인모를 두통에 병원을 방문했지만, 정신과 쪽으로 가서 상담을 받으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크게 효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저도 피가 말리는데, 당사자인 남편은 오죽했을까요?
더구나 제가 신경 쓸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새벽에 두통으로 잠을 못 이루고 책상에 머리를 숙이고 버티고 있는 모습을 저는 애써 외면해야 했습니다.
그러기를 3개월 정도 했더니, 남편은 무려 15Kg이 빠졌습니다.

다행히 경매는 1차에 입찰이 되었고, 얼마 전에 배당이 끝났습니다.

저희도 100% 회수는 못했지만, 그래도 80% 정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남편은 포기 상태였고, 저 역시 그랬지만, 생각보다 많은 돈을 회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중이에요.

다세대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전입/확정일자가 빠르다고 안심하시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번 일로 배운 게 참 많았었는데, 배당금 분배 방식은 참 변수가 많았답니다.
저희 기준으로 대충 설명해 드리면

1. 경매대행비 및 수수료, 감정 비용 등등 (법원에서 가져가는 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 소액임차인 (각 시, 도마다 어느 정도의 소액임차인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있는 법안입니다)
3. 각종 세금 (기간 동안 납부되지 않은 세금을 전부 회수합니다.) - 이게 몇백 단위의 돈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4. 1차 채권단 (저희 같은 경우엔 집주인이 집을 지속해서 짓는 사람이라 은행대출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5. 여기서부터 확정/전입 일자 순

다른 사례를 꽤 오랫동안 보게 되었는데, 보통 변수가 발생하는 부분이
소액임차인제도를 생각하지 못하신 분들이나
3번의 각종 세금과 4번 채권단의 이자입니다.
만약 건물주가 이자를 내지 않고 연 단위로 시간이 지나버리면 이자만 몇천만 원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이야기가 잠시 새어나갔네요.
사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해도 쉽게 되는 상황은 아니었고, 내색할 수도 없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누구에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요.

그래도 다 끝나고 나니 어딘가에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다 못 받은 돈은 공부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앞으로는 조금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도 있네요.

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화이팅...?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3-13 09:2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7
  • 고생하셨습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론 좋은일만 있으실겁니다. 얍얍!!!
  • 절절한 경험이 뭍어나는 글은 추천입니다.
  • 저도 홍차넷 기운 받아 좋은 일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데 마녀님도 좋은 일 늘어나시라고 추천 드립니다!
이 게시판에 등록된 마녀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72 역사국내 최초의 이민자, '하와이 한인'들에 대해 -하- 10 메존일각 19/10/03 6158 17
948 일상/생각아싸, 찐따, 혹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11 이그나티우스 20/04/17 6176 17
826 일상/생각. 4 BLACK 19/07/02 5423 17
759 IT/컴퓨터컴퓨터는 메일을 어떻게 주고 받을까? 13 ikuk 19/01/18 7740 17
674 과학지구 온난화와 원전. 56 키시야스 18/08/01 7492 17
670 여행(스압, 데이터 주의) 오키나와 여행기 ~첫째 날~ 9 소라게 18/07/27 6440 17
643 체육/스포츠Tour de France 소개(1) 20 Under Pressure 18/06/05 6941 17
624 기타예비 아빠들을 위한 경험담 공유를 해볼까 합니다. 19 쉬군 18/04/30 6527 17
614 정치/사회슬라보예 지젝과 정치적 올바름 17 Eneloop 18/04/10 7743 17
579 체육/스포츠미식축구 입문 : 오펜시브 코디네이터처럼 생각하기 (스압, 용량 많음) 10 Danial Plainview(Profit) 18/01/19 7224 17
800 일상/생각불안 애착 유형과 회피 애착 유형의 연애/이별기 4 자일리톨 19/05/01 15393 17
511 체육/스포츠타이거! 타이거! :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전에 대해 19 Danial Plainview(Profit) 17/09/16 7908 17
448 일상/생각우연한 합석 8 Liebe 17/06/10 6282 17
429 정치/사회웅동학원과 한국의 사학법인 62 moira 17/05/13 6987 17
927 의료/건강세계 각국의 중국과의 인적교류 통제 상황판 (업데이트끝. 나머지는 댓글로) 8 기아트윈스 20/02/28 5842 17
417 정치/사회군사법원은 왜 군의 입맛에 맞게 돌아가는가. 8 烏鳳 17/04/23 6798 17
377 일상/생각너무 힘들었던 일이 끝났습니다. 17 마녀 17/02/28 5423 17
316 기타마, 얼굴만 봐도 알겠네! 너지! 26 Azurespace 16/11/29 10036 17
232 정치/사회경향 김서영 기자 유감 44 당근매니아 16/07/13 9562 17
150 정치/사회생생함, 그 이상의 효과 38 마스터충달 16/02/05 6580 17
145 기타천재 소년의 마음 속 온도 12 Darwin4078 16/01/22 6932 17
154 문화/예술드래곤볼의 획기적인 컷(프레임) 연출 19 커피최고 16/02/14 13109 17
88 IT/컴퓨터간략하게 살펴보는 웹디자인의 역사 24 Toby 15/10/16 10975 17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67 16
1411 기타『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49 1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