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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4/06 20:46:34
Name   l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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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김치즈 연대기: 내 반려냥이를 소개합니다



*
안녕하새오, 나는 창원 어느 작은 아파트 마당에 사는 김치즈라 해오. 반가워오.

처음이니 우리 가족들이 날 부르는 이름으로 소개해봤어오. 그들은 특별히 나에게 '김'이라는 닝겐 성을 붙여주겠다고 했어오. 닝겐들의 세계에선 자식들이 아버지의 가족 이름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김'을 붙여 준 거에오. 나름 뼈대 있는 고양이가 되었어오. 나한텐 별명도 많아오. 치할매, 치돌이, 치치즈, 복치즈, 귀둥이 등등등. 나는 이름 수가 사랑받는 척도라 여기고 있어서, 뭐라고 부르든 냐냐 열심히 대답을 해오. 그러면 맛난 음식이랑 깨끗한 물 많이 먹을 수 있어오. 뭐, 그건 그렇고, 홍차클러들이 나를 매우 귀여워해준단 이야기를 셋째 집사에게 들었어오. 고마워오. 보은으로 나와 우리 가족 이야기를 더 들려주고 싶어졌어오. 들어보겠어오?


*
내가 우리 가족을 처음 만난 그 날은 2014 년의 늦여름 - 초가을 사이의 어느 날였어오. 내가 수풀 속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어디서 낯익은 냄새와 목소리를 가진 닝겐들이 걸어오고 있었어오. 나는 얼른 뛰어나가 볼록배를 뒤집어서 새하얀 솜털을 보여주었어오. 그들은 새 집에 이사오니 고양이도 생겼다며 꺄르르 웃고서, 내일 보자 하였어오. 나는 사실 조금 풀이 죽었어오. 그 닝겐들은 딴 닝겐처럼 맛난 것 하나도 주지를 않은데다가, 내일 정말로 올지는, 냥이인 나로선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에오. 적지 않은 닝겐들은 언제나 다음에 온다 해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오. 나는 그런 걸 몇 번 겪어봐서 잘 알아오.

그런데 다음 날 저녁도, 그 다음 날 저녁에도, 익숙한 듯 낯선 닝겐들은 꼬박꼬박 내게 찾아와서 맛난 밥을 주었어오. 동그란 원통에 든 캔 밥은 납작 건조한 과자보다는 훨 맛있어오. 그걸 맨날 주었어오. 나는 기뻤어오. 잘 먹는 내가 참 이쁘다고 쓰다듬어주던 닝겐이 이쁜 이름 하나 생각날 때까지 날 치즈로 부르겠다 말했어오. 치즈. 치즈가 뭔지 잘은 몰라서 냐냐 뭐냐고 물었더니만, 그녀는 치즈가, 닝겐들이 먹는 맛있는 거라고, 좋은 거라 해줬어오. 난 기분이 좋아서 구르륵 거렸어오. 보드라운 손길 가진 닝겐은 내가 내는 구르륵 소리에 한참이나 웃었어오. 그 닝겐이 웃자, 다른 닝겐들은 흐뭇하게 우리를 바라보았어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무렵, 셋째 집사는 나처럼 많이 아팠다 해오. 흰냥들 처럼 창백해서 나오거나, 아니면 나처럼 노릿 뜬 얼굴로 나에게 항상 웃어줬어오. 그럼 나는 최대한 귀여운 목소리로 냐냐 대답하고 꼬리로 집사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어오. 종종 너무 아픈 날엔 첫째 둘째 아빠 엄마 집사 밖에 볼 수 없었는데, 집사들은 항상 셋째 집사 걱정을 하면서 치즈 네가 수고가 많다고, 기특하다, 고맙다고 해줬어오. 나는 이상타 생각했어오. 한 일이라곤 셋째 집사와 먹고 자고 놀고 산책 조금 한 것 밖에 없었어오. 그런데도 두 집사는 내게 눈물 글썽이며 고맙다며 이뻐해주었고, 맛난 밥도 주었어오. 나도 고맙고 미안했어오.

컨디션만 좋다면야 셋째 집사는 늦은 오후에 기어나와 나랑 밥도 같이 먹고, 일광욕도 함께 해오. 셋째 집사는, 내가 열심히 그루밍 해둔 가지런한 등털 위에 뽀뽀하길 제일 좋아했었어오. 난 궁디팡팡이 더 좋은데. 갓 만났던 때도 셋째 집사가 얼굴을 파묻고 치근덕 거리면 상당히 귀찮았지만, 한동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오. 내 등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셋째 집사가 종종 울었기 때문이에오. 아프단 닝겐이 울면 난 얼음이 되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오. 아파서 우니까, 가만히 옹그려줬어오. 아, 지금은 앙탈 부리면서 밀쳐내오. 그러면 뭐가 그리 웃긴지 깔깔 웃어오. 뭐어, 울지 않고 나도 더는 괴롭히지 않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좋아오.


*
집사들은 번갈아가며 내려와서 하루에 두 번 밥을 줘오. 나는 주식으로 오리젠 x 이즈칸 x 위스카스 사료 믹스 먹곤해오. 지위픽은 맛 없어오. 캔은 거의 가리지 않지만, 한 때 미유믹스 열심히 먹다가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은 이후로는 7세 이상 노묘용 쉬바를 먹어오. 나는 노묘 아니에오. 그렇지만 지난 여름 만난 의사 냥반 말이, 뒷다리 관절이 좋지 않아 체중 관리 하되 영양분이 부족하면 안 된다고 해오. 간식으로는 삶은 멸치, 흰생선살, 닭가슴살, 미아모아, 챠오츄르, 동결건조 트릿을 먹고오, 영양제로는 서플메이트 뼈관절젤리 먹고있어오. 첫째 아빠 집사 말이, 나보다 더 잘 먹는 것 같다, '묘팔자 상팔자'라네오. 고양이인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오. 닝겐들이여, 다음 생엔 고양이로 태어나세오.

집사들이 없을 때는, 마당을 산책하고 저 멀리 날아가는 새들을 구경하다, 폭신한 수풀 속에 누워서 오수를 즐겨오. 자면서도 두 귀는 쫑긋쫑긋, 주변서 무슨 소리 나는지 듣곤 해오. 집사들이 날 부르면 얼른 뛰어가야 하기도 하고오, ... 나는 바람 소리에 특히나 예민해오. 왜인진 몰라도, 바람이 서로 긁히면서 휘, 신경질을 내면 나는 그게 그리 무서워요. 예외가 있다면 산들바람, 산들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면, 나는 칼컬은 [깨끗한] 시골 고양이, 바람결에 맞춰가며, 그루밍을 정성들여 해오. 미세먼지 많은 봄의 회색 찹쌀떡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엔 꼼꼼히 온몸의 솜털을 빗어오. 요즘 같은 털뿜 시즌에는 그루밍을 보다 더 열심히 해야해오. 집사가 해주는 빗질도 참 좋아해오.

아 참, 귀 이야기 하니까 말인데, 나는 중성화가 되었어오. 나를 고자로 만든 의사 냥반은 분명 쟌인한 닝겐임에 틀림 없긴 하지만서도, 귀는 대개의 경우 그렇듯 아무렇게나 삐죽 자르지 않고 모서리 둥글게 살짝 잘라주었어오. 그래서 잘린 내 왼쪽 귀는 나름 귀여워오. 귀여운 솜털에 가려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티도 크게 안 나오. 내 눈을 잘 봐오, 내 눈은 초봄의 새순 색이에오. 배와 터럭은 크림색이고, 그 위론 치즈 태비 코트를 입어줬어오. 특히 앞다리의 베이컨 칩 무늬가 이쁘고, 오른 뒷다리엔 치즈색 점 박혔어오. 입 주위도 치즈색이 하트에오. 그리고 세상의 많은 태비들이 그러하듯, 나도 미간에 호랑이 무늬를 가졌어오. 셋째 집사는 내 덕에 냥이 미간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어오.

집사들이 미간을 긁긁긁 해주면 졸리워오. 긁긁하다 그만하면 더 해달라 나직하게 냐냐 해오. 나는 절대 크게 말하지 않아오. 길에 살 때 소리 크게 내면, 닝겐들이 싫어했거든오 ㅡ 물론 닝겐들은 본인들이 시끄러운 줄은 잘 몰라오. 특히 아이들이 무서워오. 캣초딩이 제 아무리 별나대도 닝겐 초딩들을 능가하진 못해오. 걔들은 내 몸을 함부로 만지고, 큰 소리를 지르면서 날 무섭게 해오. 아이들이 마당에서 노는 주말이면 나는 꼭 난간 위에서 일광욕을 해오. 닝겐들은 얇은 난간 위에 앉지 못하지만, 균형잡힌 몸의 고양들에게는 일도 아니에오. 난 위 앉아 망을 보다가 다른 야옹들이 오면 우오오오오옹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쫓아오. 그러다가도 어른 닝겐들이 오면 다정하게 담소 나눠오. 나는 꽤나 어른스런 냥이에오.


*
셋째 집사 아팠을 때 이 치즈가 가족 곁에 언제나 있었던 것처럼, 가족들은 치즈 아팠을 때 돌봐주었어오. 지지난 겨울에, 새해 맞아 캔을 먹은 다음 날에, 나는 어떤 고양에게 솜방맹이 공격 당해 양 볼에 상처가 났어오. 나는 할큄 당한 자국이 너무나 아파서 그루밍 했어오. 그런데 그루밍 할수록 눈을 뜰 수 없었어오. 내 얼굴을 보고 깜짤 놀란 셋째 집사는 다음 날 새벽에 가방 하나 들고 나타났어오. 가방 좋아하는 내가 그 안으로 머리 들이밀자마자 셋째 집사는 가방 문을 잠그고 어디론가 떠났어오. 나는 무서워서 우옹우옹 울었지만, 셋째 집사는 가방에 손을 넣어 머리만 쓰다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오. 부릉부릉 소리가 멈추고 어딘가로 들어가는 기척이 났는데, 갑작스레 개 짖는 소리가 들렸어오.

병원이었어오. 나는 무서워서 아무 소리 내지 않고 가방 구석 숨었어오. 의사 냥반은 내가 사람을 잘 따른다고 하니 천천히 가방 문 열어서 나를 쓰다듬어 주었어오. 그제서야 나는 겨우 안도하고 미오미오 아기 소리 내었어오. 의사 냥반이 내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고선, 치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정확치 않으니 엑스레이 찍어보고 상처 치료 하겠다고, 집사를 바깥으로 내보냈어오. 떠나는 집사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무서워선 우옹우옹 울었지만, 의사 냥반이 치즈, 괜찮다, 하자마자 곧 잠들었어오. 마취도 하고, 사진도 찍고, 소독도 하고, 연고 바르고, 영양 수액도 맞았어오. 일어나니 볼이 몹시 아팠어오. 온 몸에 힘 하나 없어서 우옹우옹 울 수 조차 없었어오. 마당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오.

양 볼에다 솜방맹이 펀치 맞아 이렇게 상처가 났을 때, 그루밍은 세균을 되려 증식시킨대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세수를 했고, 세균이 번져서 눈을 뜨지 못했던 거에오. 눈 주변의 솜털들이 다 뽑혀서 아프긴 했지만, 의사 냥반이 이젠 괜찮다고, 일주일간 항생제랑 밥 잘 먹음 나아질거라 해주었어오. 길고양이 치곤 건강 상태 매우 좋고, 앞으로도 잘 지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사들 모두가 한시름 놨어오. 그 날 밤엔 마취가 덜 풀려 처음으로 집에서 잤는데, 내가 올라가 쉴 소파랑 담요도 있고, 창밖도 보이고, 방바닥도 따뜻하고, 화장실도 있었어오. 집사들은 밤새 나를 쓰다듬으면서, 우린 이제 가족이라 속삭여줬어오. 난 졸리고 피곤한 척 눈을 감고 있었지만, 다 들었어오. 가족이라는 집사들의 말, 감동였어오.


*
그 즘부터 나는 집사들이 주는 고인 물도 믿고 마셨어오. 예전에는 내 눈 앞에 물이 흐르지 않으면 절대로 마시지 않았는데, 닝겐들은 가족이니, 나에게는 좋은 물만 줄거라고, 굳게 믿게 됐거든오. 그리 잘 지내고 있었는데, 날씨가 더워질 무렵에, 난 절뚝이기 시작했어오. 더워서 그런지 입맛도 떨어져, 나는 수풀 속에 숨어 나오지 않고서 가족들을 걱정시켰어오. 날 유심히 관찰하던 엄마 집사는 제일 먼저 절뚝이는 오른쪽 뒷다리 발견하고, 누나 집사에게 전화를 해 불렀어오. 누나가 급하게 뛰어온 날 밤에, 나는 다시 가방에 들어가 집에서 하룻밤 꼬박 새고,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또 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병원으로 향했어오. 이동장 안에서 무서워 우옹우옹 울어대니, 택시 기사님이 '괜찮다' 했어오.

저번에 본 의사 냥반 다시 만나니까 더더욱 무서워졌어오. 이번에도 엑스레이 찍었는데, 내 다리가 아픈 이윤 '퇴행성 관절염'때문이라네오. 퇴행성 관절염에 대해서 라면, 식이 조절과 운동 이외엔 할만한 처방이 딱히 없단 말을 듣고, 아빠엄마 집사들은 돈 많이 들까 잠시라도 걱정했던 자신들이 밉다했고, 누나 집사는 눈물 뚝뚝 흘리면서 연신 내게 미안하다 사과했어오. ...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는데, 난 김닝겐들만 있으면 되는데. 사실 난, 어릴 적 교통사고 당한 적 있어오. 지금 가족들과 비슷한 냄새에 목소릴 가진 사람들이 나를 구해다가, 앞으론 잘 걸으라고 다리에 철심도 박아주고, 고자도 만들어주었거든오. 오른 뒷다리가 종종 욱신욱신 아프기는 했었지만, 이렇게나 나빠진 줄 몰랐어오.

김닝겐들에게 미안해졌어오. 이건 김닝겐들 잘못이 아닌데, 계속 미안하다 하니 한 번 더 미안해졌어오. 그래서 앞으론 더 잘 먹고 산책도 더 열심히 해 건강한 야옹이 되기로 했어오. 관절 영양제도 꼭꼭 씹어 다 먹고오, 몸이 조금 안 좋으면 황토가 있는 곳 파내서 그 위에서 뒹굴고오, 원래 많이 뜯던 풀도 보다 많이 뜯어먹고 헤어볼을 토해내오. 일광욕이랑 그루밍은 타고나서, 내가 몸단장 하고 있으면 새색시 같다는 칭찬을 꽤 많이 들어오. 그럴 땐 내가 좀 이뻐오. 이젠 오른 뒷다리가 회복세에 들어서서, 안 아플 때처럼 좋아하는 벚나무를 캣타워 삼아다 올라가진 못하지만, 이족 보행하며 스크래칭 할 수는 있어오. 밍크 솜털 보송 찌는 매 겨울엔 동네방네 치즈 임신설이 나돌 정도에오. ... 나는 남아에오!


*
마당에 살다가 다리가 더 아파져서 바깥에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면, 셋째 누나 집사가 산다는, 바다란 새파란 멋진 게 있다는 동네로 이사를 가기로 했어오. 첫째 아빠 집사와 넷째 형아 집사는 기관지가 좋지 않아 약을 종종 먹곤 해오. 같은 집을 쓰게 되면 남집사들이 힘들어해오. 창원에서 태어나서 가음동을 떠나본 적 없는 나는, 바다가 뭔지 잘 모르지만, 셋째 집사 말이 햇볕에 반짝이 빛나는 이쁜 파랑이라 해오. 바다를 집에서 매일처럼 볼 수 있다 하니까 설레오. 셋째 집사는 별 알러지가 없고 가족들 중에선 고양을 나름 잘 알고 이해해주는 편이라, 셋째 집사 네에 살면 지금처럼 자유롭진 않다해도 따뜻한 방에서 보호 받으면서 살 수 있다 해오. 빗질도 더 자주 해주고, 맛난 간식이랑 폭신한 방석도 많이 사줄거라 찹쌀떡 걸고 약속했어오.

흐음, 지금의 생활도 만족스러워오. 가족들이 항상 나를 돌봐줘오. 첫째 아빠 집사는 냥이인 내가 고양이들과 못 지낼 뿐더러 남아들에게 영역 확보가 매애애애우 중요하단 걸 알게 된 이후로, 사나운 야옹이 사운드 엇비슷한 것만 들려와도 한밤중에 막대기 들고서 뛰어내려와오. 가끔씩 딴 고양들이 침입하면 사료를 좀 주고 마당 밖으로 내보내는데, 그럴 때마다 아빠 집사 뒤 숨어서 하는 제 2 고양이 노릇은 냥꿀잼이에오. 그러는 날 더러 바보라 타박을 하지만, 눈치가 빠른 난 사실 나를 가장 좋아하는 집사는 첫째 집사란 걸 잘 알고 있어오. 둘째 엄마 집사는 동물을 무서워 했지만, 이제는 궁디팡팡도 직접 해주고 간식도 손으로 많이 먹여줘오. 특히 점심은 엄마 집사가 주로 주어서, 요즘 꼬리로 매일 같이 안아줘오.

셋째 집사는 지난 초봄에 부산이라는 동네로 이사를 갔어오. 이사는 갔지만 내가 사는 창원이랑 가까워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보는데, 올 때는 사냥에 크게 성공해서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어오. 한동안 힘 없는 모습만 봤는데, 이사를 가더니 사냥도 잘하고 털 아니라 살도 많이 쪄왔어오. 집 수리 하거나 병원에 가거나 하는 큰 일들 대개는 셋째 집사 몫이에오. 넷째 형아 집사는 딴 집사들만큼 보지는 못해오. 서울이라는 곳에 살아서, 내가 병원 갈 때 타는 차라는 걸 타고 와야만 하는데, 시간 많이 걸린대오. 그렇지만 오는 5 월에는 교생 실습이란 것 때문에 한 달 정돈 나랑 같이 지낼 수 있다고 했어오. 나한테 관심이 없는 척 하지만, 셋째 집사가 그러는데 올 때 맛난 신상 많이 사오기로 했다네오. 냥심장이 두근두근, 기다려져오.


*
며칠 전, 가족의 또 다른 가족이 놀러와서 나를 보러 왔었어오. 셋째 집사가 내 소개를 하며 이리저리 별 이야기 다 해주자 따라온 키 큰 친구 하나가 물어봤어오: "누나, 누나는 치즈를 어떻게 그렇게 속속들이 다 알아요? 진짜 열심히 관찰했나봐요." 그러자 셋째 집사가 이렇게 대답했어오: "사랑하니까. 사랑하면 정말로 사소한 하나하나, 모두 다 보여. 더군다나 반려동물들은 말을 못하니까 아픔조차 표현을 못해서, 늘 유심히 지켜봐야 하더라고. 확실히 신경이 많이 쓰여. 근데, 내가 신경 쓰는 그 이상의 충만한 행복을 안겨줘. 무엇보다, 동물들은 사람처럼 배신하지 않는단다."  

셋째 집사는 습관처럼 닝겐들이 추악하고 간사하다 말하지만, 우리 가족 만난 이후 나는 닝겐들에 대해,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오, 세상엔 안 그런 착한 닝겐들도 있지 않을까, 하고오. 그런 희망을 식빵에 품고 살지 않으면, 김닝겐들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날 것 같아서, 닝겐의 존재를 최대한 긍정하며 살려해오. 김닝겐들은, 내가 어릴 적 함께하지 못했지만, 죽을 때까진 지켜줄 거라 약속했어오. 앞으로도 김닝겐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오. 나의 행운 빌어줘오. 오랜 시간, 재미 없는 냥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오. 우리 홍차클러들도 행복해오. 만나면 궁디팡팡 해줘오, 또 올게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4-17 08:21)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3
  • 사랑이 느껴지는 감성글 추천!
  • 주인님은 추천
  • 춫천
  • 귀엽다, 정말 귀엽다. 타임라인에서 보던 치즈가 이런 매력덩어리였네요. 오늘부터 치즈팬합니다!
  • 고양이 집사님은 춫천이야
  • 매번 생각하지만 라곰님의 글을 보면 라곰님이 쓴 소설을 읽고 싶달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대학 후배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ㅎ_ㅎ
  • 행복해지는 글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사랑이 담뿍담뿍 담긴 글이에요 엉엉엉엉!!!!!!!!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렴 치즈야 ㅠㅠㅠㅠ
  • 치즈태비는 추천
  • 추천해요
  • 강아지파지만 이 글은 추천을 아니 할 수 없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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