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6/01 15:36:41
Name   고라파덕
Link #1   HTTP://namu.wiki/w/%EA%B0%91%EC%83%81%EC%83%98%EC%95%94?from=%EA%B0%91%EC%83%81%EC%84%A0%EC%95%94
Subject   나의 갑상선암 투병기 -부제: 워보이와 나

안녕하세요, 고라파덕입니다.
제가 쓴 타임라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4월에 갑상선 유두암을 진단받고 5월 초 갑상선 전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입원해 있는 동안 투병기를 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했었고 퇴원 후에 올려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퇴원 후에 집수리 및 보험 청구 등 여러 일들을 처리하면서 잠시 미뤄졌었습니다. 제 주변 일이 얼마 전에 정리되어 이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 이렇게 써볼까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궁금해 하실 수 있는데 동정이나 위로를 받고자 하는 건 아니고 요즘 갑상선암이 많이 발견되어 홍차클러 분들 주변에도 이 병을 앓으시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투병기를 공유해서 이게 어떤 질환인지,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알게 되시면 아픈 지인, 가족 분을 더 이해하고 공감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이 질환에 대해서 잘 몰라서 초기에는 마음의 상처를 꽤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솔직하게 그때의 감정과 몸 상태를 써볼까 합니다.


1. 유두암이란? 그리고 나의 상태
우선 갑상선 유두 암이 어떤 질환인지부터 설명해야겠지요?
나무위키가 쉽게 잘 정리 되어 있는 것 같아 링크를 남깁니다.
그리고 저의 상태를 말씀드리면 8년 동안 간호사로 일했고 그 중 5년간은 수술실에서 수술간호사로 근무를 했습니다. 그래서 수술 중에 쓰는 의료용 방사선 검사 장비를 쓰면서 방사선에 노출된 과거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면서 체중조절을 위해서 운동 및 식이조절을 하고 있던 상태입니다.


2. 발견 및 진료
다니던 병원을 퇴사하고 특이한 증상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4월 초, 저희 어머니가 제 목을 유심히 보시더니 제 목에 혹이 있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만져보니 목 중앙 쪽에 혹이 있었고 전 병원에 같이 일하던 마취과 선생님도 갑상선 유두 암으로 갑상선 수술을 받으셔서 검사를 받아봐야 하나 하고 부산에서 갑상선을 잘 본다는 xxx내과에 진료 예약을 했습니다.

4/5 내과에 가서 기본적인 문진과 촉진,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를 받고나니 담당 선생님께서 호르몬 수치는 정상, 혹이 우측에 2개 있는데 초음파 검사 상에서 크기가 크고 미세석회화가 보이는 상태인데 저의 과거력으로 인하여 암이 의심될 수 있다고 하시며 미세 침 검사와 방사선 동위원소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미세 침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이 검사가 생각보다 꽤 무서웠습니다. 직업이 간호사 이고 수술실에서 근무했으니 칼날이나 바늘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었는데 아무런 마취 없이 5cm이상 되는 바늘이 제 목으로 들어오니 상당히 무섭더군요. 바늘이 들어가서 혹 부위에서 주사기로 세포를 채취하는데 그 느낌은..........두 번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포검사 결과는 1주 뒤에 나온다고 해서 예약을 하고 접수를 하려고 의자에 앉아 있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군요. 갑상선암은 최근에 많이 발견되고 치료 후 생존율도 아주 높은 착한 암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막상 제가 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진료 결과를 이야기 했더니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의료인이라서 주변 의사에게 물어보겠다, 검사 결과를 보내달라는 등 격려와 염려를 해주었고 아버지는 계속 그렇게 심한 지경이었는데 증상이 없었냐며 따지기만 하시고 어머니는 주변에 갑상선 암 환자가 많이 있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시더군요.  물론 이 질환에 대한 지식이 없으셔서 그런 거지만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가족들이 이렇게 반응하니까 많이 서운하더라고요. 이 질환 자체가 크게 증상이 없고 저 같은 경우는 호르몬 수치도 정상이어서 육안상 보이는 혹 빼고는 어떠한 증상도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낮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상한 마음과 암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울면서 잠들면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나름 우울한 생각을 떨쳐보려고 운동도 하고 음악도 듣고 동생이랑 드립도 치면서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과 TV에서 나오는 매드맥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워보이가 좌측 어깨에 두 개의 암 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며 ‘동생아, 나도 암으로 진단되면 워보이 인거냐?ㅋㅋㅋㅋㅋ’이란 드립을 쳤고 같이 웃었습니다. 일주일 뒤, 저는 암으로 진단을 받았고 계속 암덩이, 혹이라고 부르기에는 껄끄러워서 제 목의 혹에게 애칭을 워보이 라고 지어줬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부제가 ‘워보이와 나’입니다. ㅋㅋㅋ

3. 진단 및 수술 결정


일주일 뒤인 4/12, 아닐 거라는 자그마한 희망과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갔고 담당 선생님께서 세포검사 상 유두암 class 6이 나왔는데 이 의미는 유두 암일 확률이 99%라는 상태이고 현재 혹의 위치가 기관 바로 위에 있어서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이 말씀을 하신 순간 정말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만날 드라마를 보면서 암 진단을 받는 장면을 보며 “에이~ 저거 다 뻥이 구만, 어떻게 아무 생각이 안 들 수 있지?”라고 하며 웃었는데 막상 제가 진단을 받으니 정말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섭고 두렵고 절망스러워서 울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앞에서 울고 있을 수는 없어서 얼른 울음을 그치고 선생님이 써주신 진료의뢰서를 들고 주변에 있는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예약을 했습니다. 그렇게 진단을 받은 그날은 하루 종일 가만있으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 빼고 가장 크게 울었던 게 대학교 합격 발표 때 이었는데 그때보다 더 많이 대성통곡한 것 같습니다. 그리 울고 있는게 안타깝기도 하고 보기 싫으시기도 하셨는지 부모님이 수술하면 되니까 너무 울지 말아라 라고 하시는데 그게 또 서운하더군요. 다른 사람은 암으로 진단 받으니까 주변에서 너무 울어서 본인은 울 수가 없었다고 하던데 오히려 울지 말라고 하시니 감정이 격해져서 나를 위해서 울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 나라도 날 위해 울어주면 안되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서운한 게 계속 쌓이다 보니 감정이 격해지더군요. 그렇게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인 4/13, 제가 지원했던 2번째 공단의 불합격 소식을 확인하며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교수님은 진료의뢰서와 초음파 사진을 보시면서 이 경우에는 크기도 크고 위치도 안 좋아서 전 절제술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내과에서 우측에 있으니 반만 절제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간 상태여서 전 절제술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전 절제를 하게 되면 갑상선 자체가 없어지니까 앞으로 계속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병원 후배가 같은 질환으로 반 절제술을 했다가 재발해서 결국 전 절제술과 방사선 치료를 다시 했던 일이 생각나서 전 절제술을 하는 편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수술 전 검사를 한 후 그 다음 주인 4/20에 검사 결과를 보고 수술일자를 정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틀에 걸쳐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방사선 검사, 경부 조영제 CT등 수술 전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일단 발견부터 수술 결정까지의 과정을 써보았는데요. 너무 울었던 이야기만 하는거 같아서 부끄럽네요..
근데 착한 암이라고 하는 갑상선암이라도 진단을 받게되면 생각하는거 보다 많이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암 진단을 받으신 분이 있으시면 괜찮을 거라는 위로도 좋지만 그 순간의 무서움과 두려움에 대해서 위로해 주시는 것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놀랐습니다. 계속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병원비를 많이 신경 안썼는데 퇴사하고 병원을 다녀보니 꽤 많이 드네요....ㅠ

현재 저는 수술을 마치고 주변 림프절의 전이가 심해서 고용량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하기로 결정되어 호르몬제 복용을 며 요양중인 상태입니다.
수술 이야기도 쓸까 했는데 너무 길어 질것 같아서 다음편에 쓸까 합니다.
주저리주저리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갑상선 암 관련해서 질문 있으시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최대한 아는데로 답글 달아드리겠습니다. ㅎㅎ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6-12 16:1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0
  • 춫천
  • 괜찮으실거예요. 빠른 완쾌 기원합니다.
  • 고라파덕 님의 완쾌를 기원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21 정치/사회무지개 깃발. 61 tannenbaum 17/04/28 7121 22
422 과학[사진]광학렌즈의 제조와 비구면렌즈(부제 : 렌즈는 왜 비싼가) 9 사슴도치 17/05/01 8208 8
423 역사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 4 와인하우스 17/05/01 5647 1
424 일상/생각나도 친구들이 있다. 3 tannenbaum 17/05/03 4836 14
425 정치/사회[펌] 대선후보자제 성추행사건에 부쳐 112 기아트윈스 17/05/04 8813 14
426 일상/생각논쟁글은 신중하게 28 기아트윈스 17/05/09 5559 11
427 체육/스포츠스트존 확대는 배드볼 히터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12 애패는 엄마 17/05/12 5836 4
428 일상/생각'편 가르기'와 '편 들기' 17 소라게 17/05/12 6538 25
429 정치/사회웅동학원과 한국의 사학법인 62 moira 17/05/13 6987 17
430 문학[인터뷰 번역] 코맥 매카시의 독기를 품은 소설(1992 뉴욕타임즈) 8 Homo_Skeptic 17/05/13 9038 6
431 일상/생각가끔은 말이죠 1 성의준 17/05/14 4524 9
432 창작5월이면 네가 생각나. 3 틸트 17/05/14 6156 9
433 정치/사회'조중동'이나 '한경오'나 라고 생각하게 하는 이유 38 Beer Inside 17/05/15 8187 16
434 일상/생각가난한 연애 11 tannenbaum 17/05/15 6662 18
435 일상/생각백일 이야기 7 소라게 17/05/16 5482 21
436 체육/스포츠김성근의 한화를 돌아보다. 31 kpark 17/05/24 6441 6
437 일상/생각[회고록] 그녀의 환한 미소 17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5/24 4904 13
438 음악Be human. 인간이기. 5 틸트 17/05/26 6554 11
440 의료/건강나의 갑상선암 투병기 -부제: 워보이와 나 37 고라파덕 17/06/01 6259 20
441 기타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해지지 않는다 11 소맥술사 17/06/01 6386 35
442 일상/생각누워 침뱉기 17 tannenbaum 17/06/01 5340 24
443 꿀팁/강좌[사진]을 찍는 자세 20 사슴도치 17/06/02 8575 6
444 게임Elo 승률 초 간단 계산~(실력지수 법) 1 스카이저그 17/06/03 12232 4
445 음악세상은 이런 색을 하고 있었던 걸까 5 틸트 17/06/05 7916 7
446 일상/생각어떤 변호사의 이혼소송에 관한 글을 보고. 11 사악군 17/06/05 8033 2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