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4/16 12:27:01
Name   그럼에도불구하고
Subject   오빠 변했네?
다행히 여자친구에게 흔히 듣는 그런 슬픈말은 아니었다.

대학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 그간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대학때 이야기도하고 주변사람들 이야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고 지하철역까지 같이 걸어갔다.
후배가 말을 꺼냈다.

오빠 좀 변했네?
-뭐가

좀 차분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좀 달라진것 같아서?
오빠 예전엔 정신없고 말많고...그랬잖아
- 그런가? 그런 것 같기도하고...꼴에 나이먹었다고
좀 유해졌나보지뭐....

여유같은게 조금 생긴 것 같기도하고?
- 그런 것같긴 하네. 나 대학생내내 아둥바둥 살았잖아
등록금.밥값.방세.통신비 벌려고 ㅋㅋㅋ
솔직히 좀 힘들게살았는데 그거때문에 괜히 좀더 나댔나봐

바쁘게 사는건 알았는데 힘든줄은 몰랐네
- 너 혹시 돈 때문에 정말 걱정해본적있냐

당연히있지...~~~
- 그럼 그때 어떻게했는데

아빠한테....용돈 달라고? ㅋㅋㅋㅋ진짜철없다.
- 그건 걱정이아니지...상대적인 거긴하지만
부럽다.~ 난 아빠 없잖아 ㅋㅋㅋㅋㅋ

몰랐어...그런 티도 안내고 말도 안했잖아.
- 나는 괜찮은데 오히려 듣는 사람들이 불편해할까봐
굳이 말안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뭐...

그렇구나..
- 넌 행복을 돈으로 살 수있다고 생각하냐

어느정도?
- 난 행복은 모르겠는데 여유는 살 수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돈많은것도 아니고 모아둔것도없는데
적어도 아둥바둥 살지는 않고 6천원짜리 밥이아까워서
더 싼 밥먹고 돈없어서 사람못만나고 그러진 않아
문화생활이라는 것도 하고. 그래서 여유가생긴것 같은데..

보기좋다.
- 나도 내가 보기좋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생각봤다.최근에

나는 어려웠던 시절
사람이라도 가져보려고, 혹은 티안내려고
지나치게 유쾌하거나 지나치게 말이많거나
무엇이든 '나'가 아니라 좀 '지나친 나'로 포장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난 그렇게 엄청 긍정적이지도 엄청 유쾌하지도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아닌데

타인에게 여러가지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싶어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그 연기가 마냥 싫지만은 않지만
그냥 후배의 변했다는 물음에
내가 그냥 나처럼 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진짜 내사람들은 여전히 그대로이겠지만..
사실 돌아보면 내가 그렇게 나같지않음으로 위장하고
만나고 친해졌던 사람들보다

가끔 정말 내모습으로 만났던 사람들만
주변에 남아있는 것들 보면
의미가 있으면서도 없었던 발버둥 이었던 것 같다.

난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
지금 이대로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4-30 13:4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0
  • 변화는 추천
이 게시판에 등록된 그럼에도불구하고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0 IT/컴퓨터정보 기술의 발달이 지식 근로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추억 11 기쁨평안 18/01/03 9249 23
546 일상/생각 34 기쁨평안 17/11/17 6958 16
363 일상/생각살아온 이야기 26 기쁨평안 17/02/11 5365 38
268 철학/종교다윗왕과 밧세바 이야기 구약 시대의 가장 큰 섹스 스캔들 20 기쁨평안 16/09/21 9810 14
1246 과학이번 카카오 사태에 가려진 찐 흑막.jpg 코멘터리 18 그저그런 22/10/25 4525 24
1049 요리/음식평생 가본 고오급 맛집들 20 그저그런 21/01/03 5264 17
941 일상/생각한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하는 이유 24 그저그런 20/03/31 5757 10
763 여행그저그런의 일본항공 일등석 탑승 후기 (1) 46 그저그런 19/01/24 8143 26
494 문학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 합니다. 33 그리부예 17/08/16 7051 12
616 일상/생각오빠 변했네? 14 그럼에도불구하고 18/04/16 6657 30
390 일상/생각누군가의 운구를 함께 한다는 것 8 그럼에도불구하고 17/03/17 4481 23
14 철학/종교[서평] 빅데이터 시대 : 알고리즘적 자아와 존재론적 위기, <만물의 공식> 4 그녀생각 15/06/07 9619 1
10 경제[서평] 가계부채는 왜 위험한가?, <빚으로 지은 집> 23 그녀생각 15/06/05 10372 1
829 경제퀀트는 어떤 일을 하고,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5 굴러간다 19/07/10 7230 26
1154 일상/생각구박이는 2021년에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62 구박이 21/12/23 4645 71
1301 일상/생각팬은 없어도 굴러가는 공놀이: 릅신이 주도하는 질서는 거역할 수 없읍니다. 8 구밀복검 23/05/20 2602 23
1285 일상/생각챗가놈 생각 4 구밀복검 23/03/25 2441 19
1149 정치/사회노인 자살률은 누가 감소시켰나 10 구밀복검 21/12/06 4579 32
951 일상/생각돈으로 헌신에 감사 표하기 28 구밀복검 20/04/22 6823 25
939 정치/사회가속주의: 전세계의 백인 지상주의자들을 고무하는 모호한 사상 - 기술자본주의적 철학은 어떻게 살인에 대한 정당화로 변형되었는가. 18 구밀복검 20/03/24 7017 23
917 일상/생각엄마 덴마크가 나 놀렸어요 ㅜㅠ 69 구밀복검 20/01/29 12170 122
837 과학[번역] 인종 평등을 위한 과학적 기초 上 17 구밀복검 19/07/27 6471 10
809 문화/예술알라딘은 인도인일까? 28 구밀복검 19/05/28 9023 46
757 철학/종교율법주의 : 최후의 유혹 34 구밀복검 19/01/11 8003 28
750 일상/생각2018년의 사회진화론 21 구밀복검 18/12/28 7426 3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