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6/24 16:12:33
Name   Zel
Subject   전공의 특별법의 이면
"1984년 미국에 고열과 오한 등의 증세로 응급실을 찾은 대학생 리비 시온(Libby Zion)은 병용 처방 금기약물을 처방 받아 사망했다. 18시간 이상 근무하던 인턴이 약을 잘못 처방했기 때문이었다. 리비 시온의 죽음을 계기로 2003년 7월 미국에서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고 24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효되었다"  -이하 프레시안 펌

전공의 특별법이라 함은 여러 내용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인턴, 레지던트라고 불리는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 이상 금지시키고 연속근무시간도 36시간으로 제한 시킨 법입니다.
전공의의 이 과다한 근무 자체가 비인간적, 비윤리적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한 실수를 줄이면 궁극적으로 환자안전에 도움이 될거라는 취지하에 한국에서도 2017년 전면 도입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각 병원마다 난리입니다. 아니 52시간 근무하는 세상에 80시간도 못지킴? 하지만 여러가지 어른의 사정에다가.. 년간 전공의 지원에 15조가 들어가는 미국, 7조가 들어가는 영국에 비해, 한국 정부님들은 전혀 서포팅이 없으니 민간병원들은 죽을 맛입니다. (말로는 500억을 준답니다.)  http://www.health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351

그러다가 심지어 아산병원 마져도 이 근무시간을 못지켜서 페널티를 받는다고 하니 대한민국에서 이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병원은 없습니다.

근무 시간을 줄이면 과연 환자들은 덜 위험할까요?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047317/

이 메타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차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더 편해지는건 모르겠고, 전공의 시험 성적은 떨어졌으며, 결정적으로 환자의 유병율은 증가하였답니다.
눼.. 조는 의사가 없는 의사보단 낫다는 이야깁니다. 물론 메타연구긴 하지만 저자들이 이런 틀딱스러운 (애들 일시킬려는) 의도가 없다고 믿기엔 좀 거시기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전공의란 그야말로 보조인력이고 (전공의 1명이라면 교수는 10명 정도, 전임의 5명 정도?) 진료보조인력 (PA)도 합법이라서 임팩이 약합니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필수 중의 필수 인력이고, 실제로 환자의 좋은 경과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교수가 아니라 전공의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전임의가 아예 없는 병원들은 교수-전공의 두 직종만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병원에서 교수가 갈려나가고 있습니다만.. 버티거나 관두거나 이분법 밖에 모르고 조직화가 되어 있지 않아 아무 생각이 없지요. 어쩌면 드디어 현실로 내려왔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소위 빅4병원이야 펠로우라는 완충 인력들이 잘 갈아집니다만 그 이하 병원들은 법을 어기거나, 그 충격이 위로 전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수술하다가 여섯시 땡 하면 칼같이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하고 전공의가 빠져버리는게 요즘 병원의 일상입니다. 이식 수술같이 열 몇시간짜리 수술은 클라이막스 근처도 못가고 집에 가게 됩니다. 눼 영화를 봐도 맨날 앞의 시작부분만 보는 거지요. 어쨌던 그 동안 파행적으로 돌아가던 판이니 이런 충격과 강제가 없으면 안돌아가는 건 이해가 가지만.. 과연 환자라도 안전해지는 지가 의문입니다.

의사를 많이 양성해서 많이 뽑으면 되지.. 그래서 전문의가 병동에서 전공의 대신 환자보는 하스피탈리스트 사업들이 진행되고는 있습니다만.. 결국 전공의도 교수도 아닌 애매한 직업을 위험만 개인이 져 가며 갈려라 하는데 굳이 갈릴 멍청한 사람은 없지요. 집단적 직업의식의 부재를 탓하는 소리도 있습니다만 아니 기소불욕이면 물시어인 아닙니까? 대부분 병원들이 공고를 내지만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이는 특히 워라밸 강조현상이 두드러지는 요즘 더욱 명확한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초음파 급여, 병실 급여 다 좋은데 항상 소프트한것만 건드리고 포장질하고, 코어는 민간님들이 알아서 해야지 안되면 접으삼 뿌잉뿌잉 하는게 지겹지만 ㅎ 유구한 전통입니다. 환자 입장에선 당장 간병인 돈 주는게 크고 아쉽지만, 실제로 문제가 되는건 그 병원에 의사가 없는 겁니다. 의사는 당연히 있는 거라고요? 노 웨이

* 수박이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7-09 17:1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
  • 현장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78 일상/생각일상의 사소한 즐거움 : 어느 향료 연구원의 이야기 (2편) 5 化神 22/03/18 4060 18
922 일상/생각군대 친구 이야기 3 化神 20/02/15 5124 17
832 일상/생각수신의 어려움 7 化神 19/07/16 5087 15
828 일상/생각부질 있음 5 化神 19/07/03 5954 18
791 일상/생각유폐 2 化神 19/04/10 5150 29
733 기타향수 초보를 위한 아주 간단한 접근 18 化神 18/11/22 7186 23
702 문학[서평] 세대 게임 - 전상진, 2018 3 化神 18/09/17 6109 10
688 문학책 읽기의 장점 2 化神 18/08/27 7619 13
555 일상/생각SPC 직접고용 상황을 보며 드는생각.. 20 二ッキョウ니쿄 17/12/01 6922 15
537 일상/생각낙오의 경험 10 二ッキョウ니쿄 17/10/30 5900 12
921 의료/건강'코로나19'라는 이름이 구린 이유 29 Zel 20/02/14 7470 14
915 의료/건강BBC의 코로나바이러스 Q&A 14 Zel 20/01/27 6861 31
932 정치/사회빌게이츠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NEJM 기고문 (시론) 16 Zel 20/03/11 5645 13
810 의료/건강저희는 언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20 Zel 19/05/30 7527 73
785 의료/건강AI와 영상의학의 미래는? 33 Zel 19/03/27 7519 28
661 의료/건강고혈압약의 사태 추이와 성분명 처방의 미래 28 Zel 18/07/10 6817 21
657 의료/건강리피오돌 사태는 어디로 가는가 37 Zel 18/07/04 6949 10
652 의료/건강전공의 특별법의 이면 23 Zel 18/06/24 7155 10
926 의료/건강지금 부터 중요한 것- 코로나환자의 병상은 어떻게 배분하여야 하나 6 Zel 20/02/27 5508 43
386 일상/생각치킨값에 대한 단상.. 76 Zel 17/03/14 7643 10
127 의료/건강의전은 어떻게 실패했는가 ? 41 Zel 15/12/09 14281 2
146 일상/생각운명적인 이별을 위한 기다림에 대하여 22 YORDLE ONE 16/01/26 6645 13
118 일상/생각아버지의 다리가 아픈 이유는 26 YORDLE ONE 15/11/25 6643 16
1176 의료/건강오미크론 유행과 방역 '정책'에 관한 짧은 이야기 12 Ye 22/03/08 3782 26
767 일상/생각혼밥, 그 자유로움에 대해서 13 Xayide 19/02/03 5967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