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10/01 22:04:40수정됨
Name   nickyo
Subject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_ 조지 오웰


조지 오웰의 책은 1984와 동물농장을 읽었습니다. 이 작가는 소설적 재미가 대단하다거나 글을 엄청 잘쓴다거나.. 그러니까 민음사 고전이나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에 나오는 이름들, 도스토예프스키나 발자크나 스콧피츠제럴드나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 그런 사람들과는 좀 느낌이 다릅니다. 조지 오웰이 살던 현실을 어떻게 소설로 승화시켰으며 그게 무척 매력적이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이 작가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라는 책은 우연히 어떤 분의 부탁을 들어드리며 구해 읽게 된 책입니다. 조지 오웰이 이런 책을 썼다는걸 이 기회에 알았죠. 이 책은 조지오웰의 작품인생에 있어서 그의 시선이 어떻게 구성되었을지를 추론해볼만한 책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동시에 자전이며 자신이 겪은 빈곤과 빈곤 속의 인간과 빈곤속의 사회. 즉 빈곤한 곳에서 일어나는 '삶'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게 합니다. 마치 심연을 바라보게 하듯이요.

이 시대의 빈곤과는 질적으로 다른 빈곤 속에서, 책에서는 어떠한 인간적인.. 문명화된 인간의 존엄을 찾기 어렵습니다. 때에 찌든 노동자들과 창부들의 이야기가 가득하고 소년 소녀의 소아 노동과 밀실의 성매매.. 폭력과 살인이 무척 가까움에도 벌레 낀 침대에 후추를 뿌려가며 잠들 수 있는 그런 곳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하층의 직업인 접시닦이와 칸막이 하나로 나뉘어진 레스토랑에서 식사가 가능한 손님의 세계는 무엇으로 단절되어 있는가.. 빈곤의 끝자락에서 작가는 계급을 체험하고, 모순을 체험하면서도, 부르주아의 낭만적인 마르크스주의나 공산주의와도 선을 긋습니다. 그에게 빈곤과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생의 투쟁은 그저 무척 자연스러우면서도 삶 그 자체인, 어떻게 보면 가식과 허영을 낼 수 없는 인간 끝자락의 인간성을 묘사합니다.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질법한 책이라거나 막 너무 재밌어서 신이 날 책은 아니지만서도 빈곤이라는 것이 지니는 그 자체를 그려낸 책이라는 점에서 매력은 있습니다. 길지 않으므로 읽어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0-17 10:51)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78 역사프랑스혁명과 아이티(Haiti) 독립혁명 이야기 6 droysen 19/03/13 5598 15
    128 정치/사회프랑스 극우당의 승리에 대한 논평에 대한 이야기 15 nickyo 15/12/12 6199 5
    995 일상/생각풀 리모트가 내 주변에 끼친 영향 16 ikuk 20/08/12 4981 30
    592 철학/종교푸코의 자기 배려와 철학상담(1) 3 메아리 18/02/11 6534 10
    1256 기타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세계관 최강자가 68 문학소녀 22/12/09 4840 74
    580 일상/생각포맷과 탄띠 10 quip 18/01/21 7003 14
    855 일상/생각평일 저녁 6시의 한강 다리에는 5 에스와이에르 19/09/04 5096 12
    1049 요리/음식평생 가본 고오급 맛집들 20 그저그런 21/01/03 5793 17
    518 일상/생각평등 31 알료사 17/09/26 7324 27
    1042 정치/사회편향이 곧 정치 20 거소 20/12/23 5451 34
    1300 정치/사회편향된 여론조사를 알아보는 방법 10 매뉴물있뉴 23/05/18 2995 25
    719 체육/스포츠펩빡빡 펩빡빡 마빡 깨지는 소리 : 과르디올라는 왜 UCL에서 물을 먹는가 34 구밀복검 18/10/30 8008 14
    779 기타펠리세이드 3.8 AWD 4천 km운행기 17 맥주만땅 19/03/13 9422 18
    1301 일상/생각팬은 없어도 굴러가는 공놀이: 릅신이 주도하는 질서는 거역할 수 없읍니다. 8 구밀복검 23/05/20 2966 23
    1028 일상/생각팬레터 썼다가 자택으로 초대받은 이야기 19 아침커피 20/11/06 6139 34
    1410 기타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940 20
    1036 정치/사회판결을 다루는 언론비판 ㅡ 이게 같은 사건인가? 4 사악군 20/12/06 4343 16
    835 체육/스포츠파퀴아오-서먼 : Who will be resurrected? 5 Fate 19/07/21 6619 27
    911 경제파이어족이 선물해준 세가지 생각거리 6 MANAGYST 20/01/19 6364 10
    708 문학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_ 조지 오웰 8 nickyo 18/10/01 6789 11
    220 게임트위치를 다음팟으로 보기 (이미지, 2MB, 재업) 10 메리메리 16/06/19 9129 4
    683 문화/예술트로피의 종말 6 구밀복검 18/08/16 7295 13
    356 정치/사회트럼프와 패권이라굽쇼?.... 25 깊은잠 17/02/02 5740 14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782 23
    1327 문학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폴 콘티 골든햄스 23/09/14 2218 1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