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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10/14 22:21:18수정됨
Name   곰돌이두유
Subject   이별 후 홀로 여행
내가 올해 처음으로 홀로 여행이라는 것을 했던 이유는 지난 4년 넘게 만났던 애인에게 뻥 차였기 때문이었다. 4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기에 이별이 주는 후폭풍을 홀로 감당하기엔 눈물 젖은 일기장 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웠다. 오래 만났기 때문일까 내가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였을까? 이유는 모르겠으나 올해 안에 다른 누군가를 만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기에 연말 크리스마스와 신년 즈음을 포함하여 한 달 정도 유럽여행 티켓을 끊었다. 막상 유럽으로 떠나는 표는 끊었으나 해외로 나간 적도 없거니와 홀로 국내 여행이래봤자 무박 1일로 청주에 도보여행을 다녀온게 전부였기에, 우선 국내 전국여행을 먼저 하기로 계획했다. 약 20일 정도 계획하여 우리나라를 반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며 여행하겠다고 다짐하며 서울을 출발으로  경기도 남부, 부여, 군산, 전주, 광주, 순창, 곡성, 지리산, 함양, 함안, 마산, 부산, 경주, 영덕, 속초로 이어지는 코스를 잡았다지. 물론 이건 첫 계획일 뿐이었고, 중간에 일정이 변경되기도 했고 개인적인 일이 생겨 중간에 서울로 올라와야 했기에 내가 여행한 도시는 이곳 중 네 곳 밖에 안 되었다.

이제 여행을 어떻게 하였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얼 먹었는지에 대해 줄줄 써내려가야 할 것 같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부터가 되겠다. 내가 돌아다녔던 여러 여행지중 한 곳에서 있었던 흔히 겪을 수 없는 일 때문이다. 이별 후유증으로 슬픔에 잠겨 돌아다니던 나를 이쁘게 봐주셨던 어느 숙소 주인내외 분께서 내가 묵는 동안 함께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삼겹살도 구워주시고, 영화도 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전국여행이 끝나고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를 초대해 주셔서 소고기도 구워주시고, 송이버섯(...!!)도 구워주시고, 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나를 '사위'삼고 싶다며 '사위'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물론 나는 주인네 따님의 얼굴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나를 좋게 봐주셨겠거니... 라고 생각하며 주시는 친절을 넙죽 받아먹었다. 정작 숙소 주인분께서 딸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었는데, 딱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있는 내게 숙소 주인분께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딸이 갑작스럽게 외국에서 한국으로 오게 되었는데 서울에 방을 잡아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방을 구해야 하는데 혹시 어떤 정보 없냐고 물어온 것이다. 마침 주변에 적당한 방이 떠올라서 그곳을 소개해 주었고, 이사를 하기 전까지 여행지에서 주인분들과 따님과 나는 밥상을 같이 하게 되었다. 어머님께서 설명하던 딸의 이미지는 세상 물정 모르고 철부지에 시니컬한 이미지였다. 분명 시니컬하긴 하더라, 겉으로는. 근데 좀 이상했다. 결코 철부지 같아보이지도 않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가씨 같지도 않았다. 과연 저 시니컬한 모습이 그 사람일까?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와 제대로 대화 한 번 해 볼 기회도 잘 없었고, 대화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분의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사위'라고 불리는 알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넷이서 함께 밥을 먹는데 나는 그 따님과 전혀 말을 섞지 않는 어색한 관계인데 그 자리에서 아버님 어머님께는 사위라고 불리는 이 어색한 상황을 어찌 해야할까. 뭐, 근데 나는 사위라고 불리는게 속으로는 나쁘지 않았기에 한편으론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좀 변태기질이 있나보다.

그렇게 나는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고 그 친구도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 홀로 떨어진 딸이 걱정되서 였을까, 아니면 진짜 내가 사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어머님의 계략이었을까? 어머님은 딸에게 돈을 줘서 나와 함께 밥 한끼 먹으라고 했단다. 서울에서 서로 도우며 지내라며 말이다. 그리고 몇 일이 지난 후 우리는 어찌어찌하다 결국 밥 한 끼 먹고 차 한잔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예감이 맞았던 것일까? 카페에서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친구에 대한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결코 철없고 현실감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운명을 비난하기 보다 그것을 긍정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더라. 내 지나온 세월이 참 초라해질 정도로 그 친구의 삶의 두께는 두껍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시니컬하기도 하고 나한텐 전혀 마음이 없어보이는건 덤.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문득 오늘은 타임라인에  "내 살아온 감정의 두께가 그 사람보다 너무나 초라하기에
그사람에게 나는 그저 가벼운 존재로 보일까 두렵다. 초보 짝사랑러의 고민이에요." 라고 쓰다가, 내 이야기를 현재진행형으로 이어나가고픈 마음에 이렇게 처음으로 티타임에 글을 썼다.

그 사람을 지켜주고싶고, 또 그 사람의 희망이 되고 싶은 오늘이다.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0-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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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possible is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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