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18/11/28 21:45:00수정됨 |
Name | April_fool |
Subject | 지금 쓰는 안경에만 돈을 75만원씩 퍼부은 사람이 알려주는 안경 렌즈 선택의 거의 모든 것 |
※ 주의 : 이 글의 작성자는 안경광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관련 분야에 종사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글의 내용 중에는 잘못된 것이 있을 수 있으며, 이 글의 내용만을 전적으로 믿었다가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작성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알림 : 이 글은 질문 게시판에 올라온 안경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 리플을 수정, 가필한 것입니다. 지금 쓰는 안경에만 돈을 75만원씩 퍼부은 사람이 알려주는 안경 렌즈 선택의 거의 모든 것안녕하세요. 안경 하나에다가 돈을 수십만원씩 쏟아붓는 바보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바보처럼 안경에 돈을 쏟아부은 사람으로서, 소비자가 안경을 구입하려 할 때 안경 렌즈에 관해 선택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비자가 안경 렌즈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요소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 요소들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굴절률 (a.k.a. “압축”)안경을 한번이라도 써보신 분들은 대개 경험해보셨을 것으로, 안경원에서 안경을 맞출 때 “이 렌즈는 몇 번 [압축]한 겁니다.”와 같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압축”을 많이 할수록 렌즈 두께가 얇아진다는 설명도 들으셨겠지요. 그런데 “압축”이라는 것의 실체는 뭘까요? 정말로 렌즈 공장에서 렌즈를 만든 다음에 압축기로 꽉꽉 누르는 걸까요? 사실, 진짜로 광학 렌즈에 물리적 압력을 가해 압축하면, 렌즈를 구성하는 재질에 가해진 응력이 ‘복굴절’이라는 현상을 일으킴으로 인해 렌즈를 통과한 빛이 갈라집니다. 다시 말해, 그 렌즈로 물체를 들여다보면 물체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 마치 난시가 있는 듯 흐릿하게 보이게 되지요. 이런 걸 안경에 썼다가는 눈 다 버리고 말 겁니다. “압축”이란 것은 안경원에서 쉬운 설명을 위해서 만들어낸 용어일 뿐, 렌즈 생산과정에서 실제로 렌즈를 압축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렌즈 제조 과정에서 눌린 것을 풀어주기 위한 ‘어닐링’(Annealing) 공정을 거치면 거쳤지 말이죠. 실제로 렌즈의 두께를 결정하는 것은 렌즈를 구성하는 물질의 [굴절률](屈折率, Refractive index)입니다. 굴절률이 높은 재질을 사용할수록 안경렌즈의 두께는 얇아집니다. 예전에는 안경렌즈 재질로 유리 종류를 많이 사용했지만, 유리는 무겁고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서 근래에는 플라스틱 재질이 안경렌즈의 대세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압축” 어쩌고 할 때 안경렌즈의 굴절률은 CR-39라는 플라스틱 재질을 기준으로 합니다. CR-39의 굴절률은 1.498인데, 보통은 반올림해서 1.5로 보지요. 이 1.5라는 굴절률이 바로 “압축하지 않았다.”의 기준인 것입니다. 주요 안경렌즈 재질을 굴절률을 기준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굵게 표시한 굴절률은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을 뜻합니다. 참고로, 재질명을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경우 실제 사용되는 재질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냥 굴절률만 비슷한 것이지요.
이외에도 굴절률이 높은 재료는 있습니다만, 실용상의 문제로 안경 렌즈로는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의 굴절률은 2.418에 달하지만, 너무 비싸고 아베수가 22.3밖에 되지 않아서 안경 렌즈로 쓰는 것을 볼 수는 없지요. 어쩌면 미래에는 소재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고굴절 재료가 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ALON(Aluminium oxynitride, 산질화알루미늄)이라는 투명 세라믹은 굴절률이 1.789에 달하고 아베수 또한 58.2라는 높은 수치를 보이는 데다가 방탄 유리로 써도 될 정도로 튼튼하기 때문에 자이스에서 카메라 렌즈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을 안경 렌즈에 쓰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요. 물론 이 재질은 기존의 1.8 굴절률 유리 렌즈와 무게가 비슷하기 때문에 장점으로는 높은 아베수와 깨지지 않는 튼튼함 정도만을 내세울 수 있겠지만, 미래에 나올 신소재는 무게와 같은 다른 부분도 극복할 수 있을지 누가 아나요. 여기서 자꾸 나오는 아베수(Abbe number)라는 용어의 뜻을 드디어 설명하겠습니다. 이걸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프라운호퍼선이 어쩌고 분산능의 역수 즉 역분산율 어쩌고 하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아베수란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빛의 각 파장이 얼마나 퍼지지 않고 뭉쳐서 굴절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우리가 보는 빛은 대개 여러 파장의 빛이 뭉쳐져 있는데, 빛이 렌즈 등의 매질을 통과할 때는 이 빛들이 서로 분리되어 퍼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과학 시간에 한번쯤 (교과서로나마) 보았을 ‘프리즘’이지요. 프리즘을 통과한 햇빛은 무지개 색으로 분리되어 퍼지는 것을 다들 보셨죠?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리즘은 아베수를 최대한 낮춰서 빛을 퍼트리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볼 때는 알록달록한 무지개 빛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빛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려는 것이지요? 그래서 렌즈에서는 아베수가 높을수록 보이는 것이 선명해집니다. 반대로 아베수가 낮아지면 색수차라는 현상이 심해져, 보이는 것이 흐려지고 물체의 가장자리에서 빨갛거나 파란 윤곽선이 나타나게 되지요. 문제는 굴절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베수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대개 안경 렌즈에서 아베수의 마지노선은 30 정도라고 합니다. 30 미만의 아베수를 가진 재질은 안경 렌즈로는 부적합하다는 뜻이지요.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폴리카보네이트나 토카이 1.76 재질의 아베수가 딱 30입니다.
이쯤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잠시. 저는 눈의 합도수가 각각 -6디옵터가 넘는 사람으로, 비슷한 도수로 굴절률 1.6짜리 안경과 1.67짜리 안경을 모두 껴봤습니다. 제 경우에는 안경렌즈 두께에 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1.6짜리도 별 불만없이 썼지만, 안경원에서 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정말 많은 고도근시 안경착용자들이 안경 두께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는군요. 근데 제가 둔한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 쓰는 1.67짜리 안경을 얼핏 봤을 때 예전 1.6짜리 안경과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한 두께 차이는 별로 못 느끼겠더라고요. 설계 (안경렌즈의 광학 맛보기)우리가 보통 쓰는 근시·원시·난시 교정용 안경은 단초점 렌즈를 사용합니다. 이것은 도수가 하나만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요즘 나오는 비싼 기능성 렌즈(근시억제렌즈, 어시스트렌즈 등)는 사실 누진다초점렌즈를 응용한 것이라 엄밀히 말하자면 단초점 렌즈가 아닙니다만, 그런 것들은 일단 제외하지요. 안경렌즈의 설계로는 크게 [구면, 외면비구면, 내면비구면, 양면비구면, 아토릭]이 있습니다. 구면 렌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설계입니다.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Best form lens니 메니스커스 렌즈(Meniscus lens)니 체르닝 타원(Tscherning ellipse)이니 하는 전문용어들이 마구 튀어나올 테지만, 우리가 안경광학과에 진학할 건 아니니까 그냥 가볍게만 다루겠습니다. 사실 저도 잘 몰라요. 데헷 >_< 위키피디아에 보면 여러 형태의 렌즈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시력 교정용으로 사용되는 렌즈는 대개 메니스커스 렌즈입니다. 다른 형태의 렌즈들도 있는데 굳이 메니스커스 렌즈를 사용하는 것은, 이 렌즈가 다른 형태의 렌즈에 비해 색수차 문제가 덜하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런데 과연 이 메니스커스 렌즈라는 것이 뭘까요? 라틴어로 “메니스쿠스”(meniscus)란 ‘초승달 모양’을 가리키는데, 이게 렌즈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먼저, 수정구슬을 하나 보도록 합시다. 보시다시피, 수정구슬은 경치를 똑바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뒤집어서 보여줍니다. 이것은 빛의 굴절이 일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만약에 큰 수정구슬과 작은 수정구슬이 있어서, 작은 수정구슬이 큰 수정구슬이 있는 공간의 일부와 겹쳐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상상해 보면 이렇게 됩니다. 네. 작은 수정구슬의 면과 큰 수정구슬의 면이 조합되는 부분이 생기지요. 이 조합되는 면에 의해 생기는 부분만을 남긴 것을 바로 “메니스커스 렌즈”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과연 ‘초승달 모양’(meniscus)을 닮았죠? 여기서 수정구슬은 동그란 물체, 즉 구(球)이기 때문에 수정구슬의 면을 가리켜 구면(球面, Spherical surface)이라고 부르지요. 이 렌즈는 큰 반지름의 구면과 작은 반지름의 구면을 조합하여 만든 렌즈이기 때문에 구면 렌즈라고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위 그림에 나온 메니스커스 렌즈는 볼록렌즈입니다. 볼록렌즈는 원시(遠視) 또는 노안(老眼)을 교정하기 위해 사용하지요. 근시(近視)에는 볼록렌즈 대신 오목렌즈를 쓰는데, 오목렌즈가 되려면 볼록렌즈와는 반대로 바깥면을 이루는 구면의 반지름이 크고 안쪽면을 이루는 구면의 반지름이 작아야 합니다. 위 설명에 비유하자면, 작은 수정구슬이 큰 수정구슬의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간 셈이 되겠지요. 말 나온 김에, 지난번에도 나왔던 ‘디옵터’(diopter)라는 단위에 대해서도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디옵터는 렌즈의 굴절력을 나타내는 단위로,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미터로 나타낸 초점거리의 역수”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게 뭔 소리냐. 볼록렌즈를 예로 들어보지요. 빛을 볼록렌즈를 향해 똑바로 쏘면 빛이 렌즈를 지나면서 꺾어져 결국에는 한 점으로 모이게 됩니다. 이를 초점이라고 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겠죠. 초점거리는 렌즈와 초점 사이의 거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앞에서 빛을 쏘아 볼록렌즈를 통과한 빛이 렌즈 뒤 1 m 지점에서 초점을 맺으면, 그 볼록렌즈의 초점거리는 +1 m입니다. 이걸 역수로 뒤집었다는 것은, 초점거리가 짧아질수록 디옵터가 커진다는 뜻이 됩니다. 예를 들어, 초점거리가 0.5 m인 볼록렌즈는 +2디옵터이고, 초점거리가 2 m인 볼록렌즈는 +0.5디옵터가 되겠지요. 그런데 잠깐, 눈치빠른 분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빛이 한 점으로 모이지 않고 오히려 퍼져나가는 오목렌즈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경우, 빛이 퍼져나간다는 점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관점에 따라서는 빛이 어떤 가상의 초점을 지나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볼록렌즈에서도 초점을 지나간 빛은 다시 흩어지니까요. 이때, 이 가상의 초점은 오목렌즈의 뒤가 아닌 앞에 있는 셈이 됩니다. 오목렌즈에서는 이 가상의 초점을 기준으로 초점거리를 계산하되, 렌즈의 뒤가 아닌 앞에 초점이 있으므로 초점거리를 음수로 봅니다. 따라서, 디옵터도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안경 도수가 마이너스 얼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모두 이 디옵터 값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안경 렌즈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0.25디옵터 단위로 기성품 렌즈를 생산합니다. 따라서 안경원에서 말하는 “한 도수”는 0.25디옵터 차이를 뜻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구면 렌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안경 렌즈로서, 설계하기나 만들기가 비교적 쉬워서 가격이 저렴하고, 또 사람 얼굴의 곡면과 잘 맞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수가 높아질수록 렌즈가 팍팍 두꺼워지고, 또 구면수차(Spherical aberration)나 왜곡(Distortion)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구면수차란 것은 렌즈의 주변부에 들어오는 빛과 중심부에 들어오는 빛의 초점이 서로 달라 초점이 앞뒤로 흩어지는 현상으로, 앞서 보았던 색수차와 같이 물체가 흐리게 보이는 원인이 됩니다. 왜곡은 말 그대로 렌즈를 통과한 물체의 전체적인 모양(특히 주변부)이 볼록하거나 오목하게 휘어져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구면수차는 말 그대로 렌즈의 면이 구면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렌즈의 면이 구면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반사망원경의 경우 빛을 반사시키는 거울 부분은 단면이 포물선을 그리는 형태인 포물면 거울(Parabolic mirror)로 되어 있지요. 이런 것처럼, 구면이 아닌 모든 곡면을 통틀어서 비구면(非球面, Aspherical surface)이라고 부릅니다. 특정한 비구면 곡면 형상으로 렌즈를 만들면 구면 렌즈와 똑같은 도수를 가지면서도 렌즈가 편평해져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으며, 또한 구면수차와 같은 각종 수차 및 왜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비구면 렌즈입니다.
비구면 렌즈는 비구면 곡면을 렌즈 바깥쪽에 넣느냐 안쪽에 넣느냐에 따라서 크게 3종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고의 광학적 성능을 원한다면 무슨 렌즈를 선택해야 할까요?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 개인맞춤형 옵션이 들어간 아토릭 렌즈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토릭이라니 이건 또 뭐냐, 이것을 알고자 하면, 먼저 난시 교정용 비구면 렌즈에 쓰이는 비구면 곡면에 대해서 잠깐 알아야 합니다. 난시가 있는 경우, 이를 교정하기 위한 비구면렌즈의 비구면 곡면은 대개 토릭면(Toric surface)이 사용됩니다. 토릭면이 뭐냐면, 원환면(Torus; 쉽게 말해서 도넛 모양)의 옆을 잘라둔 것과 같은 형태의 곡면을 뜻합니다. 도넛 옆을 살짝 잘라놨다고 보면 되겠네요.
아토릭(Atoric)의 a는 비(非, non-) 또는 무(無, without)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입니다. 다시 말해, 아토릭이라는 것은 토릭면이 아닌(non-toric) 곡면을 뜻하는 것이지요. 구면도 아니고 토릭면도 아닌 곡면이 들어간 렌즈가 바로 아토릭 렌즈입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아토릭 렌즈는 비구면 렌즈의 일종입니다. 아토릭 곡면은 대개 렌즈의 안쪽 면에 적용한다고 하니까, 대다수의 아토릭 렌즈는 내면비구면렌즈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과거에는 안경 렌즈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곡면은 구면과 토릭면 뿐이었습니다. 구면이나 토릭면이 아닌 곡면은 설계하기도 힘들었을 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디자인한 곡면을 설계한 대로 깎아낼 방법이 사실상 없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컴퓨터 기술 자체의 발달과, 컴퓨터로 제어하는 공작 기기의 발달로 인해 복잡한 곡면도 빠르게 설계하고 그걸 그대로 높은 정밀도로 깎아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종종 고급 개인맞춤형 렌즈와 관련해서 들을 수 있는 “프리폼”(Freeform)이니 “디지털 서피싱”(Digital surfacing)이니 하는 것은 모두 이렇게 컴퓨터로 제어하는 공작 기기를 통해 임의의 곡면을 정밀하게 구현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디지털 서피싱 기술을 통해 구현한 프리폼 렌즈는 0.01디옵터, 혹은 그 미만의 정밀도로 도수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잠깐, 0.01디옵터 단위의 도수조차 아토릭 곡면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각 사람의 눈에 광학적으로 정확한 교정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안과나 안경원에서 각 눈에 맞는 도수를 잴 때는 “검안테”라고 해서 렌즈를 갈아끼울 수 있는 특별한 안경을 끼거나 혹은 “포롭터”(Phoropter)라는 기기에 눈을 갖다대고 검사를 하여 도수를 재는데, 이때 이렇게 잰 도수는 렌즈와 눈 사이의 거리가 일정하고, 렌즈가 완전히 평행할 때의 도수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쓰는 안경은 렌즈가 눈과 완전하게 평행하지 않습니다. 안경을 쓰시는 분이시라면 지금 당장 안경을 벗어서 잘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안경을 옆에서 바라보면 렌즈가 살짝 아랫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고(경사각), 또 위에서 바라보면 렌즈가 일직선이 아니라 얼굴 곡면을 따라 살짝 기울어 있는 것(안면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경테와 얼굴 모양에 따라서 안경렌즈와 눈 사이의 거리(정점간 거리) 같은 것도 각각 다 달라지는데, 이러한 종류의 요소들은 모두 실제로 우리 눈이 보는 도수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5디옵터짜리 렌즈로 안경을 만들어서 써 봤더니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도수는 약 -5.2 디옵터가 되더라 이런 것입니다. 검안을 할 때는 눈과 렌즈가 완전히 평행하고 그 사이의 거리가 정확히 몇 밀리미터(보통 12 mm)인 상태라는 등의 정해진 조건 하에서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조건의 렌즈 도수를 찾아낸 것인데, 실제로 그 렌즈를 안경테에 끼워서 안경으로 착용하면 그러한 조건들이 미세하게 틀어지는 것이죠. 도수가 높아질수록 이런 오차의 정도는 커지게 되지만, 도수가 상당히 높지 않은 한 대개 이런 오차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어느 정도의 도수 차이는 웬만해서는 적응하거든요. 보통 안경 바꾸고 나면 한 일주일 정도는 적응이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도수 차이가 별로 안 나는데도 적응이 필요한 경우는 대개 이런 식으로 안경테 및 안경 피팅이 바뀌면서 생기는 도수의 오차 또한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게 웬만큼 심하지 않은 이상에야 그런 변수들을 일일히 재어서 계산하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그 오차가 기성품 렌즈의 생산 단위인 0.25디옵터의 절반 이상을 넘지 않으면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게 너무 심한 경우에는 안경사의 경험적 판단 또는 전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나름대로의 도수 보정을 거쳤을 뿐이죠. 근데 이제는 0.01디옵터 혹은 그 아래의 정밀도로 원하는 도수의 렌즈를 깎을 수 있게 되었네요? 여기서 바로 개인맞춤형 렌즈의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도수가 결정된 안경 착용자가 새로운 안경테와 개인맞춤형 렌즈 옵션을 선택하면, 안경사는 해당 안경테를 착용자에게 직접 씌운 상태에서 측정 장치로 몇 장의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면 측정 장치가 자동으로 여러 가지 파라미터들을 재어서 출력해 주지요. 안경사가 도수와 함께 이 데이터들을 가지고 렌즈 회사에 주문을 넣으면, 렌즈 회사에서는 주문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을 하여 안경으로 만들어 썼을 때 원하는 도수가 나오려면 어떻게 렌즈를 만들어야 하는지 결정합니다. 그리고 계산한 도수대로 디지털 서피싱 기법으로 렌즈를 깎아 안경원에 전달하지요. 해당 렌즈는 딱 특정 안경테에 끼워넣어 특정 착용자가 썼을 때에만 정확하게 원하는 도수가 나오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0.01디옵터 미만 단위의 요상한 도수 값이 나옵니다. 바로 이것이 개인맞춤형 렌즈입니다.
개인맞춤형 렌즈는 최고의 광학적 성능을 보여줄 수 있지만, 각 렌즈 브랜드의 최고급 라인업에 속하기 때문에 더럽게 비싸고 또 무조건 공장 주문이기 때문에 만드는 데 시간이 1~2주 정도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알기로 디지털 서피싱 가공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은 비싸지만 렌즈 하나하나의 생산비용은 기존의 렌즈에 비해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은 것으로 아는데, 이게 적용된 건 브랜드별로 고급 라인업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지 실제로 받아먹는 돈은 정말 더럽게 비쌉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의 가격이 75만 6천원인데, 이 가격의 8할 이상은 바로 개인맞춤형 렌즈에 쏟아부은 것이거든요. 여담이지만 프랑스 국적을 가진 저의 이복누나 또한 우리 돈으로 약 70만원대의 안경을 쓰는데, 거기서는 안경에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비싼 안경렌즈를 써도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점은 프랑스가 부럽네요. 코팅 (“가장 좋은 걸로 부탁해”)현대의 광학 렌즈에서 코팅은 성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안경 렌즈에 특별한 코팅으로 부가가치를 더하는 경우(예시: 청광차단 코팅)도 있지요. 안경의 코팅이 중요해진 이유 중에는 재질의 변화도 있습니다. 옛날에 쓰던 유리 재질의 안경렌즈는 단단해서 잘 긁히지 않았지만, 플라스틱으로 대세가 바뀌게 되자 렌즈 표면이 훨씬 물러서 잘 긁히게 되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막기 위한 하드 코팅이 필수적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죠. 물론, 유리 재질의 안경렌즈라고 해서 코팅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렌즈 코팅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바로 반사 방지(Anti-Reflection)입니다. 코팅이 되지 않은 렌즈 표면은 빛을 반사시키는데, 이렇게 되면 반사되는 빛이 눈으로 보려는 빛과 옅게 겹쳐져서 눈에 거슬리고 대비 감도를 떨어트리는 경우가 생기게 되지요. 아마 사진 취미가 있으신 분들은 흔히 플레어니 고스트니 하는 용어들을 들어보셨을 텐데, 바로 이런 현상이 안경 렌즈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 눈의 피로도를 증가시키거나 야간 운전을 할 때 시야를 가리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므로, 가급적 최대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다른 것도 그렇지만, 반사 방지 코팅에는 특히 렌즈 제조사의 노하우가 집적되어 있기 때문에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최근에 나오는 반사 방지 코팅은 1개 층만이 아니라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반사 방지층을 쌓아서 반사율을 낮추고 빛의 투과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소위 멀티코팅이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참고로, 여러 다른 회사에서 나온 렌즈로 만든 안경들을 보면 회사별로, 또 코팅 옵션별로 표면에 반사되는 반사광의 색깔이 다른데, 이 또한 반사 방지 코팅에서 나오는 색깔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중요한 코팅으로는 소위 말하는 “하드 코팅”(Hard coat)이 있습니다. 안경 표면의 긁힘(소위 말하는 “기스”)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코팅이지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플라스틱 재질의 안경렌즈는 긁히기 쉽기 때문에 이런 하드 코팅 또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없으면, 심지어는 안경을 닦는 것만으로도 렌즈 표면에 스크래치가 발생해서 시야가 흐려질 수조차 있지요. 참고로, 안경 렌즈와 관련된 KS 규격에서는 렌즈 표면을 안경닦이 천과 지우개로 각각 문질렀을 때 흠집이 나지 않는가의 여부를 판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하드 코팅의 성능이 좋아도, 플라스틱 렌즈를 오래 쓰다 보면 표면에 크든 작든 스크래치가 누적되지요. 안경 렌즈 제작사에서 보는 플라스틱 안경 렌즈의 수명은 일반적인 사용 조건하에서 약 2~3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하지만, 그 중에는 안경 렌즈가 그 정도 되면 스크래치가 너무 누적되어 시야를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코팅이 벗겨져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는 이유도 포함되지요. 때문에, 시력 변화가 없다고 할지라도 플라스틱 렌즈로 되어 있는 안경은 2~3년마다 한번씩 교체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안경 렌즈 코팅 중에는 “발수 코팅”(또는 “초발수 코팅”)이 있습니다. 발수 코팅은 코팅 중에서도 맨 윗부분에 입혀지는데, 주된 역할은 물이나 기타 이물질이 안경 표면에 잘 묻지 않고 미끄러지게끔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또, 안경을 닦을 때도 매끈하게 잘 닦이게끔 돕는 역할을 하지요. 따라서, 발수 또는 초발수 코팅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가급적 넣는 편이 좋습니다.
이쯤에서 몇몇 분들은 ‘어? 흔히 안경 코팅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자외선 차단 코팅 같은 건 왜 아직 안 다루는 거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군요. 그래서, 이쯤에서 ‘특정한 빛을 차단하는 코팅’에 대해 잠깐 다뤄보지요. 안경 렌즈에서 특정한 빛을 차단하는 코팅은 제가 알기로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이야기해보도록 하지요. 먼저 자외선(UV) 차단 코팅입니다.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사실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안경렌즈 재질은 자체적으로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리 렌즈의 경우 자외선 중 UVA를 일부 투과하지만, 플라스틱 렌즈의 경우 대개 UVA와 UVB를 막론하고 재질 수준에서 자외선을 대부분 차단합니다. 그럼 그 “자외선 차단 코팅” 옵션은 뭐냐? 아마도 다음 3가지 중 한 가지일 것입니다.
어쨌든, 요즘 파는 안경의 경우 자외선 차단 정도는 이미 옵션이 아니라 기본 소양입니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 코팅을 빌미로 추가 비용를 요구하는 안경원이 있다면, 그게 위 3가지 경우 중 정확히 어떤 것인지 상세하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청광(블루라이트)차단 코팅입니다. 소위 말하는 블루라이트란 것은 자외선은 아니지만 자외선에 가까워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큰 가시광선을 지칭하는 것으로, 안경 렌즈 회사들의 마케팅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 이런 종류의 빛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빛이 눈을 쉽게 피로하게 하고, 눈의 안쪽을 쉽게 상하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군요. 제 생각에, 이런 종류의 코팅은 아마도 황반 변성과 같은 병이 있는 환자들이 사용하는 특수 렌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눈의 뒷쪽에 몇몇 질병이 있는 경우, 짙게 색이 입혀진 특수한 렌즈를 사용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하네요. 이에 착안하여, 에너지가 높은 빛을 차단하면 망막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빛이 건강한 사람 눈의 망막에 해를 입힌다는 확실한 의학적 근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청광차단 코팅을 한 안경을 끼면 눈으로 느껴지는 색감이 약간 노랗게 변하고 시야의 선명도가 살짝 떨어집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빛의 일부를 인위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어쨌든, 이 때문에 사진가나 디자이너와 같이 색깔에 민감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시각의 선명도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은 청광차단 코팅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청광차단 코팅 안경으로 인한 색감 노래짐은 적응되면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참고로, 이 청광차단을 구현하는 방식은 안경렌즈 회사별로 다르다고 합니다. 어떤 회사는 이름대로 진짜 코팅을 하고, 또 어떤 회사는 렌즈 자체를 살짝 노란색으로 착색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근적외선 차단 코팅입니다. 이건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서는 오직 특정 브랜드(슈나이더)만이 제공하는 것으로 압니다. 적외선은 빨간색 바깥의 빛인데, 열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형태로 전달되는 것이죠. 강한 적외선에 우리 눈이 노출될 경우 각막이나 수정체, 심지어 망막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적외선에 눈이 오래 노출될 경우 수정체 혼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직업적으로 강한 적외선에 노출되는 사람에게서 백내장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지요. 따라서 미국에는 적외선의 직업적 노출에 대한 기준치가 있다고 합니다. 산업 현장 등에서 적외선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에게는 이런 특별한 안경 코팅이 필요하겠지요. 참고로, 실제로 이 코팅이 적용된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 따르면 이 코팅의 색깔은 회녹색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미러 코팅이라던지 착색(Tinting)이라던지 하는 여러 옵션들이 많지만, 너무 많고 또 저도 거기까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하여튼, 안경 렌즈의 코팅은 튼튼하면 튼튼할수록 좋기 때문에 가능하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무리너무 긴 글을 썼더니 기운이 쭉 빠지네요. 하여튼, 일반적인 안경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서는 대강 다 다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경에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는 요소도 많으며(예를 들어, 프리즘 처방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건 검안을 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안경 처방에 넣는 요소로, 착용자가 원한다고 무턱대고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누진다초점렌즈 같은 분야나 안경 렌즈의 올바른 관리법 같은 내용에는 손도 대지 못했네요. 나중에 이런 것을 추가로 다루는 글을 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그런 게 궁금하면 그냥 근처의 안경원에 찾아가서 물어보거나, 혹은 아예 안경광학과로 진학하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하여튼,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2-1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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